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교수노조, "대학 강사의 강의시간은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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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교수노조, "대학 강사의 강의시간은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다"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 승인 2023.02.0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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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성명서]


대학 강사의 강의시간은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다


비전업 시간강사들의 강의료 차등 지급과 관련한 2심 판결이 나왔다. 1심과 달리 미지급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3년 서울지방법원의 판결 이후 대학 강사의 근로시간을 강의시간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는, 즉 강의시간이 곧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년간 지속된 법원의 판결 취지를 부정하는 퇴행적 판결이다. 

대학의 강사들은 강의시간에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와 자료수집, 수강생의 평가 및 그와 관련한 학사행정업무의 처리 등을 해야 하며, 또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대학강사들은 바로 이 점을 대학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였으며, 수십년 동안 이를 위해 싸워왔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는 강의시간 외의 그 시간도 계약을 체결할 때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일개 강사가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대학이 제시한 소정근로시간을 부정하고 협의를 했어야 한다고? 그 현격한 지위의 차이로 인해 대학과 도무지 협의를 할 수 없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한 것인데 오히려 이번 재판부는 일개 강사에게 그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부는 이들 시간강사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과목을 강의했고 따라서 강의, 시험 출제 및 채점 등에 관하여 상당한 정도로 숙련되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강의준비 및 학사행정업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들이 근로한 시간이 주당 15시간 미만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다. 아무리 숙련된 강사라도 매번 최선을 다해 강의를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평가해야 학생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 이는 숙련된 판사라고 해서 최선을 다해 판단하지 않으면 이번 판결처럼 끔찍한 오판을 하게 되는 것과 같다.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수당과 주휴수당 지급 대상을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번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이 그 지급 대상의 "기준을 일정한 수준 이상의 근로를 실제로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수준의 근로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즉, 대학과 강사 간의 계약이 불평등하건 안하건 일체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부는 일개인의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자리에서 계약을 맺는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헌법에서 노동권을 보장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번 판결은 무게를 달기도 전에 이미 기울어진 저울이었다. 

이번 판결은 대학 강사의 노동에 대한 재판부의 이해가 낮아서 나온 판결이다. 아니다. 대학과 강사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나온 판결이다. 아니다. 불평등 계약이 전혀 없는 상태를 전제한 것이니 인간세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판결이다.


2023. 2. 2.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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