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고전, 뒤르켐의 『교육과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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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고전, 뒤르켐의 『교육과 사회학』
  • 박찬영 진주교대·교육철학
  • 승인 2023.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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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교육과 사회학』 (에밀 뒤르켐 지음, 박찬영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98쪽, 2022.12)

 

뒤르켐(1858-1917)의 『교육과 사회학』(1922)은 『도덕교육론』(1925)과 『프랑스 페다고지의 역사』(1938)와 함께 뒤르켐의 대표적인 교육학 주저이다. 그러나 이 세 책은 모두 뒤르켐 사후 그의 글과 강의를 묶은 것이다. 의식적인 체계적 작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저서로서 최소한의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뒤르켐과 오래도록 삶을 나누고 연구를 같이 한 동료들이 펴내고 서문을 썼기에 교육에 관한 뒤르켐의 문제의식과 사상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교육과 사회학』의 얼개를 소개하기 전에, 이 책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것은 뒤르켐이 보르도대학교에 ‘사회학과 페다고지’ 전임강사로 임용되었다는 사실이다. ‘페다고지’ 강의는 전임자 에스피나스(Alfred Espinas, 1844∼1922)가 맡았던 것으로, 이는 프랑스에서 시행된 최초의 학부 강의였다. 이 강의는 당시 초등학교 교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개설되었는데, 도덕 및 공민교육 수업을 위한 것이었다. 에스피나스는 녹록하지 않았던 ‘페다고지’ 강의를 뒤르켐에게 넘겼고, 그렇게 뒤르켐은 보르도대학교에 임용되어 매주 페다고지 강의를 2회, 사회학 강의를 1회씩 하였다. 사회학이 그러하듯, 페다고지에 관한 뒤르켐의 학문적 관심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이는 그가 1902년 소르본에서 강의하게 된 뒤에 초등학교 교사와 교직을 희망하는 철학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페다고지 강의를 계속 이어갔다는 데에서도 확인된다.  

『교육과 사회학』은 백과사전의 두 개 항목과 강의 원고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 1장 「교육, 그 본성과 역할」과 2장 「페다고지의 본성과 방법」은 페르디낭 뷔송이 1911년에 펴낸 『페다고지 및 초등교육 새 사전』의 두 항목 ‘교육’과 ‘페다고지’를 추려 낸 것이다. 3장 「페다고지와 사회학」은 1902년에 실시한 페다고지 강의 원고를 1903년 『형이상학과 도덕』에 발표한 것이었으며, 4장 「프랑스 중등교육의 역사」는 1905학년도 개강 강의 초고였다. 이 네 개의 글은 의식적으로 통일된 체제와 내용을 갖춘 결과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뒤르켐 후기 교육 사상을 잘 요약해서 보여 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책 1장에는 교육에 관한 뒤르켐의 문제의식이 잘 나타난다. 뒤르켐에게 교육이란 사회생활을 하기에 미성숙한 어린 사람들에 대한 체계적인 사회화에 다름 아니다. 그러한 교육의 목적은 정치 사회 및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요구하는 신체적, 지적, 도덕적 상태를 발현하는 것으로, 뒤르켐의 또 다른 표현을 빌리면 우리를 이루고 있는 ‘사회적 존재’를 구성하는 것이다. 교육의 사회화와 관련해서 교사의 역할은 특히 중시된다. 아이들에게 사회적 존재가 저절로 구축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아이의 의지를 강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교사부터 “자신을 넘어서는 거대한 도덕적 인격”을 느끼고, “자신의 시대와 국가의 거대한 도덕 이념에 대한 해석자”가 되어야 한다. 그만큼 교사의 역할에는 권위가 새로운 지위를 갖는다. 이처럼 ‘단호한’ 교사를 요구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주인이 되고, 이성에 따라 행동하며,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파슨스도 뒤르켐이 ‘사회학’과 ‘교육’ 두 분야에 걸쳐 교수직을 해 왔다는 것을 지적하지만, 대체로 그는 사회학적 관점에 치중하여 뒤르켐의 사상을 조망한다. 그러다 보니 교육학자, 나아가 페다고지의 아버지로서 뒤르켐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지 못한다. 뒤르켐의 페다고지론을 알기 위해서는 2장 「페다고지의 본성과 방법」과 3장, 4장을 같이 읽어야 한다. 포코네는 페다고지를 “교육의 방향 혹은 개혁을 위해 심리학 및 사회학 원리의 결과를 찾는 사고 작업”이자 “교육 활동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했는데, 이런 코멘트는 조금 더 엄밀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물론 가장 나은 방법은 독자들이 직접 뒤르켐의 2장의 글을 정독하고, 이를 미루어 3장, 4장을 같이 이해하는 것이다. 뒤르켐이 페다고지를 강의하던 시절에는 페다고지에 관한 오래된 통념이 있었다. 그것은 페다고지를 ‘하나의 직업’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1902년, 뒤르켐이 이 책 3장 「페다고지와 사회학」 개강 강의를 할 무렵 프랑스 학계에는 페다고지 담론이 철학의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나아가 도덕, 페다고지, 토론 등이 철학의 파생물로서 여겨졌다. 수업에 대한 라이시태 의식의 발흥이 철학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뒤르켐에게 교육은 아이에게 시시각각 행사하는 부모와 교사의 일체의 작용을 의미하지만, 페다고지는 그러한 ‘교육’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페다고지가 우리말로 흔히 번역되는 ‘교육학’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페다고지는 교사의 실천 그 자체도 아니다. 뒤르켐에 따르면, 페다고지란 ‘실천 이론’, 즉 교육을 인식하는 방식이자 교육 현상에 대한 성찰 방식이다. 페다고지는 현재나 과거 현상에 대한 ‘기술’이 아니라 ‘당위’를 규명하는 것이기에 페다고지는 미래를 지향한다. 요컨대 페다고지는 ‘실천 이론(une théorie pratique)’으로서 “교사를 이끌어갈 관념을 그의 활동에 제공할 목적으로 교육제도를 성찰”하는 것이다. 뒤르켐은 페다고지의 본성과 방법에 관한 논의에서 개인의 학으로서 ‘심리학’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율성 혹은 의지 차원 또한 강조한다. 1902년 개강 강의에서 분명히 밝혔듯이, 뒤르켐에게 “교육은 기능상, 기원상 철저히 사회적인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페다고지는 다른 어떤 과학보다 더 긴밀하게 사회학에 의존”하지만, 그것은 사회학자로서 교육제도와 교육의 정의를 ‘기술’ 차원에서 제시한 것이지, 개인의 주체적 역할과 지위를 무시하려고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는 이 책 1장 「교육, 그 본질과 역할」에서도 드러나 있다. 사회와 개인은 적대적인 방식으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함축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개인은 노력함으로써 비로소 이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뒤르켐은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힘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 가운데 하나임을 적시한다.  

