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사상
상태바
철학자들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사상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12.24 2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비트겐슈타인 읽기 | 김이균 지음 | 세창미디어 | 204쪽

 

이 책은 철학자들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비트겐슈타인, 그의 삶과 사상을 살펴본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삶을 그의 대표 저작인 <논리-철학논고>와 <철학적 탐구>를 중심으로 전·후기를 나누어 설명한다. 동시에 삶의 서사를 따라 비트겐슈타인이 삶에서 고민하고 치열하게 사고했던 사유의 흔적과 발자취를 되걷는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단지 ‘문제의식-문제해결’이라는 단순한 도식에서 벗어나 왜 그와 같은 철학적 문제들에 골몰했는지를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즉, 비트겐슈타인의 삶의 문제와 철학적 고민이 집약되어 있는, 기본에 충실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총체적 개론서라 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삶은 조금 특이하다. 아버지의 권유로 공학도가 되었던 그는 수학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던 중 버틀란트 러셀을 만나 철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는 러셀로부터 그 천재성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철학에 입문하게 된다. 러셀과 프레게의 철학적 문제의식을 이어받은 그는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가 언어의 논리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무의미한 문장들로 구성된 사이비 철학적 문제를 만드는 것에 있다고 보고 그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소’함으로써 철학계를 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겐슈타인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철학계에 복귀할 뿐 아니라 그의 삶의 말년, 암에 걸려 죽기 며칠 전까지도 철학의 문제에 다시 골몰하게 된다. 무엇이 비트겐슈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끝냈다고 여기는 문제들로 다시 돌아와 골몰하게 했을까?

이 문제는 단순히 비트겐슈타인이 ‘무엇’을 그토록 치열하게 사고했는지의 문제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왜’ 그렇게까지 골몰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동시에 던지게 한다. 이는 특정 저서들에 담긴 문제의식만을 지적하고 해결하는 기계적 방식이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의 삶이라는 하나의 서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은 각 저서들에 담긴 ‘문제의식’에 집중하기보다 삶이 어떤 문제를 만났으며, 그 삶은 무엇을 고민하고 골몰하게 했는가에 집중하게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문제의식, 그리고 여기에 대한 러셀과 프레게의 해답, 그 해답들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비판과 다른 방식으로의 비트겐슈타인의 새로운 해답으로 이어지는 과정 또한 삶 속에서의 철학적 서사를 이루어, 마치 오답노트를 적어 가듯 그들이 연대했던 실제적 고민 속으로 우리 자신을 데려간다. 근본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물음은 그 자신의 삶에 따른 고민이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와 후기는 사상의 단절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성질의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언어가 말할 수 있는, 즉 의미 있는 문장과 무의미한 문장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면 후기 철학에서는 일상언어에서의 언어의 잘못된 사용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뭇 달라 보이는 이 철학적 문제들은 비트겐슈타인이 평생에 걸쳐 해결하고자 했던 하나의 문제의식으로부터 탄생한다. 그것은 무분별한 언어 사용으로부터 발생하는 형이상학적 사이비 문제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저자는 언어의 한계를 다루는 것이 인식의 한계를 다루는 칸트의 작업과는 어떻게 다른가의 문제, 비트겐슈타인 이후 최고의 분석철학자이자 분석철학계의 거장이라 일컫는 솔 크립키는 왜 비트겐슈타인을 상대주의자라고 평가했는지의 문제, 그런 그의 의견의 맹점은 무엇인지 등을 폭넓게 소개하고 다룬다. 이러한 소개는 각 저작들을 이해한다고 쉽게 인지할 수 없는 저작과 저작 사이의 간극이다. 『논리-철학 논고』와 『철학적 탐구』 사이의 간극, 혹은 『철학적 탐구』와 『확실성에 관하여』의 간극. 그 간극들이 다양한 학자의 비판과 견해에 대한 소개를 통해 메워 간다. 

『논리-철학 논고』는 7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 7개의 문장을 설명하는 다양한 문장들로 보충 설명해 가는 과정이 그대로 책 속에 담겨 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번호를 붙인다면 1부터 시작해 순서대로 2,3,4… 의 숫자 체계를 붙여 나갈 텐데, 비트겐슈타인의 번호 체계는 상당히 독특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한편으론 『철학적 탐구』는 일반적인 문체로 서술된 듯이 보이는데 왜 그토록 이해하가 어렵다고 하는 것일까? 그 모든 이유는 책 속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 이유뿐 아니라 해당 영역을 어떻게 독해해야 할 것인지, 그 실제적인 방법들 또한 서술한다.

이에 더하여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한 인용 저작들은 저자가 비트겐슈타인의 독일어 저작을 직접 번역한 자료다. 해설서에 자신의 번역을 직접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문체와 번역체의 괴리를 상당 부분 줄여나간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까지 더해져 무엇보다 독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