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로 풀어낸 중국문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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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로 풀어낸 중국문학의 세계
  • 최용철 고려대 명예교수·중문학
  • 승인 2023.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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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의 말_ 『중국문학, 서사로 다시 읽기』(최용철 지음, 세창출판사, 576쪽, 2022.12)

 

본서는 수천 년 동안 변화하며 발전해 온 중국문학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작품에 얽힌 사연을 파헤치고 이를 서사적으로 풀어 독자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애쓴 책이다. 필자는 평생 강단에서 중국문학사를 가르치고 학생들과 오랫동안 토론하였지만 크고 넓은 중국문학의 세계는 여전히 한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러한 막연함과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방대한 중국문학의 세계를 시대별, 장르별, 유형별로 나눠보고 그 특징을 여덟 가지의 큰 제목으로 압축하여 정리하였다. 

장구한 세월을 이어온 중국문학의 세계는 워낙 풍부하고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어 쉽게 나누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원칙을 따랐다. 중국에는 시대별로 특징적인 문학을 결합시킨 용어가 전해진다. 한문, 당시, 송사, 원곡, 명청소설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감안하기는 했지만 한대 문장을 논하는 부분은 안배하지 못했고, 당시와 송사는 따로 넣었다. 희곡은 원명청의 작품을 함께 다루었으며, 명청소설은 각 장으로 분배했다. 장르별 구분은 크게 서정과 서사로 나뉠 수 있다고 보고 서사의 원시적 단계에 속하는 신화와 전설, 중국 초기 시가의 대표작인 시경 초사를 따로 구분하여 안배했다. 시는 당나라에 이르러 최고조로 발전했으므로 시경에서 당시까지를 아울렀다. 송대의 대표 시가는 사였으므로 별도로 두었다. 오랜 세월 변화무쌍하게 발전된 소설은 당송대의 지괴와 전기, 송명 화본, 명청 장편소설로 나눠지는데 다양하고 방대한 서사가 대중적 영향을 끼치고 있으므로 시대별로 구분하여 소개했다. 장편의 경우에는 명대의 강사형 소설과 청대의 창작형 소설로 변모되는데 이를 대표하는 작품을 집중 논의했다. 

그리하여 전체 목차는 「신화와 전설」, 「시경과 당시」, 「지괴와 전기」, 「송사와 화본」, 「원명청 희곡」, 「장편의 형성」, 「소설의 혁신」, 「변화의 시대」로 결정되었다. 아쉽게도 마지막 장에만 20세기 이후의 현대 부분을 안배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문학에 대해 독자들이 무엇보다 관심이 가고 애착이 있겠지만 이는 별도의 현대문학 전문서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문학사의 전체 내용을 가능한 압축하여 전개했지만 감히 완전한 분류와 서술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일반 독자들이 체계적이고 특징적으로 중국문학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고심했다. 필자는 이 짧은 키워드만으로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겨 약간은 사족처럼 각 장의 제목에 부제를 달아서 그 속에 담겨진 내용을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하고자 했다. 각 장의 제목에 덧붙인 내용은 각각 「신과 사람의 이야기」, 「바람과 시의 이야기」, 「귀신과 여우의 이야기」, 「풍류와 기녀의 이야기」, 「연극과 공연의 이야기」, 「역사와 영웅의 이야기」, 「사랑과 탄식의 이야기」, 「새로운 중국의 이야기」가 되는데,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이야기로 풀어썼음을 드러냈다. 이미 중국문학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제목만으로도 쉽게 이해될 것이나 조금 미숙하고 생경한 독자에게는 고마운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본서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와 더불어 핵심적인 줄거리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찾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긴 줄거리는 요약하여 보여주었고 간혹 원전의 한 대목을 직접 읽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시가 작품은 원문 한자를 병기했다. 각 장별로 핵심적인 세 가지 사항을 엄선하여 서술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제2장 「바람과 시의 이야기」에서는 선진시대의 시경과 초사, 위진남북조 시대의 조조와 도연명, 당대의 이백과 두보를 핵심적인 작품과 시인으로 선정했다. 그 시기에 수많은 시집과 시인이 있었지만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키워드로서 그들이 뽑힌 것이다. 송원명청의 각 시대별로 더 많은 시인들이 있었지만 그 시대를 특징짓는 다른 장르가 있어서 안타깝게도 조명 받지 못했다. 

