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문학을 통해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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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문학을 통해 조명하다
  • 안미영 건국대학교·현대문학
  • 승인 2022.12.18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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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밀레니얼 세대 청춘시학 - 안미영 평론집』 (안미영 지음, 소명출판, 312쪽, 2022.11)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고 우리는 자주 밀레니얼 세대를 호명합니다. 『밀레니얼 세대 청춘시학』에서는 문학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조명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밀레니엄의 새로운 변화와 밀레니얼 세대의 감수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 시대, 문학이 제기하는 담론을 읽으며 (인)문학의 가치를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밀레니엄 신(新)풍경 

밀레니엄의 가장 두드러진 사건은 ‘내 손안에서 가능해진 인터넷 세상’과 문학 장(場)의 변화입니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고 2013년에는 스마트폰이 핸드폰 시장에서 1위를 점했습니다. 이즈음 한국의 본격문학은 신문, 출판사, 인터넷 서점 등의 온라인 연재를 시도했고, 작가들은 독자들과의 새로운 만남에 열광했습니다. 초기에는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지면을 통해 문학의 밝은 미래를 꿈꾸었으나, 본격문학은 점차 퇴장하고 장르문학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온라인은 ‘보기’뿐 아니라 ‘쓰기’ 그리고 이제 ‘읽기’에 이르기까지 친숙한 환경을 구축했지만, (본격)문학은 ‘진지한 사유와 독해’를 지향한다는 ‘문학의 정체성과 소명’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밀레니엄의 또 다른 주요한 사건은 포스트이데올로기 시대 ‘감각하는 주체’의 출현입니다. 불확정적이고 가변적인 시대에 우리는 ‘지각하는 주체’, ‘합리적인 주체’이기보다 ‘감정적인 주체’이며,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불확실성’을 탐구하기 위해 정동(情動) 담론이 부상했습니다. 2021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이승우의 「마음의 부력」은 감정잉여의 시대, ‘사랑’이라는 감정의 숭고미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과잉의 감정 중에는 한순간 부풀었다가 사그라드는 소모적인 것들도 있지만 널리 공유할 만한 아름다운 감정도 있습니다. 우리 시대 문학은 일상에 내재해 있지만 의식하지 않았던 숭고한 감정을 발견하고 인간됨의 긍정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 감수성

밀레니얼 세대의 감수성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신춘문예로 데뷔한 젊은 작가들의 당선작, 젊은작가상 대상수상작(문학동네, 2010~2021), 그리고 동시대 발표된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밀레니엄에 청춘기를 보내는 세대의 감수성을 탐구했습니다. 처음 데뷔한 젊은 작가들은 꿈꿀 수 있는 권리보다 거리를 표류하는 청춘의 불안을, 데뷔 후의 젊은 작가들과 동시대 작품에서는 사회에 자기 지분을 갖지 못한 이방인의 소외를 주목했습니다. 작중에서 그들은 ‘고발’과 ‘위축’, ‘윤리’와 ‘일탈’, ‘인류’와 ‘국가’ 사이를 부유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가족의 증여방식을 포함하여 사회의 공정성을 환기시켰습니다. 불확정적이고 가변적인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곳과 저곳을 부유하는 그들의 정서를 ‘사이(낀)의 감수성’이라 명명할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 시대 문학 담론

밀레니얼 시기의 문학 담론은 ‘기억’과 ‘속도’에 대한 사유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을 경험했습니다. 문학은 이 사건을 ‘죽은 자’, ‘살아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자’, ‘살아서 괴물이 된 자’ 세 가지 삶의 양태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보호받지 못한 ‘죽음’에 대한 기억은 지금 이곳에 내재한 불안과 폭력의 제 양태를 돌아보게 만들었으며,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다면적으로 사유하게 합니다. 우리는 현재라는 시공간에 발을 딛고 있지만, 세월호 사건의 경험을 포함하여 무수한 과거의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학에서 기억은 과거의 잔재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간섭하고 미래를 추동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병리적 징후를 감지합니다. 

밀레니얼 시기의 문학 담론은 ‘기억’과 더불어 우리 시대의 ‘속도’를 사유합니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속에서 자본과 하이테크의 결합은 우리를 속도 경쟁으로 내몰았습니다. 문학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 ‘속도를 따라가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도를 추구하는 사람들’ 세 층위의 삶의 양태와 이들의 공존을 보여줍니다. 지구촌에서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지만 국가와 국가 간의 속도가 다르며, 국가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역의 속도가 다릅니다. 변화가 급박할수록 삶은 완급 조절이 필요하며 조절의 주체는 우리 자신이어야 합니다. 문학은 속도에 몸을 맡긴 채 세계의 풍경을 담기보다 우리 내면의 풍경을 찾아낼 것을 제안합니다. 이때 ‘느림’은 자기 삶을 객관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자기 안에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인)문학, ‘뒤돌아보며 걷기’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은 자본주의 경쟁력이 미비합니다. 그런 탓에, 역설적으로 자유롭고 순수할 수 있습니다. 속도에 부침을 당하지 않고 세계를 응시할 수 있으며, 세계에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인문학은 속도에 제동을 걸고 질문을 통해 사유하게 합니다. 지금의 위치와 심경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느림의 방식은 빠르게 지나쳐 온 것들을 돌아보며, 빈 곳을 메우고 돌보지 않았던 상처를 치유해 냅니다. 자본과 기술이 문명의 가속도를 초래했다면, 인문학은 뒤돌아보며 그간 간과했던 균열의 지점들을 봉합하는 가운데 문화를 창출해 냅니다. 느림은 삶이 지닌 보편성을 확인하고 그 안에 내재한 특수성을 수용할 수 있는 혜안을 줄 수 있습니다. 

‘뒤로 걷기’,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앞을 향해 걸을 때와 달리, 뒤로 걸을 때 이미 지나쳐 왔지만 간과했던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을 향해 걷지만, 때로는 뒤로 걸으면서 지나쳐 버린 것들을 돌보고 평소 안 쓰던 사유의 근육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확정적이고 가변적인 세계에서 우리의 관점과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외부 세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소한 책이 밀레니얼 시대 (인)문학의 풍경을 들여다보고,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우리의 내면과 조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새해에는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안미영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현대문학

첫 평론집 『낮은 목소리로 굽어보기』(시와에세이, 2007)와 두 번째 평론집 『소설, 의혹과 통찰의 수사학』(케포이북스, 2013)에서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탐구했으며, 세 번째 평론집 『밀레니얼 세대 청춘시학』(소명출판, 2022)에서는 동시대 문화와 세대를 탐구했다.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에서 글쓰기와 문학을 가르치면서 ‘자기표현으로서 글쓰기’, ‘기초학문으로서 문학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장기 과제로 ‘세계문학의 수용과 한국문학 장(場)의 성장’을 수행 중인데 『서구문학수용사』(역락, 2021)의 연장선상에서 외국 문학 작품이 한국문학 장의 전개와 성숙에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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