페다고지 개혁 차원에서 페다고지 목적은 4장 「프랑스 중등교육의 발달과 역할」에서 강조된다. 여기에서 뒤르켐은 중등교육이 형성되고 발전한 방식을 순수 학문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실천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연구라고 목적을 분명히 한다. 페다고지의 방법에서 확인한 것처럼 4장에서도 페다고지의 방법은 과학적인 것, 예컨대 역사학과 사회과학에 의지한다. 그러나 이 같은 페다고지 수업은 페다고지가 그러하듯 미래의 실천가에게 절차와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가에게 ‘이론’, 즉 “자신의 기능에 대한 완전한 인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뒤르켐의 『교육과 사회학』은 교육, 페다고지, 사회학 차원에서 뒤르켐의 교육론을 간결하게 잘 보여 준다. 이 책은 한편으로 사회학적 관점에서 교육의 본질과 역할을 밝히고, 다른 한편으로 페다고지의 본성과 방법을 제시하며, 중등교육 차원에서 페다고지 개혁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 책은 포코네에 의해 『교육과 사회학』이라는 제목을 갖게 되었지만, ‘교육’과 ‘사회학’만큼 ‘페다고지’ 또한 책 전체를 일관하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896년 소르본에 창설된 교육학(sciences de l’éducation) 전공이 1913년에 ‘교육학과 사회학(sciences de l’éducation et sociologie)’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변경된 명명이 이 책 『교육과 사회학』의 표제에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뒤르켐의 교육론을 전체적으로 살필 수 있게 해 준다는 데에서 적지 않은 의의가 있지만 이 책 자체가 교육과 페다고지에 관한 완결적인 논의를 갖춘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뒤르켐은 1925년의 『도덕교육론』 1강에서 페다고지에 관한 논의를 다시 한 번 정리한 뒤, 경험을 함축한 ‘체계적이고 확고한 자료에 기초한 성찰’로서의 페다고지를 역설한다. 흥미롭게도 이 논의는, “우리 시대, 우리나라 사람을 위한 도덕교육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탐구”를 요청하고, 우리 시대의 이상을 찾아 그에 따라 “교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미래지향적인 페다고지로 이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과 사회학』에 대한 논의는 『도덕교육론』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역사적 조망을 위해서 1938년의 『프랑스 페다고지의 역사』와도 관련 지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이들 책에 관한 원전 번역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 이 작업은 역자에게 이후의 과제가 될 것이다.


박찬영 진주교대·교육철학

서울대학교에서 듀이 철학과 어린이 철학 연구로 박사를 했고 진주교육대학교 도덕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파리10대학 대학원에서는 교육철학과 페다고지를, 나고야대학과 연세대 대학원에서는 철학을 연구했다. 저서로 『어린이 철학, 도덕 교육에 대한 또 다른 목소리』와 『페다고지를 위하여 ― 프레네의 <페다고지 불변요소> 읽기』가 있고, 역서로 『교육과 사회학』, 『교실 속 어린이 철학』, 『넬 나딩스의 교육철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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