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읽는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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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읽는 사회학!
  • 최샛별 이화여대·사회학
  • 승인 2023.02.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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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우리는 왜 그 작품에 끌릴까』 (최샛별·김수정 지음, 동녘, 335쪽, 2022.12)

 

○ 고독한 예술가? 함께 만드는 예술!

‘예술가’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은 느낌을 풍기는 천재나 외롭고 고독한 은둔자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예술작품은 이러한 고독한 천재 예술가 개인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보는 영화나 TV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화가나 작곡가, 연주자, 시인들이 늘 골방이나 좁은 작업실에 홀로 지내며 밤낮없이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 속 모차르트가 한밤중에 불현듯 떠오른 악상에 따라 종이 위에 악보를 쉼 없이 그려내는 것처럼. 그러나 정말 예술이라는 것이 고독한 천재 예술가 한 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자칫 도발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질문은 역사 속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 눈에 띄지 않지만 예술작품이 만들어지고 소비되기까지의 과정에 참여하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다. 

2007년 1월 12일 아침, 미국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한다는 워싱턴의 랑팡 플라자 지하철 역에 수수한 청바지 차림에 긴팔 티셔츠, 야구 모자를 눌러쓴 한 사람이 출근길 시민들 앞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그가 연주한 곡들은 단순히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기엔 의외라 할 만한 것들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시작으로, 쥘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마누엘 폰체의 ‘에스트렐리타’에 이어 바흐의 ‘샤콘느’까지 총 6개 곡이었다. 그의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지던 그 시각 그곳을 지난 사람은 총 1,097명. 이 중 잠시라도 음악을 들은 사람은 7명. 그의 음악을 가장 오래, 감명 깊게 들었던 건 3살짜리 남자아이. 이날 번 돈은 도합 32달러였다.

사실 이 공연은 <워싱턴 포스트 선데이 매거진>의 요청으로 몰래 카메라까지 동원된 하나의 ‘실험 무대’였다. 이 거리의 악사의 이름은 조슈아 벨(Joshua Bell),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였다. 32달러를 번 벨의 정식 연주회 개런티는 그 당시 1분에 약 1000달러, 그가 이날 연주한 바이올린은 한화 약 40억에 달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였고, 불과 이틀 전 보스톤에서 치러진 그의 콘서트는 최하 13만원부터 시작하는 티켓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을 여러분은 어떻게 해석하겠는가? 어떤 이들은 일반 시민들이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보지 못했다며 이를 두고 ‘우이독경’이라 칭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다루기도 했다.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조금 더 예술사회학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조슈아 벨의 공연을 ‘예술’로 만드는 것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생산되며, 또 분배될까? 한 번 예술은 영원한 예술인걸까? 

벨이 무대장치를 담당하는 인력이 만들어 놓은 콘서트홀의 무대에서, 지휘자의 지휘 아래 교향악단 연주자들과 연주를 하는 것이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는 데 중요한 것이라면 무대장치 담당인력도, 포스터디자인 홍보 인력도 예술을 진짜 ‘예술’로 만드는 주요한 부분이 아닐까?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학은 예술은 하나의 ‘집합행동’으로 바라본다. 예술을 여러 사람들에 의한 집합적인 행동으로 간주하다는 것은 예술(작품)을 연구할 때 ‘결과’로서의 예술작품이 아닌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립된 천재 예술가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 여러 행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분배되며 또 소비되는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을 전제한다. 사회학은 예술에 대해 더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해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예술사회학에 관심을 갖는 많은 독자들의 지적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책이 많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예술사회학 분야의 책 자체가 많지 않다. 또한 출간된 책이 있다 하더라도 한국의 상황이나 사례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한국에 비해 예술사회학 분야의 논의들이 상당 부분 진척된 서구권 국가들의 경우, 일종의 고전과 같은 서적들이 존재하고 해당 저서들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고전’이다 보니 최근의 변화들을 포착해내는 데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서양의 예술작품들만을 사례로 활용하다 보니 한국 대중예술 분야 등의 사례가 빠져 있어 한국사회의 예술 영역에 대한 설명력이 떨어진다.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우리는 왜 그 작품에 끌릴까>는 기존의 예술사회학 고전들이 담고 있는 기초적인 이론적 내용들은 물론, 최근의 이슈들까지를 폭넓게 소개한다. 또 서양 예술 분야의 사례들과 더불어 한국 고유의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분야의 사례들을 동시에 다룸으로써, 기존에 출간된 저서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한계점을 보완하였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지레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회학이론을 가능한 쉽게 풀어썼고, 보충 설명을 더해 가독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 예술 분석을 위한 기본 틀: 문화의 다이아몬드

