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인생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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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을 살고 있을까?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1.18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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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16쪽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이자 의료인류학자인 이현정 교수가 한국 사회의 욕망과 개인의 삶의 관계를 분석한 책이다. 한국과 중국의 자살, 우울증, 재난 트라우마 등 사회적 고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온 저자는 책에서 한국 사회의 타인 지향적 삶에 대한 사회문화적 고찰은 물론 사회에 만연한 우울과 불안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왜 대다수 한국인은 삶의 기준을 타인에게서 찾으며 천편일률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등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한국 사회는 부족사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성원의 관심사, 목표, 바람 등이 모두 엇비슷하다. 열다섯 살이면 중학교 2학년이어야 하고, 스무 살이면 대학에 입학해야 하며, 결혼하면 집을 사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처럼 생애주기별로 빡빡하게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생애 단계마다 임무가 주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해진 나이와 정해진 시간에 ‘해야만 하는 것들’을 행하지 않는 삶은 어딘가 문제가 있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처럼 인식된다. 이처럼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이 진정 나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저자는 ‘몸’, ‘가족’, ‘젠더’의 문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경멸과 혐오의 문화를 살펴봄으로써 개개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몸’, ‘가족’, ‘젠더’라는 렌즈를 통해 사회와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타인의 평판과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적 불안을 짚어보고 타인의 기준을 내면화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는 나아가 타인에 의해 이끌리는 삶을 벗어나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돕는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욕망은 특정 목표를 성취하는 긍정적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욕망이 자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대, 사회의 압박에 의해 주입된 것이라면 이는 삶을 불안하고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를테면 ‘착하다’라는 수식어가 몸을 꾸며주게 될 때, 우리 사회는 몸을 ‘착한 몸’과 ‘그렇지 않은 몸’으로 구분한다. ‘착한 몸’은 사회적 기준이자 자아를 드러내는 지표로서 기능하며, ‘그렇지 않은 몸’은 사회적 압박을 받는 환경에 놓인다.

이는 비단 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타인의 시선이 주는 억압과 갈등을 책에서는 몸을 향한 시선뿐만 아니라 ‘고정화된 가족 내의 역할’에서부터 ‘정상가족’, ‘가족주의 문화’, ‘젠더 갈등’, ‘세대 갈등’에 이르기까지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틈새에서 그 원인을 찾으며, 다양한 사례와 통계를 바탕으로 타인의 기준과 욕망에 삶의 조건을 두는 한국인의 삶을 탐구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끊임없는 혼란과 갈등을 거듭 경험하고 있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에서 보다 자유로워지는 것,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제대로 아는 것,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일 것이다. 한국 사회의 타인 지향적 삶에 대한 사회문화적 고찰을 통해 모두가 자기다운 삶과 그 해법을 찾기를 권한다.

사회적 고통을 치유하는 일은 한 사람을 치유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우리 사회의 차별, 혐오,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 해결을 위한 시작은 각자가 타인에 의해 이끌리지 않는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깨닫고, 자신의 ‘나다움’을 찾아 살아나갈 수 있도록 관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리 ‘몸’을 둘러싼 타인의 시선과 인식에 대해 살펴본다. 현대 사회는 개개인에게 이상적인 몸의 잣대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관리의 필요성을 부추긴다. 이는 신체에 대한 억압이자 사회적 고통을 초래하고 끝내 자기혐오에까지 이르게 한다. ‘몸’을 향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진단하고, 몸에 대한 시선이 자유로워질 때 진정한 자유와 자기 돌봄이 가능함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정상가족’ 개념과 가족 중심 문화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짚어보고, 앞으로 가족관계와 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고찰한다.

3부에서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원인을 살펴보고 성 불평등에 대한 인식, 달라진 세대 간의 가치관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젠더, 세대의 갈등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서로의 견해를 포용할 때 이를 해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부에서는 타인의 욕망이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진단하고, 천편일률적인 삶을 탈피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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