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도입 및 징병제 재도입 국가 비교 분석 - 유럽의 사례 분석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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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 도입 및 징병제 재도입 국가 비교 분석 - 유럽의 사례 분석과 시사점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1.14 0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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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현안분석]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징병제 폐지 및 모병제 전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내적 배경으로는 인구 감소로 인한 병역자원 축소, 첨단 기술 발전으로 인한 대규모 병력 유지 필요성 감소, 남북한 관계 개선 시도와 같은 안보 상황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한반도 긴장 지속, 국제적 갈등 고조 등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징병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모병제 전환에 대해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1990년대에는 모병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2010년대 들어 징병제를 재도입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다. 1990년 들어 냉전 종식, 해외 파병 증가, 첨단 무기 도입, 군 복무 기간 단축, 징병제 인식 악화 등으로 인해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이 모병제로 전환했다.

반면 2010년대 들어 러시아와 인접국 간의 무력 충돌로 인한 안보 상황 악화, 모병제를 통한 병력 충원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리투아니아, 스웨덴 등이 징병제를 재도입했으며, 최근 독일, 프랑스 등은 각각 안보 위기 고조와 젊은이들의 국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징병제 재도입을 논의 중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유럽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한 현안분석 보고서 <모병제 도입 및 징병제 재도입 국가 비교 분석 - 유럽의 사례 분석과 시사점>을 지난달 말 발간했다. 

보고서는 1990년대~2000년대의 유럽의 모병제 도입과 2010년대 징병제 재도입의 대내외 배경을 살펴보고 이로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병역제도와 관련한 논의를 일견하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유럽 국가들의 모병제 도입에 대한 이유와 배경, 그리고 2010년대 들어 징병제를 재도입했거나 논의 중인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한 뒤, 이로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보고서는 유럽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으로 병역제도 개편 논의는 국방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국제 안보 질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분석, 대규모 병력 유지의 필요성 검토, 정부와 군, 시민 등의 폭넓은 합의 도출, 병력 충원과 예산 문제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예측·논의·대처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 우리나라의 병역제도 관련 논의 현황

ㅇ 정치권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병역제도의 개편, 군의 전문성 강화,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제기되어 왔으며, 도입 시기나 규모,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ㅇ 학계에서도 모병제에 대한 찬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모병제 찬성파의 가장 주된 근거는 모병제가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자원 감소의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모병제를 도입해 병력 구조를 전문성을 갖춘 장기 복무 병력을 중심으로 재구성할 경우 인구 감소로 인한 부족한 병력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모병제 운용 비용이 징병제에 비해 적을 수도 있으며, 모병제를 통해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접근도 있었다. 더불어 한반도 안보 상황의 안정적 관리, 경제력 개선, 국방 예산 증가,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 예비군 전력 운용, 모병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 여러 요소를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모병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급격한 병역제도 개편을 통해 모병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점진적으로 전환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전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에 징 
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반도 긴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북핵 위 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모병제로 병력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모병제 도입 대신 첨단 무기 도입과 부사관 제도의 질적·양적 개선을 통해 징병제 보완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첨단무기 등 기술력으로 병력 수요가 줄더라도 국방에서는 병사의 수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며, 모병제를 도입하더라도 지원자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 외에도 절충안으로 징모혼합제나 숙련된 병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인력 위주의 병력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ㅇ 시민단체는 대체로 모병제 도입에 호의적인 편이지만, 각론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론 역시 모병제 도입에 대해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모병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으나 그 차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더 우세하다고 보기 어렵다.


■ 유럽의 모병제와 징병제 전환 사례

유럽의 경우,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되자 서유럽 국가부터 모병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벨기에는 EU 회원국 중 최초로 1995년에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으며,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현대적인 징병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프랑스도 2001년에 모병제로 전환했다. 독일도 냉전 종식과 2000년대 군 복무 회피자 증가 등으로 인해 2011년 모병제를 도입했다. 그 외에도 2000년대에 스페인, 슬로베니아, 포르투갈, 이탈리아, 체키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스웨덴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모든 국가들이 법적으로 징병제를 폐지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는 징병제를 법적으로 폐지했으나, 독일과 네덜란드처럼 징집을 중단했을 뿐 법적으로는 아직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2010년대 들어 다시 징병제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14 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가 2014년에, 리투아니아가 2015년에 징병제로 다시 전환했다. 북유럽에서는 2010년 징병제를 폐지했던 스웨덴이 2018년에, 라트비아는 2023년에 징병제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그 외에 징병제 재도입을 논의 중인 국가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 대선 당시 마크롱 대통령이 18~21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1개월의 군사 훈련을 제안해 ‘보편적 군 복무(Service national universel, 이하 SNU)’를 실시하고 있으며, 독일은 2022년 하원에서 징병제 재도입을 논의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유럽의 1990년대 이후 모병제 도입과 2010년대 징병제 재도입 흐름은 대외 안보 상황뿐만 아니라, 첨단 무기 도입과 해외 파병 등으로 인한 소규모 정예 병력 양성 필요 여부, 징병제에 대한 인식 변화 등 대내적인 요인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 시사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모병제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다. 병역제 도는 한 국가의 국방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각 국가의 안보, 경제, 사회적 요인도 병역 제도 개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병역제도와 관련해 논의할 경우 여러 측면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나라를 둘러싼 안보 상황을 국제적·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안보 상황을 남북한 관계 중심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가 간 안보 상황이 상호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므로 한반도 상황 외에도 미중 전략경쟁, 일본의 대외 전략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의 영향력 변화 등 우리나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 질서의 변화를 보다 광범위하고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대규모 병력 유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외 안보 상황 및 군사 작전 전략을 살펴보고 어떠한 병역제도가 더 적절할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모병제 도입에 대해 논의할 경우, 각계각층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취합하고 제도 개편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동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병역제도는 국방력은 물론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데다가 장기간에 걸쳐 검토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계층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취합하고, 이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모병제 전환을 논의할 경우 모병제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다각도에 
서 분석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또 병역제도 개편 시 예산이 증가 혹은 감소할 수 있으므로 관련 해외 사례와 우리나라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미리 예상할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와 우리나라 상황 등을 고려하여 과도한 예산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병력 규모와 구조 등을 개편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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