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의식 진화는 ‘개인’과 ‘시대’의 당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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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 의식 진화는 ‘개인’과 ‘시대’의 당면 과제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1.22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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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키호테, 햄릿, 파우스트: 인간 의식 진화의 세 단계 | 로버트 A. 존슨 지음 | 이주엽 옮김 | 동연출판사 | 115쪽

 

융이 말년에 전념했던 주제 ‘인간의 새로운 진화’, 즉 3차원에서 4차원으로 의식을 변화하는 문제에 관한 책이다. 융은 4차원 의식으로 진화한다는 것은 메마른 사막을 건너고, 어두운 밤이 걷히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저자는 우리에게 융이 얘기하는 인간 의식의 진화 단계와 궁극적 지향점인 4차원 의식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고전 문학의 전형적 인물인 돈키호테, 햄릿, 파우스트를 통해 들려준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전형적인 2차원 인물이다. 단순한 의식을 지닌 채 풍성한 내면세계에서 행복을 찾지만, 현실을 희생한 결과 외부 세계의 실패자로 전락하고 마는 경우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전형적인 3차원 인물이다. 분열된 의식을 지닌 채 늘 불확실함에 시달리며 사는 그의 모습은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어떤 이슈에 대해 혐오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며 그저 말만 할 뿐인 햄릿의 모습은 복잡한 3차원 인간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마비된 채로 사는 3차원 의식에서 깨달음의 4차원 의식으로 나아가는 여정의 대변인이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이다.

잃어버린 젊음을 붙잡기 위해 머리를 염색하고,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옷을 입고, 주름을 없애는 수술을 하고, 온갖 운동기구를 사들이며 탄탄한 몸매에 집착한다. 이런 중년에게 우리가 사는 물질 사회는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저자가 융 심리학에 비춰 볼 때 이 사람은 햄릿처럼 고뇌하던 젊은 날을 지나 파우스트 1부의 파우스트 박사처럼 불행과 고통을 향해 가는 중이다. 물론 본인은 비극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말이다. 저자는 이미 지나가 버려 손에 넣을 수 없는 시공간을 움켜쥐려 한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한다. 실제 많은 사람이 물질적인 것에 매달리지만 결국 우울과 비참함을 느낄 뿐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갈망은 뭔가를 채우거나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의식으로 작동해야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궁극의 목적지, 파우스트 2부의 깨달은 인간인 4차원 파우스트처럼 나아갈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자신이 처한 단계를 제대로 의식화할 수만 있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발판은 마련된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때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법과 질서, 정의 같은 남성성을 은총과 사랑 같은 여성성으로 대치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복잡한 갈망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3차원 인간도 파우스트 박사처럼 사랑과 은총의 힘으로 무의식을 의식에 통합하여 천국(마음의 평화, 일상의 행복)에 연착륙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여기서 사랑과 은총은 외면이 아닌 내면에 집중할 때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융이 얘기하는 4차원 의식은 인류 진화의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새로운 능력이라고 얘기한다. 그렇기에 4차원 의식은 매우 드물고, 나타나더라도 약하며, 쉽게 잃을 수 있다. 지금 물질 세상에서 4차원 의식을 지녔다는 건 신화에나 나올 법한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면 그 4차원의 심리적 공간에 들어갈 능력으로 입증된다고 얘기한다.

더불어 3차원 의식을 지닌 대다수 사람이 4차원으로 의식을 이행하는 건 무척이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러한 의식 진화는 필수라고도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인사적으로든, 문명사적으로든 변곡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오로지 행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성취하는 데 전념하는 물질문명이 쏟아내는 온갖 위기를 넘겨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 문명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자 융 박사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내면에서 필요한 진화를 이뤄내는 사람의 수가 충분하다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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