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조, 「대학설립ㆍ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 입법예고 규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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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조, 「대학설립ㆍ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 입법예고 규탄 기자회견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1.03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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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지난달 29일 입법 예고 … 시설 설치 기준 완화, 겸임·초빙 교원 비율 확대
-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 고등교육 질 낮출 것”

 

전국교수노동조합이 1월 2일 오후 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교육부의 「대학설립ㆍ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교수노조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은 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교육부의 「대학설립ㆍ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정안은 대학의 기본적인 요건에 대한 기준을 낮춰 대학 운영자가 부담과 비용을 줄이고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대학의 경쟁력을 후퇴시킬 것이 확실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12월 16일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규제개혁 및 평가체제 개편 본격화: 대학 설립·운영 4대 요건 개편,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 등 논의」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을 알렸지만, 고등교육의 이해당사자들과 소통뿐만 아니라 공청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대통령령 지위의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대학들의 설립기준과 대학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교원수, 시설의 면적, 수익용 재산 등의 기준을 규정한다. 이번 「대학설립ㆍ운영규정」 개정은 지난 1996년 제정된 이래 26년동안 일부개정이 있었던 것에 비해 처음으로 법령 전부를 개정하는 전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상태로 그 파급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입법예고안의 방향은 ‘기준 완화’다. 대학의 기본적인 4대 요건(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의 기준을 낮추는 것으로, 특히 설립기준과 운영기준을 구분하여 후자의 운영기준을 대폭 완화 혹은 철폐한 것이다. 교육시설 기준을 자연과학·공학·예체능·의학계열에서 일괄적으로 낮췄다. 현행 최소 17제곱미터에서 20제곱미터에 해당하던 시설기준이 14제곱미터로 하향 조정됐다. 비전임교원인 겸임·초빙교수 비율도 전체 교수대비 현행 5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교수노조는 이러한 완화 조치는 현재 운영 중인 대학들에 대해 운영자의 입맛에 맞게 부담과 비용을 줄이면서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교수노조는  결국 이번 교육부의 전부개정안으로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대학 생태계를 파괴하며 대학의 경쟁력을 돌이킬 수 없이 후퇴시킬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노조는 “대학 본연의 임무인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교원 확보 기준 완화는 경악할 수준”이라며 “열악한 근로조건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비정규교수들을 양산함으로써 고등교육 경쟁력은 점차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수노조는 대학 설립과 운영의  4대 요건에 대한 이번 개악 조치의 결과로 △지역과 지역대학의 몰락 가속화, △대학 생태계 황폐화, △고등교육 경쟁력 파괴, △사학 비리 조장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교육부에 대해 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와 함께 국회 교육위원회 보고와 청문회, 공청회 개최를 포함하는 공론의 장을 열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문】


전국 대학 파탄내는 대학 공공 규제 철폐 및 시장만능주의 정책을 규탄한다! 

- 교육부의 「대학설립ㆍ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 입법예고 규탄 - 


교육부는 2022년의 업무를 마감하는 날인 지난 12월 30일 「대학설립ㆍ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보다 앞선 12월 16일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규제개혁 및 평가체제 개편 본격화: 대학 설립·운영 4대 요건 개편,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 등 논의」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을 알렸지만, 고등교육의 이해당사자들과 소통과 논의가 없었던 이러한 입법예고는 기습적인 뒤통수 치기라는 말도 모자랄 지경이다.      

상위법인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이 있지만, 우리의 고등교육을 실질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로 「대학설립ㆍ운영규정」이다. 따라서 이의 전부개정은 대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으며, 대학 운영에 관한 한 그 어떤 법률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한 「대학설립ㆍ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이하 ‘개정안’) 입법예고를 단 한 번의 공청회도 없이, 국회 교육위원회 보고를 거쳐 합당한 개방적 논의의 자리조차도 없이 이처럼 졸속하게 내놓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 정책 수립이라는 중차대한 업무에서 사학법인의 요구에만 몰두하며 일방통행하고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대학설립ㆍ운영규정」은 1996년 7월에 최초로 제정된 이래 지금까지 40여 회에 걸쳐 일부 개정은 있었지만, 전부개정령이 입법예고된 것은 26년 만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준을 완화 혹은 철폐하는 조치만 있었지 30년 가까운 시대 변화 속에서 대학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 도입되거나 더 강화되는 기준은 단 하나도 없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학설립ㆍ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이하 ‘개정안’)의 퇴행성과 부실함이 입증된다.

