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발전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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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발전방안은?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1.2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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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고등교육현안]

 

                                                          사진=한국교육평가센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해 말 <2022 고등교육현안 정책자문 자료집>을 발간했다. 자료집에는 3편의 연구 보고서, ▲ 숙명여대 송기창 명예교수의 ‘반값 등록금 정책의 성과와 과제’ ▲ 중앙대학교 이희수·윤선응 교수의 ‘고등교육기관의 고등평생교육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과제’ ▲ 가천대학교 오대영 교수의 ‘한국 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발전방안 연구’가 담겼다. 

이 중 우리 대학 융합교육의 현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오대영 교수의 연구보고서 ‘한국 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발전방안 연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우리나라의 융합교육 역사와 유형

정보화 시대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해 사회현상을 설명해온 기존 전통이론의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관점과 미래 예측을 위한 학제 간 융합연구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이는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분과학문으로는 현상의 이해와 문제해결 능력이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4차 산업혁명은 연결과 융합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기술과 신산업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대학의 새로운 업무는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4차 산업시대의 인재는 융・복합 능력, 문제해결능력, 전인적 능력, 협업과 소통능력,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교육을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대학이 공급하는 인력과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의 불일치 현상, Skill-Gap 현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교육과 지식의 변화 속도’와 ‘고등교육 시스템 파괴’는 대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아 대학에서도 융합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2000년대 들어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취지 아래 융합전공, 연계전공, 융・복합전공, 연합전공, 자기설계전공 등의 이름으로 많은 대학에서 융합교육이 시작되었다.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정부는 2011년  융합교육정책을 도입했으며, 2017년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대학들이 과거보다 쉽게 융합전공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융합전공의 개념은 ‘학제와 학제 간 통합’과 ‘융합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분류되는데, 후자로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융합교육 실천방법에서도 여러 학문 분야를 종합한 통합적인 ‘내용 지식(subject knowledge)’을 전수하는 교육보다는 학생들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역량인 ‘과정 지식(process knowledge)’을 갖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국내 대학의 융합교육 형태를 실증 조사한 결과, 복수 학과가 융합전공 과정을 공동 운영하는 유형, 단일 학과・학부 내에 융합전공이 개설되는 유형, 복수의 융합학과로 융합대학을 설치한 유형, 여러 학과의 연구를 융・복합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소 유형, 대학들이 연합한 공유대학 형태 등이 있다.


■ 국내 대학의 융합교육 현황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고등교육기관(대학, 대학원, 전문대, 기능대학)의 2019~2022년 융합학과 자료를 분석했다.

▶ 신설과 폐과 현황

∙ 고등교육기관에서 개설된 융합학과의 수는 2019년 903개, 2020년 1170개, 2021년 1309개, 2022년 1392개로 매년 증가했다. 개설학과의 전년대비 증가율을 2020년 29.6%, 2021년 11.9%, 2022년 6.3%이었다.

∙ 폐과되는 융합학과 숫자는 2019년 337개, 2020년 398개, 2021년 542개, 2022년 722개로 매년 증가했다. 폐과 수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2020년 18.1%, 2021년 36.2%, 2022년 33.2%로 증가했다. 전년도 개설학과 대비 다음해 폐과된 학과의 수를 따진 폐과율은 2020년 44.1%, 2021년 46.3%, 2022년 55.2%로 매년 증가했다. 

∙ 융합학과의 신설과 폐과 현상이 매우 심하게 발생했다. 융합학과 설립 과열 붐이 일면서  혼돈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개설 융합학과 증가율은 둔화하고, 폐과되는 융합학과의 증가율은 커져서 융합학과 거품이 걷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대학, 전문대에서도 유사했다. 

▶ 계열, 학과별 개설 현황

∙ 전체 고등교육기관에서 개설된 융합학과의 5대 계열별 비중은 매년 공학 > 인문사회 > 자연과학 > 예체능 > 의학의 순으로 많았다. 매년 공학계열이 60% 안팎으로 많았지만, 공학 계열의 비중은 매년 줄고 인문사회 계열의 비중은 증가했다. 공학 계열이 주도하던 융합학과가 인문사회, 예체능 계열로 확산되고 있었다. 

∙ 표준분류계열 소분류 기준으로 보면 전체 고등교육기관에서는 총 108개 분야의 융합학과가 개설되었다. 매년 정보・통신공학, 응용소프트웨어공학, 전산학・컴퓨터공학 등 컴퓨터, IT 분야 학과가 가장 많았다. 인공지능(AI)공학 학과는 2021년까지는 없었으나 2022년에 24개 학교에서 신설되어서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융합교육이 가장 활발했다. 인문사회 계열에서는 경영학, 사회복지학, 교육학, 경영정보학, 문화・민속・미술사학, 영상학 분야에서 많았다. 예체능 계열에서는 디자인, 체육 등의 학과에서 융합교육이 많았다.

▶ 융합학과 이름 분석 

∙ 2019~2022년에 전체 고등교육기관들이 개설한 융합학과의 이름은 총 1358개였다. ‘AI융합교육전공’이 21개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 ‘인공지능융합학과’, ‘AI융합학과’, ‘AI융합학부’, ‘인공지능융합교육전공’ 등에서 보듯이 ‘AI’와 ‘인공지능’이 가장 인기 있는  단어였다.

