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정신세계를 재구축하는 플랫폼의 정치적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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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정신세계를 재구축하는 플랫폼의 정치적 양극화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2.19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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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 미디어 프리즘 | 크리스 베일 지음 | 서미나 옮김 | 상상스퀘어 | 288쪽

 

이제 정치와 SNS는 뗄 수 없다. 객관적 입장을 추구해야 할 소셜 미디어가 유권자들의 당파성을 강화하고 있다. 저자 크리스 베일은 바로 이 문제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SNS에 사람들이 사로잡히는 이유는 쉽게 자신의 정체성을 연출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얻어내며, 이로 인해 소속감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일지라도 온라인에서는 성공한 CEO로 포장할 수 있다. 온라인이 거짓 정체성을 주장하게 만든다는 것만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정치색을 감추고 살아가더라도 온라인에서는 마음껏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외칠 수 있다. 자신을 지지하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면 소셜미디어가 자신의 정체성(나는 누구인가)과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거울로 기능할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 타인을 소셜 미디어에 비친 모습을 통해 인식한다. 하지만 실상 소셜 미디어는 프리즘이다. 특정한 관점을 중심으로 보게 한다는 뜻이겠지만, 실상은 그런 과정에서 시선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현실의 복잡성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왜곡시키고 만다. 

소셜 미디어의 구부러진 시선에 자신 또한 맞추어 살아가며 거기에 중독되는 것이 많은 현대인들의 실상이다. 정치적 양극화와 다른 여러 문제가 여기서 비롯된다. 소셜 미디어에 투영되는 모습에 사로잡혀서 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극단주의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얻는 하찮은 인정에 목을 매단다. 그들이 여기서 받는 존중은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온건주의자들은 그렇게 온라인에 매달리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돌 하나 던지는 행위가 현실에서 커다란 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공간은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독점한다.

지금의 SNS에서 정상적인 토론과 논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자가 진행하는 실험들, 즉 반대되는 진영의 주장에 좀 더 균등하게 노출되도록 설계된 실험의 여러 안타까운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 반대급부로 SNS에 더 매달리게 해 이를 악화시키고 있다. SNS는 정상적인 소통 공간으로서 기능을 거의 상실하고, 왜곡된 이미지가 기승을 떨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무엇인가? 우리와 다른 정치적 입장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중간 지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극단적 주장이 주변화되고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호소력 있는 콘텐츠가 주목받는 방식으로 디자인하자고 그는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SNS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를 한다. 진보든 보수든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목소리만 울려퍼지고 있는 소셜 미디어의 상황을 그는 우려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첫째로, 소셜 미디어가 이토록 혼란스러운 장이 된 이유를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소셜 미디어가 활용되는 진짜 목적과 연결된다.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찾는 진짜 이유는 인정 욕구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현실의 처지와 무관한 새로운 정체성과 새로운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한다. 온라인 공간 안에서만이라도 인정받는 사회적 지위를 얻고 싶어서다.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가장 쉽게 얻는 방법은 SNS를 이용하는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모습과 현실에서의 모습 사이에 종종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악플이 아니라 무플이다. 과장과 허위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날조와 선동으로 승부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과 논리로 따지는 경우가 외려 드물다. 심심하고 재미없다. 즉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고,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적의 주장이 사실에 기초하거나 논리적일지라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우리 편 주장이 아니므로 우리 쪽을 공격한다는 것으로만 받아들인다. 지금의 SNS에서 정상적인 토론과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SNS에 자신을 허위 혹은 과장으로 포장한 거짓 이미지를 진열하고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이들이 많은 것과 정치적으로 허위 혹은 과장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넘치는 것은 궤를 같이 하는 현상이다. 심심한 이미지가 주목받을 수 없는 것처럼,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은) 담백한 주장들은 온라인 공간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닿지 못한다. 

소셜 미디어는 정치적 극단주의가 주목받게 하고, 나아가 이를 증폭시킨다. 이로 인해 많은 정치적 유권자들이 모두 당파적으로 치우치게 된다. 그런 목소리에 노출되고, 이에 가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의 여러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다.

둘째로, 소셜 미디어를 바꿀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소셜 미디어를 찾을 수가 없는 이유는 여기서 인정받고자 무리수를 두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SNS에서 목적의식, 공동체, 자아존중감을 얻고자 하지만, 실상 현실과의 간극이 크다. 현실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온라인상에서 고인물로 세컨드 라이프를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의 소셜 미디어는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다. 상식적이고 균형잡힌 목소리는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다. 현실과 다르게 소셜 미디어에서는 극단적인 목소리만 들리는 현 상황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무엇인가? 그는 우리와 다른 정치적 입장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중간 지대를 만들고자 한다. 이는 새로운 SNS를 만드는 것만 아니라 기존 SNS를 재구성하는 것을 포함한 것이다. 극단적 주장이 주변화될 수 있게 새롭게 디자인하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게 설득력있는 목소리가 잘 들릴 수 있게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인정을 받고자 하는 목적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성취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소셜 미디어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다. 이미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현실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열어 SNS를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 아닌가. 그 과정에서 우리의 특정 포지션(세대, 계층, 젠더, 정당)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이 어느새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표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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