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어떻게 블라인드 채용을 왜곡했나?” … 최근 기사 90% 왜곡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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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어떻게 블라인드 채용을 왜곡했나?” … 최근 기사 90% 왜곡 보도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1.1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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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교육의봄 기획보도 ④: 언론 보도 경향 및 팩트 체크

 

공공기관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 폐지에 관한 정부결정(10/28) 이후 블라인드 채용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사가 정부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전하거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왜곡된 정보를 전했다. 

이에 (재)교육의봄은 오해를 막기 위해 현행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심층 분석한 기획보도를 진행해 오고 있다. 2차 보도에서는 블라인드 처리된 항목과 평가자가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명확히 구분했으며, 3차 보도에서는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여러 기관의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얻은 사실을 근거로 이번 4차 보도(2022. 1. 11.)에서는 현재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팩트 체크를 실시했다.

❏ 언론보도 경향 분석: 정부의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 폐지 이후 약 한 달간(10/24~12/31) 네이버에 올라온 관련 기사 총 87건을 분석한 결과 90%가 왜곡된 정보를 전하고 있었다.

76건의 기사가 총 161회에 걸쳐 위와 같은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블라인드 채용이 우수 연구자(적격자) 확보를 가로막는다는 주장을 전하고 있었다. 교육의봄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각 항목별로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 팩트체크 ①: (언론보도 40회) 블라인드 채용 때문에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중국 국적 지원자가 입사했다? → 거짓. 지원자의 국적 확인은 보안시설 내부 규정에 해당하는 문제이며 해당 기관도 블라인드 채용과 전혀 관련 없음을 밝힘.

중국 국적자 사건은 블라인드 채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다. 현행 블라인드 채용은 해당 시설에서 응시자의 국적 표기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 당사자인 한국원연 역시 채용에서 응시자의 국적 확인 여부는 해당 기관의 재량이며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은 이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고 명확히 밝혔다. 

사실, 중국 국적자 사건은 한국원연의 내부 보안규정 미비로 인해 발생한 사고였다. 한국연원은 ‘가’급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국가안보나 기밀을 다루는 기관으로 분류되지는 않아 원칙적으로 외국인 채용이 금지된 기관이 아니었다. 따라서 한국원연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 이전도 응시자의 국적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해당 외국 국적자가 최종면접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채용을 제한하는 내부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지 블라인드 채용 때문이 아닌 것이다.

❏ 팩트체크 ②: (언론보도 15회) 블라인드 채용은 전공을 확인할 수 없어, 직무와 무관한 전공자가 입사할 수 있다? → 거짓. 모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직무관련 전공과 학위를 지원자격으로 명시하며 지원서에 이를 기재하게 함.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의 폐지를 주장하는 기사 중 상당수가 ‘현행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 절차의 공정성만을 위해 정보를 가리는데 급급하여 지원자의 전문성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게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들 대부분이 현행 블라인드 채용에서 블라인드 처리된 항목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작성되었다. 

지원서에는 지원자가 최종학위를 기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졸업·수료·재학’을 구분해야 했고, 전공에 있어서도 ‘주전공·복수전공·부전공’까지 세분화하여 입력하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현행 블라인드 채용에서 지원자의 전공을 확인할 수 없기에 직무와 무관한 전공자들이 입사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만약 그러한 사례가 발생했다면 이는 블라인드 채용과는 전혀 상관없으며 해당 기관의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언론 보도가 이러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잘못된 정보를 전하며 부당하게 블라인드 채용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 팩트체크 ③: (언론보도 23회) 블라인드 채용은 연구기관이 꼭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 → 거짓. 직무기술서를 통해 이를 상세하게 제시하여 오히려 적격자 찾기에 유용함. 

총 23회의 언론보도는 현행 블라인드 채용이 연구기관이 꼭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직무에 필요한 전문기술·지식을 지니지 못한 연구자를 채용한 사례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즉, 블라인드 채용이 정보를 가리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플라즈마 장치’나 ‘입자가속기’ 등 연구에 필수적인 장비를 운용할 기술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현행 블라인드 채용 제도는 직무기술서를 통해 채용분야와 관련된 ‘필요지식’과 ‘필요기술’을 상세히 기술하여 지원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2021/22 ‘공공기관 공정채용 가이드북’ 참조). 그리고 지원자는, 이 직무기술서를 토대로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채용기관이 요청할 경우 관련 자격증 및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연구기관은 이러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 팩트체크 ④: (언론보도 38회) 블라인드 채용은 지원자의 연구성과를 볼 수 없거나 정량평가만 가능하다? → 거짓. 지원자의 논문을 포함한 연구물의 양과 질을 모두 평가함. 

