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고민과 토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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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고민과 토론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2.1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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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에게 정의를 묻다: 7가지 과학기술이 도발하는 문제들에 대해 논쟁하다 | 이채리 지음 | 궁리출판 | 340쪽

 

이 책은 뇌신경과학, 유전공학, 컴퓨터공학, 로봇공학, 나노공학 등 최첨단 과학기술이 불러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 가운데 7가지 이슈를 선별해 다루고 있다. 선별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 흥미로운 테마, 둘째, 학자들 사이에서 핫하게 논쟁 중인 테마, 셋째,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 보기 어려운 테마가 그것이다. 

7가지 테마는 강의에서 학생들이 가장 흥미로워했던 것들로서, 최첨단 기술을 다루기에 신선하기도 하고 테마 자체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매력이 있기도 하다. 또한 책에서 다루는 테마들은 학자들이 현재 논쟁 중인 핫한 이슈들이다. 인지향상, 기억제거, 맞춤 아기, 로봇, VR, 포스트휴먼 등 다루고 있는 기술들이 모두 최신 기술이고 미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기술들인 것이다. 현재에는 맞춤 아기로 태어난 아이들이 세 명 정도 있지만, 미래에는 더 많은 맞춤아기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고, 기계가 인간 몸속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최근이지만, 미래에는 우리 몸의 대부분이 기계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이 책은 이렇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살아 있는 이슈들을 다룬다.

이 책에서 다루는 논쟁들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서로 팽팽한 편이다. 기억을 지우는 것이 옳은지, 유전자를 맞춤하는 것이 정당한지, 포스트휴먼은 공포스러운 것인지, 한쪽 말을 들으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고, 다른 쪽 입장을 들으면 또 그 말이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양측의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논쟁을 지켜본 사람들은 자연스레 양측의 견해를 참고로 해서 자신만의 입장을 만들게 되는데, 이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쓴 목적이기도 하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은 뇌신경과학 기술과 관련하여 뇌를 향상하는 약의 현황과 부작용 문제, 그리고 부작용이 제거되더라도 남는 윤리적 정당성의 문제를 고민하였다. 이 과정에서 불평등, 향상 목적 약물의 비도덕성을 비판하는 반대론과 치료/향상 기준의 모호성, 약의 유익성을 주장하는 찬성론의 첨예한 대립을 살펴보았고 이를 통해 똑똑해지는 약이 윤리적인 관점에서 옳은지를 성찰하였다.

2장은 뇌신경과학 기술을 통해 기억을 제거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기억을 지울 때 생길 수 있는 정체성 상실, 자율성 약화, 교훈 상실, 범죄와의 연루 가능성, 증인 회피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보았고, 그 반대 측의 견해로 라오와 샌드버그의 주장을 고찰함으로써 기억 제거의 정당한 측면을 검토했다.

3장은 유전공학 기술인 맞춤 아기 문제를 학자들의 찬반론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아이를 선물로 받아들이지 않고 유전자 맞춤을 하는 것은 부모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며, 이러한 태도가 만연해질 경우 겸손, 책임, 연대감이라는 도덕성이 무너진다는 샌델의 주장과 맞춤 아기 유전공학이 아이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하버마스 등의 반대론을 살펴보았고,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뷰캐넌, 해리스 등의 찬성론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맞춤 아기 유전공학의 부당함과 정당함이 각기 어떤 측면에서 나오는 것이고, 부모의 진정한 덕목은 어떤 것인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4장에서는 컴퓨터공학의 VR 기술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을 다양한 각도로 짚어보았다. 현실처럼 생생한 VR로 인한 가상현실과 현실 사이의 혼동, 다양한 자아의 출몰로 인한 정체성의 분열, 더 편리한 가상현실로의 도피, VR에서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상 범죄 등 가상현실이 우리에게 일으킬 심리적, 사회적, 윤리적 문제들을 검토했다.

5장은 로봇공학의 발전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고민했다. 로봇의 사용으로 줄어드는 인간의 일자리 문제, 윤리적인 로봇을 만드는 방법, 로봇에게도 권리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등 논란이 일으키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봤다.

6장에서는 그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행해져 온 동물실험의 정당성 문제를 철학자들의 논쟁을 토대로 살펴봤다. 인간과 동물의 동일한 이익은 동등한 비중을 두어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 싱어, 레이첼스 등의 반종차별주의와 이에 맞서 동물실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종차별주의자 간의 토론을 들여다보면서 동물실험에게 정의를 묻는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7장은 뇌신경과학, 유전공학, 컴퓨터공학, 로봇공학, 나노공학 등 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낸 포스트휴먼을 다루었다. 컴퓨터, 기계, 유전자, 인간의 생물학적 몸이 뒤섞인 존재인 포스트휴먼을 세 가지 시선을 통해 접근하고, 존엄성, 훌륭함, 인간 개념 해체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인간 존엄성이란 무엇이고, 인간/비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성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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