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이후 동아시아 불교를 관통하는 불교 규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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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이후 동아시아 불교를 관통하는 불교 규범서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1.08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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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씨요람 역주 1&2: 역대 승려들의 불교 지침서! | 석도성 지음 | 김순미 역주 | 운주사 | 각 448쪽, 478쪽

 

송나라 이후 동아시아 불교를 관통하는 불교 규범서이자 출가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담은 불교 교과서로서 27개의 큰 주제와 679개의 항목으로 불교 전반에 대해 알기 쉽게 요약 정리한, 불교 입문서이자 개론서이다. 불문에 들어와 생활하고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사항을 망라하고 있다.

『석씨요람』은 1020년 석도성 선사가 찬집한 이래로 불가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이 책은 『번역명의집飜譯名義集』, 『현수제승법수賢首諸乘法數』와 함께 불학삼서佛學三書로 불리며 오랫동안 중간重刊을 거듭해 왔으며, 여러 종류의 판본이 존재한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선종사찰에서 근세까지도 간행된 것이 확인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승려들을 통해 언급이 될 뿐, 그 존재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불교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출가자뿐 아니라 재가자들도 불교 용어와 의미, 어원, 예절, 도구, 풍습, 의복, 사상, 규범 등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이 책은 석도성 선사가 유·불서를 가리지 않고 303종이나 되는 책을 탐독하면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발췌하여 모은 것이다. 책이 찬집되고 천 년이 지났지만, 이 책이 출가자 및 불교 신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것은 출가자의 생활이 큰 변화 없이 이 규범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책은 불가佛家의 명물名物․전장典章․칭위稱謂․계율戒律․생활生活의 세세한 예절․제도․풍습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서, 왕수王隨가 쓴 후서에 따르면 말 그대로 “출가자의 규범서”이다. 초판은 11세기 초에 간행되었는데, 저자 석도성은 ‘처음 법문法門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불교의 본말을 몰라 조롱을 받을까 염려되어 찬술하였다’고 한다.

이후에 중국과 일본의 사찰에서는 부록으로 종남산의 도선道宣이 정리한 465조의 「교계신학비구행호율의敎誡新學比丘行護律儀」를 첨부하여 여러 차례 중간하였다. 이렇게 유통되는 동안 『석씨요람』은 ‘불학삼서佛學三書’의 하나로 불리며, 오랫동안 중국과 일본에서 중요하게 활용되어 왔다. 조선에서 간행된 『불교의식집』 서문에 ‘불문佛門의 상의집喪儀集을 만들 때 참조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이 활용되었던 것은 확실하나, 우리나라 판본은 아직 발견된 바가 없다.

그러나 이 책은 불교용어를 고증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 신뢰성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정확한 의미 전달을 하고 있어서 신뢰할 만하다는 장점과 『화엄경』의 ‘보살십종지菩薩十種知’에 의거하여 불문佛門의 요점을 잘 간추린 책이라는 강점, 불가의 상례와 유가의 상례가 어떻게 습합되어 시속時俗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불교계와 학계에서는 학술적인 글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찬술자인 석도성은 독서량과 범위가 대단히 깊고 넓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679가지의 용어 설명은 그 결과물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지금까지 풍속연구와 문헌연구․언어연구․기물연구 등에도 귀중한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책에 지금은 선방禪房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물들이 설명되고 있고, 중국 북방과 남방의 서로 다른 불교 풍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지역적으로 서로 달리 부르는 용어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 책을 연구하고 그 내용과 가치를 알리는 목적은 인접 학문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여전히 그 쓰임새가 살아 있는 용어들이 고대에는 어떤 의미로 쓰였고 지금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나아가 당시의 사원 생활상까지 살펴볼 수 있어서 학술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오백년 동안의 억불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부터 적층된 불교문화와 불교용어가 오늘날까지 생활 곳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종교 인구 가운데 큰 부분을 여전히 불교신자가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석씨요람』은 여러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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