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유전단백체 분석...분자 고유 특성·생체경로 규명
상태바
환자 유전단백체 분석...분자 고유 특성·생체경로 규명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황대희 서울대 교수, 조기 위암 진단·치료법 기반 마련

- 조기발병 암 예후·예측 가능한 '마커패널' 제시

최근 만 45세 이하 젊은 사람들의 위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조기발병 위암은 우리나라 전체 위암의 약 15%를 차지하며,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잘되고 예후도 좋지 않지만 현재 최적의 치료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 조기발병 위암의 유전단백체 분석
▲ 조기발병 위암의 유전단백체 분석

이런 가운데 조기 위암의 유전단백체를 분석해 최적화된 진단·치료법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황대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의 영예를 안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3월 수상자로 황대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유전단백체 분석을 통해 조기발병 위암의 유전자·단백질 변이·수식화·발현량 등 분자 고유의 특성(시그니처)과 생체경로를 규명했다.

2006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연구자들이 생명의 설계도를 공개하면서 비로소 각종 질병과 노화의 원인을 이해할 기반이 마련됐다. 그로부터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생명과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이 시기 황 교수는 인체를 움직이는 분자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관심을 가졌다. 생명 연구를 향한 열정을 쏟은 결과 그는 유전체, 단백체와 같은 인체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네트워크 기반 주요 제어인자와 생체경로를 동정하는 시스템생물학적 방법을 개발했다.

그동안 조기발병 위암의 조기진단과 최적의 치료법 개발을 위해 동일 환자의 유전체와 단백체를 동시에 분석하는 유전단백체 연구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20여년간 몇 개의 주요 암 유전자 변이를 이용하는 진단·치료법이 널리 사용됐지만, 기존 방법은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백 명의 환자 시료를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질환관련 변이 및 발현량 변화를 보이는 유전자를 체계적으로 정하는 유전체 연구를 진행했다"며 "유전체와 단백체 데이터는 상호보완적인 정보를 제공해 동일 환자시료에서 유전체, 단백체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는 유전단백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 연구팀은 국내외 임상의 및 생체데이터 분석전문가와 협업해 조기발병 위암 환자 80명의 유전단백체를 수집했다. 이를 둘로 나눠 한쪽은 유전체 분석, 다른 쪽은 단백체 분석을 수행해 암 진단?치료 및 예후 예측에 사용할 수 있는 유전자 타깃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같은 조기발병 위암이라도 서로 다른 치료 반응을 보이는 4종류의 유형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각각의 유형은 증식, 면역 반응, 대사, 침윤 등 서로 다른 세포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분자의 생체경로에 기반한 조기발병 위암의 예후 예측 및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마커 패널'도 제시했다. 마커 패널은 단백질이나 D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뜻한다.

▲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3월 수상자로 선정된 황대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3월 수상자로 선정된 황대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황 교수는 "생체네트워크의 핵심 유전자와 단백질로 패널을 만들어 각 환자의 시료를 분석한다면 해당 환자의 예후가 좋을지 나쁠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 유전자와 단백질을 타기팅하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조기발병 위암의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조기발병 위암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구결과가 실제 임상에 적용되려면 다른 환자집단에서도 검증이 이뤄져야 하고, 검증된 핵심 유전자와 단백질이 실제 진단과 치료에 유효성이 있는지 실험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관련 분야 임상연구자를 비롯해 산업체들이 연구를 계속해 진단·치료제 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련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암연구 학술지 ‘캔서셀’(Cancer Cell)에 2019년 1월 14일자로 게재되기도 했다. 

황대희 교수는 "조기발병 위암의 유전자와 단백질을 찾아 발병?진행 관련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유전자와 단백질을 포함한 마커 패널을 통해 최적화된 조기발병 위암의 진단 및 치료법이 개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 원을 수여하는 시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