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러·우크라 전쟁 1년…"韓 경제·에너지 안보 동시에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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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러·우크라 전쟁 1년…"韓 경제·에너지 안보 동시에 잡아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2.1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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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세미나]
- '2023 북방 세미나' 개최…전쟁 1년 평가·전망
- "전쟁發 에너지위기 하반기 또 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6일 서울 호텔토마스명동 에메랄드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1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2023 KIEP 북방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쟁이 표면적으로는 지정학적 패권을 둔 유럽 국가 간의 전쟁이었지만 그 여파는 세계 경제 둔화에 코로나 못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제 및 에너지 안보 해결을 위한 협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16일 서울 호텔토마스명동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1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2023 KIEP 북방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작년 2월24일 시작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역사적 사건이라는 인식 하에 세계 경제와 안보 환경 전반에 증대된 위기감과 불확실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쟁 확산과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전쟁 1년에 대한 관련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평가와 전망은 물론 국제질서의 주요 이슈와 쟁점에 대한 주요국의 시각과 입장을 파악하고, 한국의 대외전략 수립에 필요한 정책 시사점을 도출했다.

이날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지정학적 긴장과 경제적 측면에서 세계 분열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은 단기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더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및 에너지 안보 등을 모두 고려한 과감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종 KIEP 원장은 개회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의 귀환'을 알리는 역사적 대사건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질서와 강대국 관계는 중대한 변화를 경험할 것이 분명하다"며 "이번 세미나가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향방과 구체적인 변화의 내용을 전망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진정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세션에서는 김흥종 KIEP 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신범식 서울대 교수, 김규철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엄구호 한양대 교수, 김석환 한국외대 초빙교수가 '우크라이나 전쟁 1년 평가: 주요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패널 발제와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2, 3세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적 영향과 전망 1: 에너지 안보와 국제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적 영향과 전망 2: 경제제재와 주요국 파급 효과'를 주제로 전문가 패널의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김흥종 KIEP 원장이 1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23북방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KIEP 제공)

▶ 김석환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는 세미나 발표를 통해 이번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친 첫 번째 영향으로 하방 리스크를 확대한 점을 꼽았다.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에 대량의 인플레이션이 초래됐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금융 제재는 코로나로 발생한 중국 봉쇄와 겹쳐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정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2개국뿐이다"고 강조하며 특히 미국의 경우 "장기적으로 산유국이자 가스생산국으로서 에너지패권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 기술 등의 투자도 IRA법 등의 영향으로 미국에 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수급 불안전성이 확대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 일본 등의 기존 선진국들은 경제적 위상과 경쟁력에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 내 휴전 상태로 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특히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 탈피 문제 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 공급의 중심인 중동을 둘러싼 공급 및 가격 안정성 문제가 2023년에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한국은 단일 에너지 안보 및 전환 전략만이 아닌 일본, 대만 등과 협력을 강화해 아시아·제로에미션 공동체, 나아가서는 중동과의 에너지 및 경제협력을 매개로 한 경제 공동체 구상을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KIEP 오늘의 세계경제 ‘유럽의 에너지 위기 동향 및 전망’

김 교수는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의 안보적 긴장감 증대와 신냉전 대립구조를 경화시키기 때문에 한반도 주요 전략 공간의 긴장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 안보 확보 비용 상승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동맹 및 친서방 노선을 추종해야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자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전략적 자율성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한반도에 '한국·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북한'의 진영별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막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 장영욱 KIEP 유럽팀장의 의견도 같았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대러 제재와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은 유럽 경제에 직격탄이었다. 주요기관의 최근 경제전망보고서는 유럽의 2023년 경제성장률이 ‘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했고, 에너지 비용 급증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KIEP는 유로존(3.0%→0.0%)을 포함한 독일(1.4%→-0.8%), 영국(4.0%→-0.2%), 프랑스(2.5%→0.3%) 등 주요국의 경제 전망을 전년대비 올해 크게 하향 조정했다.

러˙우전쟁 이전인 2021년 9월부터 에너지 가격이 급증하자 EU 회원국은 다양한 대응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까지 약 6004억 유로의 정부 보조금을 지출했다. 장 팀장은 "팬데믹으로 유럽 주요국의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또 다른 재정부담의 가중으로 이어지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와 충돌하며 불안정성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 경제 안보 해결을 위해 협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미·중 대결구조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보인 터키, 인도, 브라질 등 지역 강국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경쟁 구도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경제안보 문제에서 이런 구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3년 2월 16일(목) 오전 10시 서울 호텔토마스명동 에메랄드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1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2023 KIEP 북방 세미나’를 개최했다.

▶ 강문수 KIEP 아프리카중동팀장은 한국의 에너지 수급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과의 장기 계약을 해야 하고 중장기적인 유·가스전 개발을 통한 지분 확보를 추진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 수급을 위한 협력 외에도 천연가스 액화시설 인프라 및 사이버 보안 시스템 강화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동 내 한국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전 세계 산유국의 원유 생산능력이 정체되던 와중에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강화로 추후 심각한 공급 부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통화 완화와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국제유가의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고효율 저소비' 사회로 옮겨가면서 에너지 수요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대유럽 천연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최대 1억t의 유럽수요가 국제 LNG 시장으로 전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세계 LNG 생산설비 이용률은 이미 88%에 달해 단기적 증산은 제한적"이라고 상황을 설명하며, "유럽의 높은 가격 프리미엄으로 국제 LNG 물량의 유럽 집중으로 전통적인 아시아 LNG 수입국가의 수급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천연가스 수급 불안정은 이미 대체 수요가 석탄으로 옮겨가며 전세계적인 석탄 가격 상향을 부추기고 있다. 석유자원의 경우에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OPEC 등 주요 산유국에 증산을 요청하는 한편 IEA 회원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주도하고 있으나,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상한제 등 대러제재에 반대로 중국˙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늘어나는 등 기존 석유 수급 시장이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역대 최고 수출 실적(6839억 달러)을 기록했지만 무역수지는 적자였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액만 동기간 784억 달러가 늘어났다. 지난해 총 수입(7312억달러) 가운데 에너지 수입 비중은 28%로 평균 23% 대비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유가변동에 따른 수입액 비중 변화 /제공=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에너지 자립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는 전력계통의 인프라, 거버넌스, 제도 정비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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