개정안의 요지는 대학의 기본적인 4대 요건(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며, 특히 설립기준과 운영기준을 구분하여 후자의 운영기준을 대폭 완화 혹은 철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완화 조치는 현재 운영 중인 대학들에 대해 운영자의 입맛에만 맞게 부담과 비용을 줄이면서 정부 책임은 나몰라라 팽개치는 일이다. 결국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대학 생태계를 파괴하며 대학의 경쟁력을 돌이킬 수 없이 후퇴시킬 것이다. 

개정안의 운영기준은 학생 1인당 ‘교사’ 기준 면적을 인문·사회계열(현행 12㎡)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은 현행보다 일괄적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자연과학(현행 17㎡) 공학(현행 20㎡)⸱예체능(현행 19㎡)⸱의학(현행 20㎡) 계열이 일괄적으로 14㎡로 하향 조정되었다. 또 ‘교지’ 기준은 “건축관계법령의 건폐율·용적률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산출한 면적”이라고 규정하여 정원 1,000명 이상의 대학은 교사 기준 면적의 2배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기존의 규정보다 크게 완화되었다. ‘수익용기본재산’ 역시 학교법인이 “학생의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에 해당하는 가액의 의 2.8% 이상”만 대학에 지원하면 해당 연도에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완화했다.

대학 본연의 임무인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교원 확보 기준의 완화는 경악할 지경이다. 이미 지금까지도 교육부는 겸임·초빙교원 등을 교원 확보율에 포함해왔다. 이는 법적 근거도 부족한 파행적 조치로서 열악한 근로조건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사실상의 비정규교수들을 양산해왔다. 그런데도 개정안은 운영기준에서 ‘교원’ 확보 시 겸임·초빙 교원 비율을 현행 1/5에서 1/3로 확대하고, 학과 간 정원 조정 시 교원확보율 요건을 폐지하고 있다. 대학 설립과 운영의 4대 요건에 대한 이러한 개악 조치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첫째, 개정안 시행은 지역과 지역대학의 몰락을 가속화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정부는 이미 20년 가까이 고등교육 투자를 외면한 채 대학 등록금을 동결해왔으며,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마저 겹쳐 대학 문을 닫는 경우가 점점 더 빈발할 것이 확실하다. 이 와중에 지역대학들은 국공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교육의 질 저하와 학생과 학부모의 외면 속에서 서울과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으로 존폐의 막장에 내몰리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서울과 수도권 대학들은 학과 신설과 통⸱폐합, 학과 간 정원 조정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이용해 인기학과 위주로 대학을 재편하게 될 것이다. 이는 지역대학의 몰락을 가속화하며, 지역대학의 몰락은 지역경제의 침체를 악화시켜 결국은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게 된다. 

