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과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
상태바
코로나19 이전과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
  •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1.30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경찬 칼럼]

정부가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함에 따라, 대학 캠퍼스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 여러 변화들이 보일 것 같다. 아직은 코로나19를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과거로 그냥 돌아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주고 있는 다양한 메시지를 깊이 있게 읽으며, 2020년 초처럼 갑자기 닥칠 수 있는 미래 변화들에 새롭게 대비해야 한다.   

지구촌 인류는 지난 3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팬데믹과 4차산업혁명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고통과 변화들을 직접 경험하였다. 이번 겨울에도 유례없는 ‘영하 62도’ 한파와 따뜻한 날씨라는 극단적인 이상기후를 동시에 접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은 물론 여러 재앙을 겪게 할 수 있으며, 다음 세대에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를 동시에 100% 비대면 사회로 바꾸며 일상의 생태계를 급격히 변화시켜왔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팬데믹,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저출산이라는 큰 과제도 안고 있다. 기후재난에 적극 대응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하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일자리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해나가며,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여 저출산 시대의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은 결국 사람이 풀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상을 바르게 세우고,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교육시스템과 사회 환경을 시급히 만들어가야 할 때다. 이는 대학은 물론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추구하는 가치, 목표, 운영시스템 등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을 근원적으로 크게 바꿔야 하는 일이다. 

이제는 우리 대학의 기능과 역할의 범위가 달라져야 한다. 기존의 지식 전수와 지식 창출을 넘어, ‘지속가능’, ‘디지털 전환’, ‘지구촌 화합’을 비롯한 대한민국과 지구촌이 직면하는 과제들로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에 대한 공감력(empathy)과 문제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 지도자를 키우는 일이다. 유럽대학들은 이미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유럽대학연합(EUA)은 10년 후를 바라보며 대학 간, 국가 간의 벽을 없애고 모두 ‘지속가능’을 교육과 연구에서 다루어야 할 핵심과제로 삼고 이를 대학의 미션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연구에 대한 평가는 성과의 질과 더불어 실질적인 ‘영향력(impact)’에 초점을 맞추도록 혁신해가고 있다. 

이제는 대학의 교육 방향과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우리 학생들은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살아가며 여러 번 바꾸게 될 직업, 일자리들에 대비해야 한다. 전공지식도 중요하지만, 그 효용성은 길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대응 역량’, 즉 앞으로 만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도전할 수 있는 기초체력과 융합적 태도를 갖춘 인재로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을 펼쳐나가게 하는 맞춤형 교육의 틀에서 스스로 학습하며 질문을 만들고 해결해나가는 자기 주도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로 키워야 한다.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이제는 대학 구성원 개개인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학생은 기본적으로 본인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는 가르치는 위치에서, 학생의 자기주도력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 역할을 바꿔야 하며, 대학은 이를 큰 업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대학은 교실에서 배운 내용과 사회 현장이 연계되도록, 교육시스템을 개인별 맞춤형 학습과 더불어 하나의 팀으로 상호작용하며 사회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 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지식 중심의 교육시스템은 내려놔야 한다.  

대학과 교수는 이제 학생 개개인의 미래에 대해 더욱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졸업생 한 사람의 역량과 역할에 따라 미래가 지속가능해진다. 기성세대의 미래 설 자리도 학생들에 달려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대학 공동체가 교수 중심, 교권 중심의 사고에서 학생의 권리를 더 고민해야 한다. 학생은 등록금을 받아 대학을 유지, 운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대학의 존재 이유이어야 한다. 대학은 학생 성공(student success)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성공’의 의미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학생이 ‘오고 싶은 대학’을 만드는 일이다.

이제는 4년제 '대학'의 개념, 존재 형태와 운영방식이 새로운 방식으로 달라져야 한다. 고등교육 생태계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4년제 대학이 지식전달 기관으로서의 독점적 위치를 지키기 어렵게 되었다. 이미 구글, EdX, Udacity, 삼성청년SW아카데미 등 기업들이 단기과정(3개월~1년)의 교육으로 4년제 대학 졸업장 이상의 전문성을 인정받게 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이들이 제공하는 자격증, 수료증, 나노 학위를 많은 기업들이 인정하며 인재들을 양성, 채용하고 있다. 또한 IBM, 델타항공, 메릴랜드주 등은 채용영역에 따라 4년제 학사학위를 요구하지 않고, ‘스킬’과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은 학제, 전공영역, 학습방식을 선제적으로 시대적 요구에 맞춰 혁신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규모의 세계 고등교육 시장을 글로벌 기업들에게 내주는 일이 될 것이다. 특히 4년제 대학의 강점인 ‘연구에 기반을 두는 교육’, ‘교양기초교육’, ‘캠퍼스 및 비교과 활동 경험’을 더욱 내실화, 활성화시켜 경쟁력을 키워 사회에서 일반 대학의 교육을 선호하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을 활용하는 글로벌 전략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제는 대통령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감사원, 국회, 언론 등의 대학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등록금은 15년째 동결하며, 전국의 대학들을 획일적으로 관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사고와 명분의 틀로 대학을 관리하면 희망이 없다. 결국은 학생들만 희생양이 되고, 학생 개인은 물론 국가 미래에 대한 큰 손실로 이어진다. 모든 대학이 국가와 지구촌의 미래가 달린 공공재이다. 사립대학에서 양성되는 인재, 창출되는 지식도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다. 이제는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규제를 풀고 각 대학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여 특성을 만들어가도록 일단 적극 신뢰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문명사적 시대 변화에 예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물론 지구촌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특히 미래 세대를 생각해줘야 한다. 기성세대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현안에만 몰입하는 우리 모습을 성찰하며, 코로나19 이후 더욱 위기감을 키운 팬데믹, 4차산업혁명,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 목표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책임져야 할 인재, 지도자들을 양성하며, 시대적 과제들을 풀어가는 지식과 지혜를 창출하는 대학이 능동적인 사명감을 가지고 앞장서야 한다. 모두가 산업화 과정에 가졌던 기존의 경직된 사고와 행동 관습, 그리고 기득권 유지의 틀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다음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나름대로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연세대 수학과 명예교수로 연세대 대학원장, 대한수학회 회장, 국제퍼지시스템협회(IFSA) 집행이사 및 부회장,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과학기술분과 의장, 포스코청암재단 이사, 국무총리 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과실연 명예대표, 태재학원 감사,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자문위원회(SAB)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