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기든스 … 사회학자, 사회이론가, 공공지식인, 그리고 사회학적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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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기든스 … 사회학자, 사회이론가, 공공지식인, 그리고 사회학적 야망
  • 김윤태 고려대·사회학
  • 승인 2023.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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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앤서니 기든스』 (김윤태 지음, 컴북스캠퍼스, 168쪽, 2022.12)

 

이 책은 앤서니 기든스와 사회학과 정치철학을 10가지 주제로 소개하고 평가한다. 기든스는 1970년대 이후 중요한 사회학적 연구를 발표한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이다. 그는 정치사회학, 역사사회학, 정체성, 지구화, 기후 변화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기든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제3의 길’ 정치에 관한 중요한 이론과 개념을 제공하며 국제적으로 중요한 학문적, 정치적 논쟁을 주도했다.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기든스를 “영국의 가장 중요한 사회철학자”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끄는 지적, 실천적 논쟁을 제기하는 기든스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사회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기든스는 상아탑에만 머물렀던 학자는 아니었다. 그는 캠브리지대학 교수 시절 존 톰슨, 데이비드 헬드와 함께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 ‘폴리티’를 설립했다. 이후 1997년에 기든스는 런던정경대학(LSE)의 총장으로 부임하여 2003년까지 재직했다. BBC 방송과 <뉴스테이츠먼> 등 다양한 언론에서 강연과 인터뷰로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는 <제3의 길>을 출간하고 신노동당의 이념을 제공하는 ‘공공 지식인’으로 학계와 정치권뿐 아니라 다양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토니 블레어 총리의 정치적 고문으로 널리 알려졌고 그의 제3의 길 정치철학은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서도 제3의 길 정치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기든스는 노동당 소속 상원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사회학자

학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기든스의 대표적 저서는 1971년 출간한 <자본주의와 현대 사회 이론>이다. 이는 현대 사회의 이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에밀 뒤르켐의 이론을 분석했다. 책의 제목에서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적은 것은 당대의 미국 사회학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고전적 사회학자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을 다룬 저서를 통해 기든스는 유럽과 미국의 학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기든스의 책은 한국에서 마르크스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때 1980년대 군사정부에 의해 판금 도서로 지정되었다. 

기든스는 캠브리지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1970년대 사회학 이론과 정치사회학의 중요한 저서를 출간했다. 1973년 기든스는 <선진사회의 계급구조>에서 어떻게 마르크스의 계급과 베버의 지위에 관한 이론이 서구 자본주의 사회와 동구 국가사회주의 사회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계급 분석과 정치사회학에 대한 큰 관심과 함께 그는 잇달아 <사회학적 방법의 새로운 규칙>, <뒤르켐>, <사회 정치 이론의 중심 문제> 등 사회학 이론과 방법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1984년 기든스는 자신의 사회 이론을 집대성한 <사회 구성론>을 출간하고 ‘구조화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식화했다. 이 책은 독창적 ‘사회 이론가’로서 기든스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사회 이론가

이 책은 기든스의 지적 기획인 ‘사회 이론’에 주목한다. 기든스의 다채로운 생애만큼 그의 사회이론은 매우 복잡한 지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그의 이론적 작업은 탈콧 파슨스, 노베르트 엘리아스, 위르겐 하버마스, 미셀 푸코, 페미니즘, 민속방법론, 마르크스주의, 상징적 상호작용론,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양한 현대 사회 이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의 관심은 사회학뿐 아니라 철학, 역사학, 인류학, 심리학, 정신분석학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지적 영역을 넘나들면서 실증주의, 구조주의, 행위자와 구조의 문제, 현대성과 탈현대성, 지구화 등 중요한 사회학 주제의 논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1990년대 초반 기든스는 중요한 학술 저서를 출간했다. 1990년 <현대성의 결과>는 현대 사회와 지구화 과정의 주요 특징을 평가하고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했다. 이 책은 1990년대 새로운 유행어가 된 지구화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1991년에는 <현대성과 자아 정체성: 후기 현대 사회의 자아와 정체성>에서 전통 사회와 다른 후기 현대 사회의 정체성의 주요 특징을 분석했다. 1992년에는 <친밀성의 변동: 현대 사회의 섹슈얼리티, 사랑, 에로티시즘>에서 사랑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사회학적 논쟁을 제시하면서 미셀 푸코의 주장을 비판했다. 