제4장 「풍류와 기녀의 이야기」에서는 아울러야 하는 시대와 장르가 다소 복잡하여 설명이 필요하다. 제목이 「송사와 화본」인데 모두 송나라의 특징적인 문학장르였다. 그래서 우선 송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어서 송대를 대표하는 문인 소동파를 선정했다. 그는 시사와 문부에 모두 뛰어난 천재적 인물이다. 그의 「적벽부」는 고금의 명작이므로 이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화본소설은 비록 송대 설화인들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전해오는 작품이 미미하고 그를 집대성하고 꽃피운 인물은 오히려 명대의 풍몽룡이었다. 그는 당시 거의 모든 통속문학을 아울러 계승하고 창작하며 편집하고 간행한 최고의 대가였으므로 화본소설 이야기는 그를 빼놓고 논할 수 없었다. 

장편소설은 거대한 서사 작품이다. 문학사에서는 명대의 사대기서와 청대의 두 작품을 포함하여 육대 장편소설로 지칭한다. 하지만 사대기서 중에서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는 소설 분류상 강사형 작품이다. 각각 역사적 근거와 배경을 가졌으며 송나라 설화인들의 이야기로부터 확대 발전한 역사상 영웅들의 이야기였다. 조선시대에는 삼대기서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금병매』의 경우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명대의 뛰어난 문인의 창작으로 본다. 따라서 『홍루몽』 및 『유림외사』와 함께 제7장 「소설의 혁신: 사랑과 탄식의 이야기」로 함께 묶이게 되었다. 『금병매』와 『홍루몽』은 구체적인 묘사 대상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한 가문의 일상사와 남녀 간의 감성을 그리고 있는 인정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마땅히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연관성이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20세기 이래의 현대문학을 다룬 제8장 「새로운 중국의 이야기」에서는 20세기 초의 신문학 시기, 20세기 말의 개혁개방 시기, 21세기 초인 최근까지 세 시기로 나누어 각각 두 명의 대표 인물을 선정하여 소개했다. 다양한 시인과 소설가들이 있었지만 각 시기별로 선택된 후스와 루쉰, 왕멍과 류신우, 모옌과 옌롄커 등으로도 지난 백 년간 중국 현대문학의 변천 과정을 어느 정도는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문학은 3천 년의 장구한 세월을 면면히 이어 오면서 오로지 하나의 언어와 문자 체계를 유지하며 찬란한 고전문학을 탄생시켰다. 문학의 연속성과 동질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세계문학 중에서도 유래가 없는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중국문학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고 또한 직접적으로 우리의 고대 문학의 일부를 기록으로 전해오기도 하였다. 좀 더 넓게 보면 중국문학의 방대한 세계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오랜 역사 속에 만들어진 수많은 이야기는 전 세계인과 더불어 우리도 함께 감상하고 공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문학이란 진솔한 감성과 거짓 없는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가슴을 울리는 다양한 중국 문학 이야기를 통해 내 속의 오염된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 내는 좋은 기회로 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최용철 고려대 명예교수·중문학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후에 국립 타이완 대학에서 중국소설을 전공하고 「청대 홍루몽학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중문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중국소설학회, 중국어문연구회, 동방문학비교연구회, 한국홍루몽연구회 등의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홍루몽의 전파와 번역』, 『붉은 누각의 꿈』, 『사대기서와 중국문화』, 『열국지 읽기』가 있으며, 번역으로 『전등삼종』과 『홍루몽』이 있다. 지난 3년간 사회활동이 원활하지 못할 때 고향집을 오가며 틈틈이 원고를 써서 『중국문학, 서사로 다시 읽기』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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