둘째, 개정안 시행은 대학 생태계를 황폐화한다. 
지역대학은 몰락하고 서울과 수도권 대학들은 비대해지며, 기초학문에 해당하는 전공과 비인기 분야는 모든 대학에서 속절없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한 전문대학의 고등직업교육도 잘 되는 전공과 인기 없는 전공으로 양극화되어 균형 있는 인력 양성과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결국 서울대와 거점국립대학들조차 본연의 임무인 기초학문 탐구와 우수한 연구인력 양성보다는 학생들의 취업 요구나 단기적인 성과 추구에 휘둘리게 된다. 이에 따라 건강한 대학 생태계, 즉 교육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의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연계, 지역별로 특성화된 다양한 대학들이 가져오는 상호적인 상승 효과 등이 핵심이 되는 바람직한 대학 생태계가 교란되고 무너지게 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반도체 학과’에 예산이 몰리고 정원 배정이 이뤄지지만, 정작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장기적 전망이 불확실해 반도체 전공을 예상보다 적게 택하는 현상이 탄력 있고 내실 있는 대학 생태계의 중요성을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셋째, 개정안 시행은 우리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파괴한다. 
1995년의 소위 ‘5·31 교육개혁’ 이래 우리 교육은 시장주의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져왔다. 다시 말해, 진리를 탐구하고 인간다운 삶을 가꾸기 위한 교육과 연구 대신 단기적인 성과와 효율이 유일무이한 기준이 되고 있다. 융복합 학문, 통합 학문이 대세인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 학문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존의 분과 학문들이 튼튼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행의 교원 충원율 기준이든 현재의 실제 교원 충원율이든 우리 고등교육의 교수 대 학생 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이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겸임교원 등을 전체 교원의 1/3까지 확대함으로써 교원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면 우리 대학의 미래 경쟁력은 붕괴되고 말 것이다. ‘청출어람’이라는 옛말은 훌륭한 선생 밑에서 더 우수한 인재가 양성된다는 뜻이지, 과중한 수업과 행정 부담에 시달리는 선생이나 자격이 없는 선생 밑에서도 뛰어난 인재가 길러진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또 올해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를 우리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생각해 마땅하지만, 이 탁월한 수학자를 우리 대학의 생태계가 길러냈다고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뿐더러 이대로 간다면 기초학문 중의 기초학문인 수학 분야에서 제2, 제3의 허준이를 배출하기 불가능하다.   
     
넷째, 개정안 시행은 사학 비리를 조장한다. 
개정안대로 운영기준이 완화되면 많은 사학들은 기준을 채우고 남는 유휴자산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들은 대학의 건물과 땅을 좀 더 자유롭게 상업시설로 전환하거나 매각을 통해 교육과 연구가 아니라 법인과 ‘사학소유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쓰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지원 특별법(가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시화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공공재로서의 대학들이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사명은 물론이고 학생과 교직원의 이익과 생존을 도외시한 채 사리사욕을 위해서만 대학을 통⸱폐합하는 일도 한층 용이해질 것이 분명하다.

개정안은 제1조(목적)에 새로 넣은 문구에서 「대학설립ㆍ운영규정」의 목적을 “쾌적한 환경 속에서의 교육·연구 활동의 안정적 수행을 통해 학문의 자유와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교지와 교사 기준을 완화하고 비정년·비정규교수를 양산하고 대학운영자의 재정 의무를 면해주면서 어떻게 ‘쾌적한 환경’이나 ‘학문의 자유와 교육받을 권리’를 운운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개정안은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강조하는 자율과 자치의 보장이 아닌 겉치레이자 사기극이며, 윤석열 정부가 저질러온 ‘시행령 정치’의 교육판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입법예고에서 2월 13일까지 의견 제출을 받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고 고등교육의 이해당사자들이 내는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이다. 그것은 국회 교육위원회 보고와 청문회, 공청회 개최를 당연히 포함한다. 

우리는 교육부 안에 존재하는 양심적이고 유능한 공무원들에게도 호소하고 싶다.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학 운영에 관한 권한도 이미 교육부가 공언한대로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고 나면 교육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 인수위 시절에 교육부 폐지론이 잠시 나온 적도 있지만, 이주호 장관의 정책 방향이야말로 교육부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가 교육계 위에 군림하면서 숱한 잘못을 저질러왔지만, 그것이 이런 식으로 자율과 자치의 핑계 뒤에서 교육부가 자신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정부 중앙부처로서 교육부 안에서도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마땅하며, 양심적인 공무원들이 용기를 내줄 것을 호소한다.

이주호 장관의 교육부는 우리 전국교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별개의 노조인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명분 삼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교섭에서 복수노조의 창구 단일화는 원활한 교섭 진행을 위한 것일 뿐이지 창구 단일화를 핑계로 단체교섭을 회피하는 것은 노동 관련법을 잘못 해석한 것이며 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우리 전국교수노동조합은 법외노조로 20여 년간 싸워온 끝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등록한 조직이며,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교원들을 포괄하는 전국조직이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든 참뜻은 노·정교섭을 통해 우리 고등교육의 질을 높임으로써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지 단지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독소조항으로 가득 찬 교육부 개정안이야말로 우리가 결코 방관하거나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개정안이 철회되고 사회적 대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때까지 타협 없이 싸워나갈 것이다.     

 

2023년  1월  2일

전 국 교 수 노 동 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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