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을 위한 가장 적합한 무기, '가짜뉴스'를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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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을 위한 가장 적합한 무기, '가짜뉴스'를 파헤치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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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가짜뉴스의 고고학: 로마 시대부터 소셜미디어 시대까지, 허위정보는 어떻게 여론을 흔들었나 | 최은창 지음 | 동아시아 | 508쪽

 

'조국 사태', '코로나 바이러스' 등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이슈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가짜뉴스'가 등장한다. 진실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정보가 뉴스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정보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 오히려 과거에는 '가짜뉴스'가 활개 치기가 더 쉬웠다.

이 책에서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와 ‘가짜뉴스(fake news)’를 구별한다. 가짜뉴스는 뉴스의 형태를 띄고 정치적·경제적으로 수용자를 기만하는 정보이며, 허위정보는 악소문, 프로파간다, 가짜뉴스, 오도성 정보를 포함하는 더 넓은 범위의 개념이다.

이 책은 뉴스의 형태를 띈 가짜뉴스뿐 아니라 소문, 프로파간다 등 다양한 형태의 허위정보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한다. 가짜뉴스의 역사를 발굴하고 그 사이에서 인류의 생활과 문화, 행동 양식을 탐구한다.

프로파간다는 대중을 특정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홍보 전술을 의미한다. 가짜뉴스, 허위정보, 유언비어는 정치적 대립구도나 전쟁에서 대중의 지지를 이끌기 위한 프로파간다의 수단이었다. 프로파간다의 방식은 다양하며 시대를 거치며 변화해왔지만 그 목적은 대중의 인식을 사로잡고 여론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거짓 정보에 기반한 프로파간다가 이루어지고, 여기에 여론이 동요하게 되면 비판과 감시라는 공론장의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사용자의 콘텐츠를 게시할 '마당'으로 소개하며, 기사 생산 언론이 아니면서도 권력의 중심에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언론사의 기사를 접하고,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링크 페이지가 그 역할을 한다. 영향력이 크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커지는 법이다.

가짜뉴스 전파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시대적 흐름으로 봤을 때,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자신들의 영향력에 맞게 가짜뉴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짜뉴스는 특정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며, ‘사상의 자유시장’이 건전하게 운영되지 못하게 막아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다 보면 진짜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가짜뉴스라는 이유로 정보 유통을 규제하다 보면, 공익을 위한 의혹 제기 같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보도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선동을 하기 위해 허위정보를 뿌리는 것과 공익을 위한 보도를 하는 중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들어가는 것은 의도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 판례를 보면, 공익을 위해 보도를 하는 중 섞여 들어간 허위정보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규제할 때 생기는 이득보다, 그러한 보도를 위축시켰을 때 생길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단지 허위정보가 포함된 보도라는 이유만으로 뉴스를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와 판례를 제시한다. 실제로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은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정권에 해가 되는 가짜뉴스는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그렇지 않은 뉴스는 허위정보가 있어도 별다른 단속을 하지 않는다.

민주 콩고의 경우 선거 직후 가짜뉴스의 유포를 막는다는 이유로 인터넷 접속, 문자메시지 서비스, 라디오 방송이 모두 정지됐다. 저자는 가짜뉴스 규제가 권위주의 정부의 권력 유지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가짜뉴스는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나름의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현재는 공론장을 황폐화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지 적지 않은 논쟁점과 통찰을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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