총 38건의 언론보도가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지원자의 논문이나 연구성과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논문 개수가 많은 순으로 걸러내는 정량평가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지원자의 논문 확인을 제한하지 않는다. 현행 블라인드 채용은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지원자의 '연구성과'(논문·학술연구·특허)는 이러한 직무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핵심 평가항목이다. 그러므로 공공기관 공정채용 가이드북은 “연구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실력(직무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학위, 전공, 논문 등을 요구할 수 있음”이라고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출신학교 정보와 공동저자의 정보를 제한했기 때문에 연구물의 질적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연구물의 우수성은 출신학교 및 소속으로는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논문 자체 내용에 대해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서류단계에서는 지원자가 국내외 어느 유명 학술지에 연구논문을 개재했는지 세분화하여 선택·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논문 참여자 수와 저자 순위를 입력하며 지원자가 논문에 기여한 정도를 측정한다. 또한 자연과학/사회과학 분야의 경우 질적 평가를 위해 IF(impact factor, 피인용 지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면접단계에서는 지원자가 자신의 연구물을 발표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때 출신학교와 같은 정보를 면접관에게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편견 요소의 개입(후광효과) 없이 지원자의 연구물만을 평가하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현행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논문 및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가 심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기사처럼 논문 평가를 위해서 출신학교와 지도교수 같은 정보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그동안 심사과정 상의 편의를 위해 지원자의 출신학교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 팩트체크 ⑤: (언론보도 45회) 블라인드 채용은 지원자의 경력사항을 보지 못한다? → 거짓. 경력과 연구소 이름을 살펴볼 수 있으며, 2020년 공정채용 지침 개정으로 추천서 확인도 가능함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경력과 추천서를 보지 못해 우수연구자 채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언급을 한 기사도 총 45회에 이른다. 하지만 이 역시도 사실과 다르다. ‘공공기관 공정채용 가이드북’은 서류와 면접전형에서 “경험 및 경력사항에 대한 평가기준”을 상세히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증빙서류의 진위여부도 철저히 확인할 것을 명시하며, “지원자의 경력을 확인하기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명은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원자가 졸업 이후 거쳐 간 모든 직장(연구소)에 대해서 입력하는 것은 물론, 회사명, 세부 고용형태(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등), 근무 기간, 담당 업무 등을 입력하게 된다. 따라서 일부 주장처럼 “연구소 이름을 알 수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추천서를 확인하지 못하게 한다’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2020년 공정채용 가이드 지침을 개정하여 연구직의 경우 추천서를 받을 수 있도록 변경했다. 공공기관 공정채용의 취지상 추천서에 추천 대상인의 출신학교를 쓰는 것은 곤란하지만, 추천서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 결국 ‘블라인드 채용은 직무에 접합한 우수연구자 확보가 어렵다’는 언론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님. 블라인드 처리된 정보는 출신학교(학벌)과 지도교수(인맥)뿐이며, 우수한 연구자는 이러한 배경이 아니라, 양질의 연구물을 많이 출판·발표하여 실력을 입증한 사람임. 

‘블라인드 채용은 정보를 가리는데 급급하여 직무에 접합한 우수연구자 확보를 가로막는다’는 언론보도의 주장과는 다르게 현행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지원자의 실력과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전공, 최종학력, 전문지식·기술, 연구성과, 경력, 추천서)는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했다. 

결국, 블라인드 채용 폐지 주장의 핵심은 출신학교(학벌)나 지도교수(인맥) 같은 배경 정보가 우수한 연구자 채용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유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출신학교(학벌)와 지도교수(인맥)를 확인하는 것이 연구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일까? 우수한 연구자란 출신학교와 지도교수라는 배경이 아니라, 양질의 연구물을 많이 출판·발표하여 실력을 입증한 사람이다. 출신대학과 지도교수의 명성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우수한 연구자라면 이러한 성과를 통해 실력을 입증해서 당당히 연구기관에 입사하면 된다. 

현행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채용과정에 실제 참여한 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언론이 이러한 점에 대한 분석과 타당한 비판을 제기한다면 이를 개선함으로써 블라인드 채용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전함으로써 블라인드 채용을 맹목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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