 

                       Prof. Anthony Giddens  사진: NATO Association of Canada

기든스는 사회학에서 이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중 해석학’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쉽게 말하면 사회학자들이 사용하는 개념과 이론이, 사회학자들이 분석하는 행위자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 행위자들은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며,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하며, 자신이 처한 문화와 구조를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둘째, 기든스에 따르면, 사회 이론은 본질적으로 사회의 비판이 되어야 한다. 기든스는 사회 이론이 이미 존재하는 사회 질서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한다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기든스는 사회학이 본질적으로 ‘비판 이론’이 된다고 주장했다. 기든스는 사회학이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을 모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사회학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법칙을 발견했다고 지식인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기든스의 사회 이론은 기본적으로 구조와 행위자에 대한 현대 사회학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이론적 질문을 토대로 형성되었다. 기든스의 사회 이론은 이전의 사회학자가 추구하지 못했던 야심적인 이론적 통합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이론적 작업은 아마도 생활세계와 체계의 관계를 해석하는 위르겐 하버마스 또는 아비투스를 분석한 피에르 부르디외의 이론적 작업에 비교할 만하다. 기든스의 이론적 체계를 살펴본다면 이론적 통합을 만드는 그의 수완에 감탄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 형성된 구조와 행위자 사이의 이론적 긴장은 그의 사회이론과 현대성에 대한 해석에서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의 사회학적 응용에서 그가 비판하고 극복하고자 했던 두 가지 대립적 경향이 지속적으로 긴장을 만들고 때로는 갈등하고 있는 사실을 볼 수 있다. 


공공 지식인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기든스가 출간한 정치사회학에 관한 중요한 저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1994년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에서 전통적인 계급 정치가 ‘해방 정치’를 추구한 반면 현대 정치는 ‘생활 정치’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1998년에 출간한 <제3의 길>은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제3의 길 정치를 주장했다. 이 책은 토니 블레어 총리와 신노동당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과 유럽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후반 기든스는 신노동당을 위해 <제3의 길과 비판>, <이제 노동당은 어디로 가는가>, <브라운 씨, 이제 당신 차례요> 등 다양한 책을 썼다. 또한 제3의 길 정치의 세계적 확산과 사회민주주의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글로벌 제3의 길>, <새로운 평등주의>, <사회적 유럽> 등을 편집하여 출간했다. 2009년에는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는 각국 정부의 환경 정책의 무능을 비판하는 <기후 변화의 정치학> 등을 출간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사회학적 야망

이 책은 기든스의 사회 이론이 크게 보아 구조화 이론, 유토피언 현실주의, 성찰적 현대화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먼저, 그의 사회 이론의 토대인 구조화 이론은 사회 구조와 행위자의 이중성을 넘어 인간의 사회생활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구조화 이론은 현대 사회학의 오랜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구조와 행위자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부단하게 변화한다고 본다. 이러한 구조와 행위자의 긴장은 기든스의 정치사회학에서도 나타난다. 기든스의 정치사회학은 해방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주의와 삶의 방식을 점진적으로 개혁하는 현실주의가 결합된 ‘유토피언 현실주의’로 표현된다. 마지막으로 현대성과 탈현대성의 논쟁에 대한 기든스의 비판은 ‘성찰적 현대화’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와 같이 기든스의 이론적 작업은 지속적으로 대립되는 두 가지 이론적 경향을 통합하여 새로운 이론적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든스는 과연 구조와 행위자의 이중성을 극복했는가? 유토피아와 리얼리즘은 통합될 수 있는가? 성찰적 현대화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뛰어넘는 대안적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가? 기든스의 야심적인 기획은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회학적 논쟁을 제기하였다. 기든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가 광범위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절충적 경향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기든스의 저작이 도전적인 사고와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구조화, 시간과 공간의 소격화, 제조된 위험, 생활 정치 등이 그가 정립한 대표적인 사회학적 용어들이다. 기든스의 논쟁적인 사회 이론과 많은 저작들은 그를 현재 가장 널리 인용되는 사회 이론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도록 만들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행위와 구조적 제약에 관한 이론적 통합은 현대 사회학자들 가운데 가장 진일보한 성과를 만들었다. 

기든스의 학문이 거대한 사회학적 야망을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은 단지 기든스의 주장을 요약하는데 그치지 않고, 20세기 후반 유럽과 북미의 주요 사회학자와 이론가들과 비교하면서 사회학 이론사와 지성사를 이해하는 지식사회학적 관점을 소개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역동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미국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즈가 정의한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듯이, 기든스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지성적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이 현대 사회의 복잡한 변화를 이해하려는 사회학과 사회이론의 지적 여행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윤태 고려대·사회학

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 고려대학교와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런던정경대학(LSE)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회정책연구위원, 국회도서관장,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초빙교수와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 중국 홍콩중문대학,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스(UCLA) 캠퍼스에서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제3의 길>, <사회학 입문>, <모두를 위한 사회과학>, <한국의 발전국가와 재벌>, <복지국가의 변화와 빈곤정책>(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불평등이 문제다>(문화부 세종도서), <정치사회학> 등을 출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정치사회학, 경제사회학, 복지국가, 사회학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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