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김성도 교수, 북유럽 명문대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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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김성도 교수, 북유럽 명문대 특강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2.1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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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과 대면 병용 방식으로 진행된 룬드 대학 인지기호학 세미나 특별 강연 

고려대 언어학과 김성도 교수(세계 기호학회 부회장, 세계 아시아 기호학회 회장)는 북유럽 명문대인 헬싱키 대학과 룬드 대학의 정식 초청으로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특강을 가졌다.

이번 특강은 핀란드의 헬싱키 대학교와 탐페레 대학교(University of Tampere), 그리고 스웨덴의 룬드 대학교(University of Lund)에서 ‘디지털 시대의 급변하는 언어 기능의 변형과 자본화’를 주제로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헬싱키 대학교는 핀란드 최고의 연구 중심 대학이며, 탐페레 대학교는 인문학과 공학 등의 학제적 연구에서 선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신흥 명문대학이다. 그리고 룬드 대학교는 3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 최고의 전통 명문대로 손꼽힌다.

이번 특강은 북유럽의 언어학자, 기호학자, 철학자, 예술학자, 디자인 이론가, 교육학자 등과 함께 ‘인공지능 시대의 언어 자본주의 (Linguistic capitalism)’와 ‘인공 지능의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 서사 창조 실현’이라는 첨단적이고 첨예한 양상을 치열하게 입체적으로 논증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번 강연 동안 국내외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된 Chat-GPT-3가 과연 미래의 언어 연구자들과 통번역자들의 일자리를 잠식할 것인가 등의 구체적 현실에 대한 예상을 놓고 핀란드 대학의 번역 이론 전문가들과 치열한 토론을 가졌다.

또한 미술과 음악의 창작 분야까지 넘보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의 언어 창작과 예술 창작 등의 현상을 놓고, 살아 있는 현대 음악 기호학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헬싱키 대학의 이에로 타라스티(Eero Tarasti) 명예교수를 포함한 음악학 전공자들, 디자인 이론가, 현상학자, 유아교육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도 진행했다.

 

음악기호학의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받고 있는 핀란드 국립 헬싱키 대학의 이에로 타라스티와 강연전 촬영 (2023년 2월 6일)<br>
음악기호학의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받고 있는 핀란드 국립 헬싱키 대학의 이에로 타라스티와 강연전 촬영 (2023년 2월 6일)

헬싱키 대학의 한 매체 철학자를 비롯한 북유럽의 인문학자들은 디지털 전환기에서 언어의 화폐적 가치 실현 과정과 새로운 양상의 언어 자본주의 창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발제자인 김 교수에게 언어의 자본화에 맞설 수 있는 대안 제시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번 특강을 통해 인간의 사고 능력, 언어 능력, 정서 능력을 여전히 표준으로 삼는 기존의 언어 철학적 인문학적 시각에서 알고리즘과 로봇이 그 같은 인간적 능력을 구비할 수 없다는 논점을 중심에 둔 인간과 기계의 이분법적 틀의 사유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했다. 

이 같은 인간중심적 사유틀에서 벗어나, 김 교수는 ‘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반드시 인간처럼 작동해야 하는가’라는 역발상의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과 기계의 상호매개화와 공진화를 염두에 둔 새로운 언어 생태계가 창조되고 있다는 현상에 주목하는 새로운 원근법의 필요성을 역설하여 북유럽 학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김교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언어 창조 원리에 대한 계보학적 구성을 통해 천재 수학자인 알렝 튀링(Alain Turing)과 현대 언어학의 설립자인 소쉬르가 시 언어의 심층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제시한 아나그람(anagram) 이론을 접목시킴으로써 인간 언어의 고유한 창조성이라는 절대화된 성채를 해체하고 보다 궁극적으로는 자연 언어의 본질과 기능을 재개념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 같은 원근법을 위한 존재론적·인식론적 토대를 새롭게 마련하려는 시도를 선보임으로써 학술적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탐페레 대학 특별강연 질의자와의 토론(2023년 2월 1일)<br>
                                          탐페레 대학 특별강연 질의자와의 토론(2023년 2월 1일)

인간처럼 말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인공 지능 기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의 생활 속에 이미 당도했으며, 단순히 규제와 선악의 이분법으로 사유하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의 사유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이번 김 교수의 북유럽 강연은 시의적절한 시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

이번 강연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담론의 조성과 확산을 목표로 2022년 10월 중순에 과기부의 지원을 받아 각계 각층 전문가 60여 명을 정회원으로 결성된 디지털 소사이어티(Digital Society)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김성도 교수는 현재 이 단체의 문화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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