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의 자세한 프로세스를 기관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력 있는 연구원 채용에 전혀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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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의 자세한 프로세스를 기관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력 있는 연구원 채용에 전혀 문제없어…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1.07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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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교육의봄 기획보도 ③: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 프로세스의 A-Z

 

(재)교육의봄은 12/26일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리얼미터, 총 1,013명)를 실시한 바 있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응답자의 70.9%는 찬성을 표했고 이는 반대(19.4%)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대한민국 국민 다수는 대학 간판이 아닌 ‘실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공기관) 연구직의 경우 조금 수치가 낮아지긴 했지만, 국민의 59%는 연구직도 블라인드 채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이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25.2%)보다 무려 33.8%나 높은 수치였다.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25.2%의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은 39%는 ‘정보 부족으로 인한 직무적합성 판단의 어려움’을 꼽았다. 이 결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을 해도 지원자의 전문성과 적합성을 판단하는데 결코 정보가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 소수의 사람들(25.2%) 중 상당수(39%)는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이처럼 일부 국민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 데에는 사실이 아닌 왜곡 정보를 유포하고 (재)생산해온 일부 매체들의 탓이 적지 않다. 그리고 또한 일반 국민들은 실제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정확한 프로세스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재)교육의봄은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기관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그 과정을 소개한다.

❏ [공고 단계] 기관은 ‘채용 공고’와 ‘직무 기술서’를 통해 전공, 학위, 기술 및 지식 등 필요한 모든 정보를 명시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소 사례 참고).

연구기관을 포함하여 모든 공공기관은 채용 계획을 세우고 난 뒤 채용공고를 하게 된다. 보통 공고 시에 ‘모집 분야’, ‘필수 자격 요건’, ‘전공’, ‘우대조건’ 등을 제시한다. 아래는 최근(2022.12.20.~2023.1.4.) 채용을 진행했던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직 채용 공고의 일부 내용이다. 

또한, 모든 기관은 채용 공고 시에 선발하고자 하는 직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은 ‘직무기술서’를 반드시 공고해야 한다. 즉, 기관이 어떠한 사람을 선발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지원자들은 자신이 해당 직무에 적합한지 판단하고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아래는 현재 채용을 진행 중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직무기술서이다. 어떠한 직무를 수행하게 되는지,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능력, 태도는 무엇인지 기술되어 있다.

❏ [서류 단계] 입사지원서에 학위, 전공, 연구 실적, 경력(연구소) 등을 정보를 상세하게 기재하게 되어 있다(※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사례 참고).

채용 공고와 직무기술서를 바탕으로 지원자들은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게 된다. 공공기관 연구직 채용의 서류 단계에서 어떠한 사항들을 기재하게 되는지 최근 채용을 마친 ‘한국표준과학원’의 실제 입사 지원 웹페이지를 통해 살펴보았다. 기본적인 인적 정보를 입력한 후 지원자는 학력(학위), 연구 실적, 경력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① 학력 페이지에서는 지원자의 출신학교 이름만 제외하고 학사, 석사, 박사 등 학위와 해당 학위의 전공을 필수로 입력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연구기관 블라인드 채용 폐지로 박사는 물론 학사 출신학교 정보까지 모두 기입하도록 변경될 것이다.

② 연구 페이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의 연구 실적(연구논문, 지식 재산권 실적, 학술논문 발표)을 기입하게 된다. 지원자가 연구논문을 게재한 적이 있다면 그 논문의 질적 수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자세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 해외 SCI(E)급 논문(사회과학은 SSCI, 인문학은 A&HCI), 국내 SCI(E)논문, 해외 SCOPUS, 국내 SCOPUS, 국내 등재학술지, 국내 등재후보학술지, 국내 일반학술지 등으로 구분되어 논문의 수준을 판단한다. 그리고 논문 참여자 수와 저자 순위를 입력하며, 특히 자연과학/사회과학 분야는 질적 평가를 위해 IF(impact factor, 피인용 지수) 지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유사한 방법으로 ‘지식 재산권 출원 실적’과 ‘학술논문 발표 실적’도 기입하게 된다. 아래 그림을 통해 연구 논문의 경우 실제 어떠한 정보를 입력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③ 경력 페이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지원자가 졸업 이후 거쳐 간 모든 직장(연구소)에 대해서 입력하게 된다. 세부적으로는 고용형태(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등)와 회사의 이름, 근무 기간, 담당 업무 등을 입력하게 된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장해왔듯이 “연구소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 [서류 단계 연구논문 제출] 지원자가 채용하려는 연구직에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 논문 등 연구 실적을 제출한다. 출신학교를 제외한 연구자 이름, 게재지 명칭, 게재일을 명시하여 제출하며 연구물의 질과 적합성을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례 참고).

