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대학원` 도입 갈등 ... 교대생들 "철회하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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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대학원` 도입 갈등 ... 교대생들 "철회하라" 반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1.0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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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대 학생들 “전문성 핑계로 교사 정원 감축”
- "교·사대 통폐합용 밑작업"…"당사자와 논의 없어" 반발
- 교사 되는 데 비용·시간만 늘어난다는 지적도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 8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제공

교육부의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도입 계획에 대해 초등 예비교사들이 8일 "도입을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4년에서 6년으로 단순히 재학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으며 교사가 되는 데 드는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10개 교육대학과 초등교육과 학생회 연합체인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성 강화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구조조정하고 교사 정원 감축으로 이어질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에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 현행 교·사대 체제를 교전원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교대, 사대, 교육대학원을 통합하는 등 다양한 교전원 운영 모델을 만들고 4년제 대학 중심 교사 양성 체제를 6년제 대학원 체제로 개편할 예정이다. 교전원을 졸업하면 전문석·박사학위 또는 정교사 1급 자격증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중 2개 학교를 교전원으로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정식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전원 도입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시작돼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됐다.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교원들의 역량 강화와 교대, 사대, 대학 일반학과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등으로 난립한 교원 양성 기관의 체계화,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교사 정원 구조조정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교대를 중심으로 교육계 반발이 컸다. 전문성 확보와 역량 강화를 꼭 교전원으로 풀어야 하냐는 반대 논리다. 기존 체계를 보완·강화하는 방안이 있는데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체제를 크게 변화시켜 혼란만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교·사대 통페합과 교원 감축을 위한 ‘꼼수’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역시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대련은 앞서 여러 차례 ‘학급당 20명 상한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령인구가 줄어 교원을 계속 늘릴 수 없다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편이란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학급 당 학생 수는 초등학생 23명, 중학생 26.1명이다. 회원국 평균치보다 각각 1.9명, 2.8명 많다. 서울시교육청의 초등학교 학생 배치 계획에서도 2023년 학급당 인원은 올해와 비슷한 22.8명이다. 서울에만 학급당 인원이 24명을 초과하는 학급은 전체의 21.1%에 달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 단체들도 학급당 20명 상한제를 요구하며 교사 정원 확대를 주장해왔다.

교대련은 "정부가 당사자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교전원 도입은 교육의 관점이 아닌 경제 논리 아래에서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육부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30년간 바뀌지 않은 교육대학 커리큘럼 개편과 목적성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무작정 재학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다. 암기식 임용고시가 우려된다면 대안을 만드는 것이 교육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10개 교육대학과 초등교육과 학생회 연합체인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이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추진 계획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사진=전국교육대학생연합

성예림 서울교육대학교 총학생회장은 회견에서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소지했다고 해서 교사로서의 전문성이 신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의 문제점은 방치하고 다른 데서 원인을 찾는 태도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방인성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전문성을 갖추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재직 중 대학원에 가서 재교육을 받을 수도 있으며 여러 연수와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 위원장은 "해당 안건은 타당한 논의를 통한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교육부의 급진적이고 일방적인 시도"라며 "전문가 집단과의 논의,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를 둔 의사소통 과정 없이 (교전원 도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교대, 사대 학생들은 교전원 설립이 결국 교대와 사대 구조조정을 통해 교사 정원을 감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교전원 설립 과정에서 교대와 사범대를 통폐합하면 임용하는 교사의 수가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호연 전주교대 총학생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개인 맞춤형 교육은 인공지능(AI)를 도입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적정한 학급 당 학생수를 갖춘 환경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줄 수 있을 때 가능하다”며 “교사가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교원감축 물밑작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교전원 설치에 반대한다”고 했다.

교사가 되기까지 들여야 하는 비용과 시간이 더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교권 침해가 급증하고 초봉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6년 과정이 도입될 경우 우수 인재들이 굳이 교직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교원 수급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교사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원까지 나와야 한다면 오히려 우수 자원이 떠나 교사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유인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교전원이 도입돼도 임용 적체와 교사 부족 문제 등이 반복될 것인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1, 2년 더 대학원 공부를 해서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가방끈이 길어지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거라는 전제인 것인데, 과연 맞는 얘기인가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고 했다.

김 교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졸업 후 기대 수익이 큰데 교사가 그 정도의 기대 수익이 있느냐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며 “법학전문대학원처럼 교전원도 대학원에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계층의 양극화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기존 양성 체계로는 미래 시대에 부합하는 교원을 양성하는 데 상당한 한계가 있어 교전원 도입도 분명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제기되는 우려들에 대한 대책 마련은 물론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할 때처럼 전폭적인 투자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전원 출신에게 임용고시를 면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경우 임용고시를 통해 교사가 되려는 수험생과 교전원 졸업생 사이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5일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현재 학부생들은 기존의 임용고시가 존속되지만 교전원 출신은 임용고시 없이 임용을 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오는 3월 중으로 새로운 교원 수급모델 마련 및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 감축은 교전원이 도입되며 나타나는 부수적 결과에 불과하다”며 “국가장학금과 임용체계를 개선해 교전원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개별 학교의 운영 자율성을 보장해 교원 전문성을 최대한 높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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