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길’의 도로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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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길’의 도로명은?
  •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 승인 2023.01.1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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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형 칼럼]

서울 낙원상가 부근에 ‘송해 길’이라는 입간판과 송해 선생의 흉상이 있다. <전국 노래자랑> 진행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송해 선생이 생전에 거주한 곳이 이곳 낙원동이었기 때문에 종로구에서 이 지역을 지나는 수표로의 일부에 ‘송해 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붙인 것이다.

이 ‘송해 길’이라는 이름은 사실 송해 선생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2016년 8월에 생겼다. 하지만 도로명이 정식으로 변경된 것은 아니다. 생존 인물의 이름을 도로명으로 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송해 길’은 2016년 당시 명예도로명으로만 지정되었을 뿐 공식 도로명은 바뀌지 않았고, 그 결과 이 길은 지금까지도 ‘수표로’로 남아 있다.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 연예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 온 송해 선생은 2022년 6월에 작고해 역사 속의 인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수표로에서 수표교 부근은 그대로 두되 종로와 맞닿은 곳에서부터 낙원상가 앞까지는 따로 분리해서 그곳의 공식 도로명을 아예 ‘송해길’(이 경우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 또는 ‘송해로’로 변경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송해 선생은 대한민국 문화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이니 그 이름을 도로명으로 삼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공식 도로명 ‘송해길’ 또는 ‘송해로’가 생긴다면 이 입간판에 나와 있는 “‘송해 길’의 도로명은 수표로입니다.”와 같은 어색한 말도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도로명을 바꾸면 여러 건물들의 주소도 함께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한동안 번거로운 업무가 생겨날 수는 있겠지만, 이전에 다른 지역에서도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 공식 도로명을 바꾼 사례들이 있었던 만큼 이 길의 이름을 바꾸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송해 선생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 자기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이름을 도로명으로 기념하는 일을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했으면 한다. 꼭 도로명이 아니어도 좋다. 아파트 단지나 큰 건물 등 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축물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억할 만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면 그 사람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뿐더러 그 지역의 이야깃거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충무로, 퇴계로 등 사람 이름과 관련된 도로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 인물들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도로명과 지명으로도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하임 라이프니츠 독일어연구원 방문학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천주가사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연구”, “텍스트언어학에 기반한 ‘쉬운 언어(Leichte Sprache)’ 텍스트 구성 시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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