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Bonjour, Guten 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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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Bonjour, Guten Tag”
  •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학교·언어학
  • 승인 2023.01.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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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형 칼럼]

이제 작년이 된 2022년 말, 공부 모임에 참석하러 서울 신촌에 들렀다. 그런데 길거리에 여러 언어로 인사말을 새겨 놓은 보도블럭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가운데 한국어,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인사말은 문제가 없었지만 프랑스어와 독일어 인사말에는 고쳐야 할 점들이 보였다. 프랑스어 인사말 ‘Bonjour’는 ‘bon’과 ‘jour’가 합쳐진 합성어인 만큼 보도블럭 두 개에 나누어서 새기고자 했다면 ‘Bon’과 ‘jour’를 각각 따로 새겨서 붙여 놓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어는 표기가 완전히 잘못되었다. 독일어 인사말은 ‘Guten Tag’이다. 한 단어가 아니라 수식어 ‘gut’(guten은 어미가 격 변화를 한 것)와 피수식어 ‘Tag’로 이루어진 명사구라 띄어 써야 하고, 거기에다가 모든 독일어 명사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Guten Tag’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Guten’과 ‘Tag’을 새긴 보도블럭을 각각 따로 만들고 띄어쓰기도 확실하게 되도록 이어붙였어야 한다.

서울 거리 한복판에, 그것도 여러 대학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지역에 이처럼 오표기가 쓰인 보도블럭이 버젓이 설치되어 있다니 아쉽다. 이러한 공공 시설물은 대한민국의 얼굴이기도 한 만큼 처음 만들 때부터 오표기가 없는지 공을 들여 검토하고, 만일 잘못 만든 것이 나중에 발견된다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코로나 위기에 따른 거리두기가 점차 해제되어 예전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올해 2023년을 공공 시설물의 오표기를 없애는 첫 해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학교·언어학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하임 라이프니츠 독일어연구원 방문학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천주가사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연구”, “텍스트언어학에 기반한 ‘쉬운 언어(Leichte Sprache)’ 텍스트 구성 시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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