∙ 전문대에서는 ‘IT융합비즈니스’, ‘뷰티융합’, ‘스마트융합기계’가 많았다. ‘AI’, ‘인공지능’보다는 전공분야와 융합 단어를 합친 학과 이름이 더 인기 있었다. 전문대는 실용중심 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 계열별 융합학과 폐과 현황

∙ 전체 고등교육기관에서 폐과된 융합학과의 계열을 보면, 매년 공학 > 인문사회 > 자연과학 > 예체능 > 의학 계열의 순으로 많았다. 공학 계열이 매년 61%대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인문사회 계열도 매년 증가했다. 

∙ 표준분류계열 소분류 기준으로 보면 전체 고등교육기관에서는 2019~2022년에 84개 분야의 학과가 사라졌다. 매년 정보・통신공학, 기계공학, 응용소프트웨어공학, 전산학・컴퓨터공학 등 공학계열에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경영학, 디자인, 에너지공학, 생명과학학과 등에서  많았다.

■ 고등교육기관의 융합 특성화 프로그램 현황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고등교육기관(대학, 대학원, 전문대, 기능대학)의 2019~2021년 융합 특성화 프로그램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 융합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현황 

∙ 3년 동안 2179개의  프로그램이 수행되었다. 2019년 626개, 2020년 732개, 2021년 821개로  매년 증가하였다. 고등교육기관별로는 대학 1534개(70.4%), 전문대 639개(29.3%), 대학원 3개(0.1%), 기능대학 3개(0.1%)였다. 

∙ 대학이 수행한 프로그램은 2019년 434개, 2020년 526개, 2021년 574개로 증가했다. 전문대가 수행한 프로그램은 2019년 190개, 2020년 204개, 2021년 245개로 늘었다.

∙ 융합 특성화 프로그램을 1개 이상 수행한 대학은 2019년 81개, 2020년 87개, 2021년 92개교로 증가했다. 공시된 전체 대학(223개)을 기준으로 프로그램 수행 대학의 비율은 2019년 36.3%, 2020년 39%, 2021년 41.3%이었다. 전문대는 2019년 24개, 2020년 26개, 2021년 33개로 증가했다. 전체 전문대를 기준으로 전문대 비율은 2019년 16.3%, 2020년 17.9%, 2021년 22.8%였다. 

융합 특성화 프로그램 수행 대학과 전문대는 매년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약 58%의 대학과 77%의 전문대는 수행하고 있지 않았다. 고등교육기관들 사이에 융합교육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활발하다고 할 만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 계열별, 학과별 현황 

∙ 전체 고등교육기관을 보면 매년 공학 > 인문사회 > 예체능 > 자연과학 > 의학 계열의 순으로 융합 특성화 프로그램 수가 많았다. 공학계열의 비중은 40~50%대로 매우 많았다. 인문사회계열은 20%대이었으며, 예체능과 자연과학 계열은 10%대이었다. 공학계열의 비중은 매년 줄고,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계열의 비중은 증가했다. 

∙ 표준분류 소분류 기준으로 보면 대학에서는 3년 동안 117개 분야에서 융합 특성화 프로그램이 수행되었다. 2021년에는 전산학・컴퓨터공학 41개, 정보・통신공학 35개, 디자인 26개, 응용소프트웨어공학 23개, 기계공학 22개, 전자공학 18 개로 많았다. 중등자연과학교육(13개), 행정학(13개), 중등언어교육(11개) 분야도 눈에 띄었다 전문대에서는 3년 동안 63개 분야에서 수행되었다. 2021년에는 정보・통신공학(26개), 전산학・컴퓨터공학(10개), 전자공학(8개), 응용소프트웨어공학(8개) 등 IT, 컴퓨터 분야에서 많았다. 대학보다는 디자인(17개), 유아교육(15개), 자동차공학(7개), 사회복지학(7개), 관광학(7개), 피부미용(7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았다.

■ 국내 융합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문헌조사, 언론보도 조사, 실태조사, 설문조사 등을 통해서 국내 융합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 문제점 

∙ 외형적으로만 융합교육 간판을 내걸었을 뿐, 실제 교육내용은 융합교육이 아닌 경우이다. 대학이 치밀하게 준비해서 만들기보다는 학생모집, 학교홍보 등을 위해 시대 조류에 편승하거나 정부사업 수주, 외부 평가 등 외부적 요인을 위해 졸속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 매년 개설되는 융합학과와 없어지는 융합학과가 많다. 개설되는 융합학과의 증가율은 둔화되는 반면 폐과되는 학과의 증가율이 커지는 현상은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융합학과가 많고,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학과간, 대학간 장벽이 커서 융합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대학 입학 전까지 주입식, 암기식 교육을 받아서, 스스로 융합적인 교육을 설계하고 융합교과를 수용할 수 있는 학습역량과 마인드가 부족하다.

∙ 대학의 행정, 재정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 융합교육의 개선 방향

∙ 정부와 대학 차원의 지속적인 재정적, 정책적 지원과  융합연구에 대한 개방적, 능동적, 탄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오래 전부터 대학에서 융합교육을 발전시켜온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정부와 대학들의 융합교육 정책과 모델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대학 졸업생의 절반 가까이가 융합 전공에서 배출될 정도로 융합교육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는 일본 연구력의 기반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부터 중요한 대학교육 정책으로 문・이과 융합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해 많은 국립대에서 문・이과 융합학과, 학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 대학은 융합교육을 대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적극 수용하고, 교육목표에 반영해야 한다. 

∙ 융합교육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이 보다 전향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융합적 사고와 학습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 대학의 융합교육 과정이 학습자의 내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명확한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치밀하게 편성되어야 한다. 현장과 연계된 실제 문제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현장 중심적, 학생 중심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 대학의 학과중심주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 4차 산업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 환경에 대학이 빠르게 조직과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등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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