연구기관이 기관 내 연구자의 성과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바로 연구 논문(연구 실적)이다. 결국 양질의 연구 논문을 많이 게재한 사람이 연구자로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서류 단계에서 지원자들은 자신의 연구 논문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또한, 논문의 주제와 내용이 뽑고자 하는 연구직에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 논문의 전부 혹은 일부를 제출한다. 이때 각 기관은 ‘연구 실적 블라인드 처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 어떤 정보를 가려야 하는지를 공지한다. 보통의 경우 연구자의 이름, 게재지 명칭, 게재일은 보이도록 하고, 본인의 출신학교와 본인 외 나머지 저자들의 출신학교 등의 정보는 블라인드 처리하도록 한다. 출신학교 정보를 제외하더라도 논문의 주제와 내용, 그리고 질적 수준을 확인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아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지원자에게 제공하는 논문 블라인드 처리 샘플이다.

일각에서는 연구 논문의 제목을 검색하면 연구자의 ‘출신학교’ 정보를 다 알 수 있어 이러한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찾으려고 노력하면 연구자의 출신학교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의 출신학교 정보를 처음부터 알고 논문 등의 실적을 보는 것과 논문(연구 실적)을 먼저 확인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또한, 이미 연구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 실적을 다 확인할 수 있음에도 굳이 출신학교 정보를 찾으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모든 연구기관은 소속 연구원들의 개인성과를 매년 평가하는데, 이때 출신학교가 반영되지 않는다. 즉, 매년 그 연구원의 연구 실적 위주로 성과평가가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채용에서도 그 사람이 쌓아온 연구 실적을 토대로 평가하는 것이 입사 후 실력 있는 인재를 검증하기 위해 적합한 방법일 것이다.

❏ [면접 단계] 연구직 면접은 주로 지원자가 자신의 연구물을 발표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질의, 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블라인드 채용 폐지로 출신학교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경우 ‘후광효과’로 인해 면접 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한국한의학연구원 사례 참고).

공공기관 면접은 주로 두 단계이다. 1차 면접에서는 주로 실무능력을 확인하고 2차 면접에서는 인성과 태도 위주로 살펴본다. 연구원으로서 연구능력을 점검하는 것은 바로 1차 면접이며, 대부분의 기관은 세미나 형식의 발표 면접을 진행한다. 지원자가 자신의 논문 등을 토대로 일정 시간 발표를 하고 참여한 전문가(면접관)들이 질의하고 지원자가 대답하는 형식이다. 아래는 현재 채용을 진행 중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의 1차 실무 면접에 대한 안내이다.

이 기관의 경우 1인당 면접은 총 50분으로 8분의 발표와 42분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기관의 채용담당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1차 실무 면접에는 내부 연구책임자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실력 확인을 위해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이러한 공공기관 연구직 면접이 지금까지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지원자의 출신학교와 같은 정보를 사전에 면접관에게 제공하지 않고, 지원자의 발표와 질의/응답만을 통해 그 사람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폐지 결정으로 앞으로는 면접관이 지원자의 출신학교 정보를 미리 인지한 상태에서 면접이 진행될 수 있다. 출신학교 정보가 ‘후광효과’를 일으켜 면접관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어 매우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서류부터 면접까지 출신학교를 블라인드 처리하려는 것은 명문대 출신을 역차별하고자 함이 아니다. 또한, 그들의 실력이 떨어진다고도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학벌의 영향력이 강력한 한국 사회에서 소위 명문대 간판이 한 개인이 가진 실력 이상의 프리미엄을 주고 있어, 충분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학교 간판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명문대 출신 지원자 역시 학교 간판에 의존하지 않고 연구원으로서의 실력으로 인정받아 입사하는 것이 더 뿌듯하고 보람된 일일 것이다. 

▶ 공공기관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공고에서부터 서류, 면접에 이르기까지 연구원 지원자의 실력 확인을 위해 출신학교를 제외한 다양한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따라서 근거 없이 “지원자의 전공, 학위를 알 수 없어 적합한 사람을 못 뽑았다”거나, “연구 실적도 블라인드 처리되어 실력 없는 사람들이 들어온다”거나, “경력(연구소)도 확인할 수 없다”는 등 왜곡된 정보로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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