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위기극복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상태바
지역대학 위기극복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3.01.22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송우 칼럼]

정부가 지역대학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그 동안 중앙정부가 가졌던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2025년부터 전국에 있는 지역대학 지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기로 했다. 여당은 연초에 국회에서 제7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당정은 지역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이 동반협력 관계로 선순환 발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자체 주도의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대학 지원과 관련한 권한은 지방으로 이양·위임하기로 했다. 올해는 5개 안팎 시·도에서 시범적으로 권한 이양·위임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지방대 육성법도 연말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그 동안 제기된 지역대학 소멸위기에 대한 다양하고 강도 높은 문제 제기에 비하면, 뒤늦은 감이 있다. 그런데 아직은 방향성만 제시되었을 뿐 구체적인 지역대학 위기극복 방향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태이기에 지역대학들은 주체적으로 이의 구체적 실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우선 이 과정에서 지역대학들은 국•공•사립대학 관계없이 하나의 지역대학연합체를 구성해서 지역대학이 처해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극복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대학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자체 그리고 지역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의 집단지성체가 되어야 한다. 이 방안 마련은 단순히 중앙정부의 예산을 얼마나 더 받아오느냐 하는 예산 타령보다는 지역대학들이 어떻게 지금의 위기 상태에 놓인 지역을 제대로 회생시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현안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이 작업은 일차적으로 그 지역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지역이 동일한 하나의 전략으로 지역대학을 살려낼 수는 없다. 그 지역의 산업구조, 인구, 역사, 자연환경 등 다양한 물적 토대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바탕 위에 그 지역만의 특성과 미래적 비전이 결합된 지역 정체성을 먼저 세워야 한다. 이 바탕 위에서 지역대학이 이 정체성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지역대학들이 이제는 그 역할을 과감하게 분담하는 협의가 필요하다. 이에는 기존의 지역대학들이 유지하고 있는 학과나 특성을 포기하고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인재양성을 위한 현실적인 학과 재편성이 필요하다. 지역대학의 통폐합도 적극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지역의 국•공•사립대학들이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학의 체질을 개혁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그 지역의 정체성에 바탕을 둔 인재를 키워내는 지역을 살리는 교육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혁신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의 상태로만 본다면, 지역대학들이 이러한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지역대학의 위기극복을 통한 지역소멸의 극복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앙정부가 지역대학이 중앙정부로부터 받아오던 정부예산을 지자체로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지자체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아주 중요한 지역대학 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자체가 지역의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대학과 한 몸으로 힘을 합쳐 헤쳐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뿐만 아니라 그 동안 지역대학의 발전에 지자체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책무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이양하는 대학예산만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자체도 중앙정부에 못지않은 대학재정을 확보하여 지역대학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지자체가 지역대학에 더 많은 책임을 지고, 투자하지 않으면 지역소멸을 막아내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지역대학이 소멸되면, 자연 지역의 미래 역시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의 참담한 지역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정된 2025년이란 시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역대학들은 지금 바로 지역대학 연합체를 구성해서 지역대학을 살릴 방법을 지자체와 함께 찾아 나서야 할 시간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