이 책에서는 예술 분석을 위한 사회학적 틀로 ‘문화의 다이아몬드(cultural diamond)’를 소개하고 활용한다. 미국의 문화사회학자인 웬디 그리스올드(Wendy Griswold, 1986)가 처음으로 고안하고, 이후 빅토리아 알렉산더(Victoria D. Alexander, 2003)에 의해 보완된 문화의 다이아몬드는 예술을 사회 속에 위치시켜 예술작품을 비롯한 그것의 생산, 분배, 소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사회와의 관계를 살펴보는데 매우 유용하다. 문화의 다이아몬드(<그림1>)는 ‘예술’로 요약될 수 있는 <문화> 영역과 예술작품의 창작과 관련된 <생산> 영역, 예술작품의 향유와 관련된 <소비> 영역,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는 <사회>라는 네 개의 꼭짓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분배> 영역은 중앙에 위치한다.

문화의 다이아몬드가 갖는 가장 큰 의의는 예술과 사회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여러 관계들을 한층 확장된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점이다. 문화의 다이아몬드가 고안되기 이전의 연구들은 생산이나 소비, 분배 등의 측면을 고려하지 못했으며, 그에 따라 사회가 지닌 여러 특징들이 직접적으로 예술작품에 반영되어 있거나, 혹은 그와 반대로 예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만을 부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문화의 다이아몬드라는 새로운 분석틀에 따라 예술작품이 예술세계(생산, 분배, 소비) 및 우리 사회와 맺고 있는 관계들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영역과 주제들에 대한 연구를 집적할 수 있다. 문화의 다이아몬드는 예술과 사회를 둘러싼 관계들 전반을 이해하는 데 뛰어난 학문적 통찰력을 제공하지만, 이를 알고 이해하는 데는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아 초심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 <예술의 사회학적 읽기: 우리는 왜 그 작품에 끌릴까>의 구성

이 책은 문화의 다이아몬드의 틀을 기반으로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지는 예술 개념의 역사와 예술 개념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여(I부), 예술과 사회가 맺고 있는 관계들에 관한 이야기(II부), 예술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의 생산과, 예술을 소비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III부), 그리고 문화의 다이아몬드를 적용한 예술 분석 사례들(IV부)을 차례로 살펴본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예술사회학이라는 분야에서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론적·방법론적 지식과 흥미로운 예시들을 담고 있음은 물론이고, 예술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질문들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열쇠들을 품고 있다. 예술사회학이라는 분야에 호기심을 갖는 예비 학자들, 예술과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은 독자들, 좀 더 심도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예술 소비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은 독자들, 앞으로 예술 관련 분야로 취업을 꿈꾸는 독자들 모두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샛별 이화여대·사회학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현상은 문화의 프리즘으로, 문화예술은 사회학의 프리즘으로 분석하기를 즐기며, 연구와 강의도 하고 있다.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 연대기: 세대 간 문화 경험과 문화 갈등의 자화상》, 《문화사회학으로의 초대: 예술에서 사회학으로》, 《현대문화론: 문화사회학자가 본 일본의 현대사회》, 《문화분석: 피터 버거, 메리 더글러스, 미셸 푸코, 위르겐 하버마스의 연구》 등 100여 편의 책과 논문을 쓰고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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