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후기 의정부, 비변사, 관아아문의 변천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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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후기 의정부, 비변사, 관아아문의 변천과정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2.2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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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중·후기 정치제도 연구 | 한충희 지음 | 혜안 | 344쪽

 

이 책은 조선 중·후기에 급변하는 정치, 군사, 경제, 사회, 지방통치 등과 관련하여 조선중기 국정을 총관한 의정부, 조선중기 변사(邊事) 등 군정을 주관한 비변사, 조선후기 국정을 주도한 비변사·육조와 이들의 정치·군사를 뒷받침한 중앙관아·군현·변진, 이들 관아를 운영한 문반 경관직과 왕실관계 특수 관직인 능관제 등의 정치제도 관련 연구를 수록한 것이다.

저자는 조선 중후기 정치제도의 설치 배경과 변천, 당시의 정치·경제·군사·정치세력 등과의 관계를 구체적이면서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이 책에 담았다. 저자가 보는 조선 중·후기 정치제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조선중기의 의정부는 의정부서사제기(중종 11~28년경)‧육조직계제기(성종 16~중종 10, 중종 28경~선조 24), 원상(院相)‧왕의 측근(연산말)‧공신(중종초)‧권신(중종말)‧외척(명종대)‧언관(중종 11~13) 등의 대두에 따라 기능발휘에 차이가 있기는 하나 국정 전 분야에 걸쳐 활발한 정치활동을 전개하면서 국정을 총령하거나 주도하는 기능을 하였다.

② 조선중기 비변사는 국정운영체계상으로는 의정부‧육조의 지휘를 받아 임무를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나, 비변사를 운영한 당상(堂上)은 남북방 군사업무에 장기간 재직하였음과 관련하여 당상이 의정부‧병조의 지휘‧간섭을 배제하고 변사 등 군정관련 정사를 전담하였다.

③ 조선 중‧후기의 중앙관아는 급변하는 정치‧군사‧경제‧사회상과 관련되어 새로이 비변사‧선혜청‧규장각과 훈련도감 등 군영아문이 설치되어 의정부를 명목상의 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육조‧육조속아문 기능을 약화시키면서 모든 정치‧군사를 주관하였다.

④ 조선 중‧후기의 문반 경관직은 급변하는 정치‧군사‧경제‧사회상과 관련되어 새로이 등장한 비변사‧선혜청‧규장각과 훈련도감 등 군영아문의 겸직당상(도제조‧제조)과 군영대장이 정치‧군사를 주관함에 따라 경관직의 중심축이 이전까지의 의정부‧육조 정직에서 비변사 등의 겸직당상과 군영대장으로 옮겨졌다. 또 당시에 대두된 당파‧세도정치가가 이러한 정치제도에 편승하여 당상겸직을 통해 비변사는 물론 군영아문까지 장악하면서 왕권을 약화시키고 공적 정치질서를 붕괴시키면서 국정을 전단하거나 주도하였다.

⑤ 조선 중‧후기의 군현은 법제적인 기능은 초기의 것이 그대로 계승되었지만 많은 군현이 강격되고 승격된 것은 직접적으로는 급변하는 경제‧사회상과 관련된 반란‧반역‧강상죄인 등에서 야기되었고, 이를 통하여 왕조를 유지하고 국방을 강화하며 중앙집권‧유교적 신분질서 유지와 효율적인 지방통치에 기여하였다.

⑥ 조선 중‧후기에는 내침하는 남북방의 외적 방어와 관련되어 많은 변진이 설치‧승격되었고, 비록 왜란과 호란기에는 적의 군세와 관련되어 큰 효과가 없었으나 그 외의 시기에는 왜‧야인의 직접적인 침입을 방어하고 수도방어를 보조하여 국경과 민심을 안정시키고 국가의 평화를 유지시키는 한 토대가 되었다.

⑦ 조선시대의 능관(陵官)은 조선초기에는 20릉에 참봉(종9)이 40직에 불과하였으나 조선중기 이후 점차로 증가한 능관(참봉)으로 인해 심화된 참하관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1707년(숙종 33) 이후에는 여러 번에 걸쳐 종9품직인 참봉직 중 1직을 종5품 영(令), 종7품 직장(直長), 종8품 봉사‧별검으로 승격시키는 관제조정이 있기도 하였다.

이상과 같은 정치제도의 운영과 특징을 볼 때 조선 중‧후기의 정치제도는 조선초기에 비해 국정운영체계가 조선중기에는 ‘왕-의정부-6조 체제’가 지속되기는 하나 변사 등 군정은 ‘왕-비변사 체계’로 운영되었고, 조선후기에는 비변사가 국정을 총령함에 따라 ‘왕-비변사-육조‧5군영 체계’로 운영되었다.

또한 관직체계는 조선중기에는 ‘의정부‧6조‧삼사 등 정1~정3품 당상관직’이 중심이 되었지만, 조선후기에는 비변사‧선혜청 등 정치‧경제를 전관한 관아가 도제조 등 겸직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군영아문의 대장이 요직이 되면서 ‘겸직인 비변사‧선혜청 등 도제조‧제조‧부제조‧유사당상, 군영대장’이 중심이 되었다. 아울러 3의정‧6조판서 등은 본직으로서 보다는 예겸직인 비변사도제조 등을 통하여 정치력을 발휘하였고, 이를 토대로 의정부는 명목상이나마 최고 정치기관으로 존속될 수 있었다.

정치운영은 조선중기에는 의정부‧육조‧삼사 등 당상관이 국왕을 받들고 법제적인 관아기능, 행정체계를 통하여 국정을 총령하고 분장하였다. 반면 조선후기에는 집권당파가 비변사‧선혜청 등 당상겸직과 군영대장직을 독점하거나 다수를 점하면서 비변사‧군영아문 등을 지배하였고, 공론보다는 당파의 이해에 따라 정치를 독단하거나 주도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유년 국왕보필과 관련되어 세도정치가 행해진 순조·헌종·철종대에 외척이 중심이 된 안동김씨와 풍양조씨 세도정치기에 더욱 심화되었다.

결국 조선 중‧후기에 개편되면서 운영된 관아‧관직제 즉, 비변사‧5군영 등 아문과 도제조‧제조‧군영대장 등 관직은 당시의 급변하는 정치‧군사‧경제 등에 대처하면서 수도권의 방어를 강화하고 왕조를 지속시킴에 기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선후기, 특히 1701년(숙종 27) 이후는 노론과 세도정치가가 정치를 전단‧주도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조선 중기와 후기, 중앙과 지방의 정치제도와 정치운영의 실태가 보다 명확하게 밝혀진 점에 사학사(史學史)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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