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 위협에 따른 중동의 부상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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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 위협에 따른 중동의 부상과 시사점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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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오늘의 세계경제]

 

사진=KIEP 페이스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G7이 대러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 원유 및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한·중·일 3개국과 인도, 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호주, 카타르, 말레이시아 등지로부터 LNG를 주로 수입하고 있어 러시아, 노르웨이 등의 국가를 통해 PNG를 주로 수입하는 유럽에 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고 있다.

대러시아 원유 수입 의존도 역시 약 29.7%에 달하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중동(사우디, UAE, 이라크, 쿠웨이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한국의 대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약 60% 수준에 달한다.

EU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규제 등을 통해 대러시아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와의 에너지 공급 및 투자 협약이 이어지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규모 감축과 함께 2022년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러시아산 원유의 대중국 및 대인도 수출 규모가 대폭 증가한 반면, 유럽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와 신규에너지 공급협약을 체결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는 UAE, 카타르, 알제리, 이집트 등의 국가와 LNG 공급협약을 맺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대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에너지 안보 위협에 따른 중동의 부상과 시사점’을 다룬 <오늘의 세계경제> 보고서를 12월 22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에너지 수급 및 교역 현황과 주요국의 대응, 그리고 중동 국가의 에너지 공급 역량 및 정책 변화를 살펴본 뒤 앞으로의 전망과 시사점을 도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에 따라 중동이 유럽의 에너지 공급처로 떠오를 경우 한국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므로, 대중동 에너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지역 국가들은 러-우 전쟁 이후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 증대, 수출 확대를 위해 인프라를 증축하고 있으며, 특히 천연가스 생산국(카타르, 알제리, 이집트 등)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한-중동 간 적극적인 투자협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중동 내 유·가스전 개발 참여를 통해 지분 확보, 석유공동비축 협약 추진, 비축시설 용량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동 내 액화시설 인프라 구축 및 LNG 선박 도입에 능동적으로 대비함과 함께 에너지 관련 시설에 대한 사이버보안 협력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확대를 통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 추진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글로벌 에너지 수급 및 교역 현황

ㅇ 수자원,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과 같은 비화석 연료 에너지 공급 비중은 지속해서 증가해왔으나, 현재까지는 화석연료가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특히 천연가스 소비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임.

ㅇ 주요 원유 수출국은 중동, 북미 지역과 러시아이며, 주요 수입국은 유럽과 아시아로 양분되어 있어 유가 상승에 따른 리스크는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

ㅇ 아시아와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 형태 및 주요 수입 대상국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아시아보다는 유럽이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원인이 되고 있음.

■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에너지 수급 변동과 주요국의 대응

▶ 에너지 수급 변동 상황

ㅇ 석유: 러-우 전쟁 발발 직후 글로벌 원유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크게 확대되었으나,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 등의 영향으로 2022년 7월부터 4개월 동안 원유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됨.

ㅇ 2021년 기준 전 세계 2대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원유 수출 규모는 인도에 대한 수출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EU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2022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음.

ㅇ 천연가스: 2022년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 및 소비량은 전년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급격한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 등의 영향으로 소비량 감소폭이 생산량 감소폭에 비해 더 클 것으로 예상됨.

ㅇ EU는 천연가스 수급 안정화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2023년에도 천연가스 수급 불안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

ㅇ 역내 지정학적 리스크: 중동지역 내 지정학적 불안정성 확대는 역내 원유 생산 및 비축 물량 감소를 유발했으며 유전, 정유시설, 그리고 원유 수송선에 대한 공격이 2022년 들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됨.

▶ 주요국의 대중동 에너지 협력

ㅇ EU: EU는 ‘에너지 전환’과 ‘대러시아 화석연료 수입 비중 감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으며, 이에 가스 공급 다변화, 대체 에너지원 확보, 에너지 절약 및 효율성 개선, 그리고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의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음.

ㅇ 일본: 일본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 및 수소협력 확대를 위해 사우디, UAE를 중심으로 협력을 추진했으며, GCC 국가는 일본과 수소·암모니아 생산, CCUS, 해상풍력 등 신산업 기술협력을 꾀하고 있음.

ㅇ 중국: 중국은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 올라섰으나 그와 동시에 사우디, 카타르 등과 천연가스 장기 공급, 다운스트림 부문 투자 확대 등에 관한 신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중동 국가와의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음.

ㅇ 인도: 인도는 UAE와 다자 및 양자 간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처로 떠오르는 등 에너지 협력 다각화를 꾀하고 있음.

ㅇ 러시아: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의 대중동 원유 수출 규모는 특히 이집트와 UAE를 중심으로 대폭 증가함.

ㅇ 한국: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단기적인 에너지 확보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 및 수소협력을 확대하고자 하며, GCC 국가는 한국과 수소·암모니아 생산, CCUS 등 신산업 기술협력을 증대하고자 함.

 

■ 중동 국가의 에너지 공급 역량 및 정책 변화

ㅇ 석유: 중동 산유국들은 OPEC+ 차원의 감산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여유생산 능력도 향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당분간 원유 공급량을 어느 정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ㅇ 천연가스: 중동지역 국가 중 천연가스 수출 기반이 갖춰진 국가는 이란, 카타르, 알제리, 이집트, 리비아(매장량순) 등이 있으나, 단기 수출확대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임.

ㅇ 러-우 전쟁 이후 중동지역 국가들은 자원 생산 증대 및 수출 확대를 위해 관련 인프라 증축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


■ 전망 및 시사점

▶ 전망

ㅇ 단기적 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유럽에 비해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음.

ㅇ 중장기적 글로벌 에너지 수요 증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나,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을 통해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야 함.

▶ 중동 국가와의 협력 확대

ㅇ 한국의 에너지 수급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UAE, 카타르 등과의 장기계약, 중장기적인 유·가스전 개발을 통한 지분 확보를 추진함과 동시에 석유공동비축 협약 추진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음.

ㅇ 에너지 수급을 위한 협력 외에도 천연가스 액화시설 인프라 및 사이버보안 시스템 강화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중동 내 한국의 입지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음.

▶ 에너지 전환 촉진

ㅇ EU의 대중동 에너지 공급망 확대, 중동 역내 분쟁 등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따라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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