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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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성공할 수 있을까?
  • 박광기 대전대·정치학
  • 승인 2023.02.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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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 칼럼]

이미 예고된 것과 같이 교육부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시범사업을 2월 21일까지 공모한다고 한다. 이 시범사업은 대학혁신지원사업, LINC 3.0 사업 등 전체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절반과 집행권한을 2025년까지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 이관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하여 ‘라이즈’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지방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게 된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연계하여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재정지원사업 중 LINC 3.0(산학협력 선도대학육성사업)이나 지자체-대학협력기반 지혁혁신 사업,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등이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연계하여 지방대학과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사업이고, 여기에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다른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포함시키는 것이 ‘라이즈’사업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이와 같은 대학재정지원사업은 대학이 중심이 되고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구조인데,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고 지역 대학들이 연계하는 구조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재정지원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여 대학과 연계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어쩌면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구조, 역량, 인력 등 전반적인 지방자치단체의 실정을 고려할 경우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정부가 예상하는 것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이지 정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학재정지원이 대학의 입장, 특히 지방사립대의 입장에서 보면 대학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숨통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재정지원만이 대학교육정책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5곳 내외 지역을 선발해서 2년 동안 ‘라이스’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25년에 전국으로 확대하여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긴다는 계획은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정책은 지방교육청이 담당하고 있지만, 지방교육청은 초·중·고의 교육정책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대학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기구나 조직이 없다, 대학교육은 대학입시, 미래인재양성, 학술기반조성, 연구·개발 등 초·중·고의 교육정책과는 너무도 다르다.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위해 정부는 별도의 비영리 법인 형태의 ‘라이즈 사업 지원재단’을 설치하고, 이 비영리 법인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선정, 평가, 관리하도록 한다고 한다. 또한 지방의 비영리 법인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관리하고 있는 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에 별도의 ‘라이스사업 지원센터’를 설치하려고 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연구관리 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과 같은 비영리 법인이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연구재단에 이를 지원하는 센터가 따로 설치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비영리 전문기관이 설치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니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기관을 운영하기 위한 재원은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대한 계획수립과 선정 및 평가 등 관리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지방대학의 존폐위기 상황을 대학재정지원을 통한 지역발전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과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의문과 우려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대학을 떠넘기려고 하는 것이라는 비난과 비판의 핵심이다. 

아마도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대학재정지원 계획은,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디지털 신기술 혁신공유대학 지원사업’과 같이 지역대학간의 공유·혁신 플랫폼을 구축해 지방대학이 각자의 특성화를 통해 상생하는 방안으로, 시범사업에서 강조하고 있는 글로컬 대학 구축 등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것이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재정지원사업의 한 이유라면,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특히 지방대학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고 그저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대학재정지원에 대한 권한을 행사한다고 할 경우, 지방대학의 구조조정, 공유·혁신 플랫폼 구축 등에 대하여 위임 받은 권한을 아마도 제대로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온 대학재정지원이 지방대학에 나눠먹기 식으로 배분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에 재정지원을 중단하거나 축소한다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자진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리고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 ‘현실’이 변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 동안 정부 주도로 대학교육정책을 수십 년간 해 왔어도 해결하지 못한 대학교육의 현실을 대학교육정책에 전혀 경험도 없고 인력이나 재원도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정말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상적’이라는 정책이 ‘현실’에서 실패할 경우, 그 여파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광기 대전대·정치학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독일 뮌헨대학교 정치학 박사. 대전대 대학원장 및 도서관장, 국무총리실 인문사회연구회 및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 CBS 시사포거스 및 시사매거진 앵커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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