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일본의 전쟁 … 원인과 과정, 그리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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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의 전쟁 … 원인과 과정, 그리고 영향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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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제국 일본의 전쟁 1868-1945 | 박영준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428쪽

 

이 책은 한국 학자가 쓴 근대 일본의 전쟁에 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서로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국가 형성에 성공한 일본이 청일전쟁을 기점으로 거의 10년마다 전쟁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한 원인과 과정, 그리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기에 걸쳐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아시아·태평양전쟁 등 6차례에 걸쳐 연속적으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관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전쟁들이 어떠한 원인과 방식에 의해 수행되었는가를 검토하는 작업은 현대 일본의 외교안보정책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도 하나의 준거점이 될 수 있다.

총 10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제1장은 근대 일본이 이러한 전쟁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케네스 왈츠의 분석틀을 원용하여 인간, 국가, 그리고 국제관계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첫째 원인은 인간의 요소와 관련하여 각 시기별로 일본 내에는 야마가타 아리토모, 이시와라 간지, 고노에 후미마로 등의 팽창적 국가전략을 갖는 정치 및 군사지도자들이 전쟁을 국가의 정책수단으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것이다. 둘째 원인은 국가의 관점에서 제국 육군과 해군이 당대 첨단의 군사력을 건설하고, 이러한 군사력을 가상 적국에 대해 선제공격의 목적으로 운용할 것을 정하는 공격적 군사전략을 입안하였다는 것이다. 1907년에 제정되고, 1918년, 1923년, 1936년 각각 개정된 바 있는 「제국국방방침」이 그러한 육해군 합동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들이고, 이러한 국가전략에 따라 일본은 각 시기의 가상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첨단의 군사력을 건설하려 하였다. 셋째, 국제관계의 관점에서 본다면, 각 시기의 일본을 둘러싼 국제질서에서 일본의 전쟁도발을 방지할 수 있는 다국간 국제기구나 제3국의 중재역할이 부재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본이 가상 적국을 포함한 국제질서를 적대적으로 보는 폐쇄적 인식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한편, 6번에 걸친 전쟁수행에서 일본적 전쟁수행방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특성으로는 첫째, 상대국가에 대해 최대한의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육해군의 군사전략이나 군사력 건설에서 중요하게 활용하였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둘째는 육군과 해군 간의 합동작전 준비가 잘 이루어졌다는 것이며, 셋째 특성은 육군과 해군뿐 아니라 천황을 정점으로 대본영이 조직되어, 전쟁수행에 필요한 정치, 외교, 경제적 지원이 이를 통해 상호 협의되고 조달되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동맹국인 영국 등과의 협조가 긴밀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 같은 요인들에 의해 청일전쟁에서부터 중일전쟁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군사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전쟁 기간 중에는 전장의 광역화, 전략가의 부재 속에서 대본영과 천황에 의한 전쟁지도의 미숙함, 첨단 과학기술 수용에 대한 소극적 자세 등이 결부되면서 결국 패전의 운명을 감수해야 했다.

제2장에서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에서 이와쿠라 도모미, 오쿠보 도시미츠,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에 의해 어떠한 국가건설의 전략구상이 모색되었고, 육군과 해군 등 근대적인 군대가 이러한 국가전략 구상과 어떻게 연동되어 형성되었는가를 살펴본다. 제3, 4장에서는 야마가타 아리토모와 이토 히로부미의 국가전략 구상에 중점을 두면서, 이들 구상 속에서 동아시아와 청국의 종주권 질서가 어떻게 인식되었고, 그 속에서 일본의 국가적 이익 추구를 위한 외교와 군사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되어 갔는가를 고찰한다.

제5장에서는 삼국간섭 이후 일본 내에서 대두하던 대러 경계론을 살피고, 특히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주도에 의해 러시아와 대항하기 위한 영국과의 동맹론이 본격화되는 양상을 전쟁의 배경으로 살펴본다. 제6장에서는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 시 일본이 동맹국이었던 영국의 요청으로 중국의 산동반도 방면과 남태평양 방면, 그리고 급기야는 지중해 방면에 해군을 파견하면서 참전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또한 참전과 전승의 결과 획득하는 남태평양 지역에서의 신탁통치 양상을 검토하고, 전쟁 과정 중 중국 및 한반도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전개되어가고 있었던가를 살펴본다.

제7장에서는 1920년대 다이쇼 데모크라시 하에서 국제협조주의와 민주주의를 구가하던 일본이 1920년대 후반 이후 어떻게 해서, 국제연맹과 주요 강대국들과의 협조 외교에 균열이 발생하게 되었는가를 검토한다. 제8장에서는 중국과 전쟁에 돌입하게 되는 원인과 그 전개 과정을 검토한다. 그리고 1937년 이후 1945년까지 장기전적인 양상으로 진행되던 중일전쟁 수행 과정에서 일본의 전쟁자원 동원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이와 연동하여 식민지 정책에서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났는가도 고찰한다.

제9장에서는 일본이 결국 미국을 가상적으로 상정하면서, 전쟁을 통해 양국 간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려는 정책을 결정하게 된 정책결정 과정을 고찰한다. 그리고 미국과 전쟁을 수행하면서, 영국, 네덜란드, 중국을 적으로 돌려버리고, 반면 독일 및 이탈리아와 동맹을 체결하는 경과를 살펴본다. 아울러 대미전쟁 과정에서 점령하는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일본이 행하는 식민지 정책도 전체적으로 비교, 검토한다.

근대 일본의 전쟁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러 민족과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현대 동북아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도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그동안 국제학계에서 근대 일본의 전쟁에 관해서는 주로 일본학자들의 저서나 영미권 학자들의 저서가 많이 사용되어 왔다. 이 책은 한국 학자에 의한 근대 일본의 전쟁에 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로서도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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