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신체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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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신체 건강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2.12.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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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규의 〈과학에세이〉

 

연말이라 많은 대중 가수와 클래식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미자 같은 가수는 나이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젊을 적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다. 젊을 적 목소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다. 인간의 목소리는 신체의 다른 부분과 같이 나이에 따라 변한다. 사춘기 소년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한 가지는 후두와 성대주름의 성장이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다. 후두가 성장함에 따라 성대주름은 더 길어지고 두꺼워지며 소리의 음조는 낮아진다. 인생 후반기에 나타나는 목소리 변화의 공통적 원인은 후두와 음성에 힘을 부여하는 호흡계의 노화이다. 노화에 따라 후두의 관절이 딱딱해지고 후두 연골이 석회화된다. 성대주름은 유연성과 탄력성을 잃게 되며 후두 근육이 위축되고 점차 가늘어져 목소리가 약해진다. 

인간의 목소리도 노화에 따라 변하나 이러한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시점은 일정하지 않다. 나이 든 사람의 목소리는 젊었을 적의 목소리와 다르지만, 거기에는 일생의 지혜와 풍부한 경험이 녹아있다. 무엇이 목소리를 변하게 만드는가? 나이가 들면서 후두, 성대주름과 목소리 생성 기작이 신체의 나머지 부위와 유사하게 노화 과정을 겪는다. 노화와 관련된 목소리 변화는 후두와 성대주름이 위축되고 얇아지며 뻣뻣해지기 때문에 일어난다. 중년 말기의 노화는 남성과 여성에서 서로 다르게 일어나는데, 여성에서는 폐경과 관련된 호르몬 변화가 성대주름을 변화시킨다. 노화에 따라 성대주름은 점차 뻣뻣해지고 두꺼워진다. 성대주름을 부드럽게 하는 점액을 생산하는 분비샘의 수가 감소하여 점액이 걸쭉해진다. 이러한 성대주름의 변화는 소리의 음조를 낮추고 목소리가 거칠어지며 무기음이 많아지게 한다. 

목소리 변화는 사춘기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이차성징의 하나이다. 남자아이들은 12~16세에, 여자아이들은 10~14세에 사춘기를 겪게 된다. 여자아이에게서 사춘기의 첫 번째 신호는 가슴의 발달이고 남자아이들은 정소 크기의 증가이다. 사춘기 이전에 후두는 상대적으로 목의 위쪽 부분에 위치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성장하여 목의 아래쪽으로 내려앉게 된다. 동시에 성대주름이 두꺼워지고 커지는데, 이런 변화는 남자아이에게서 더 두드러진다. 전형적으로 이 시기에 음조 상승이 일어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아래로 내려간다. 이러한 과정은 약 1년 동안에 걸쳐 일어나는데, 일반적으로 17세까지는 목소리가 안정화된다. 사춘기 이후의 노화에 따른 목소리 변화는 일반적이지 않다. 

노화에 따라 인간의 목소리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그러나 가수들은 일반인과 달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목소리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가수는 운동선수와 같다. 목소리는 사용하는 빈도에 좌우된다. 우리가 계단을 오르는 운동을 그만둔다면 점차 더 오르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목소리에도 적용된다. 노화에 따라 근육의 신축성과 민첩성이 소실되는데,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가수들은 일상적으로 후두와 성대주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젊을 적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 오페라 스타 도밍고(Placido Domingo)는 71세까지 훌륭하게 자기 목소리를 유지했다. 

점진적인 목소리 변화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나 목소리를 젊게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첫째, 신체의 다른 부분과 유사하게 성대주름을 젊게 유지하려면 운동이 필요하다. 미시간 대학의 헌터(Eric Hunter) 교수에 따르면, 발성에 관련된 근육을 강화하면 목소리를 젊게 유지할 수 있다. 둘째, 크게 목소리를 내는 연습은 목소리 건강에 유익하다.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잃게 된다’라는 말은 목소리에도 적용된다. 신문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면, 한 단락을 읽더라도 배우자, 반려견 앞 또는 스스로에게 큰 소리를 내어 읽은 것이 목소리를 젊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목소리는 신체 건강을 반영한다. 건강이 좋지 않으면 목소리가 변하는데 이것은 감기를 심하게 앓기만 해도 알 수 있는 현상이다. 에모리 대학의 해프너(Edie Hapner) 교수는 “건강한 노래 부르기는 목소리를 젊게 유지하는 훌륭한 방법이다”라고 하였다. 직업적 가수가 일반인보다 훨씬 오랫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젊게 유지하는 이유이다.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교회 성가대에서 합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노화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생활에서의 변화의 축적을 이른다. 전 세계에서 매일 약 150,000명이 사망하는데 그 중 2/3가 노화와 관련되어 있다. 현재의 노화 이론은 DNA 산화 같은 손상의 축적이 기관계를 약화시킨다는 손상 개념과 DNA 메틸화 같은 후생적 노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비만은 노화를 촉진하나 비영장류에서 식이 칼로리 제한은 노화는 늦추어주면서 건강한 신체 기능은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관 대부분은 노화에 따라 기능이 떨어지는데, 노화의 첫 신호는 근골격계에서 나타난다. 대부분의 신체 기능은 30세 이전에 짧게 정점을 찍으며,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그러나 이 감소에서조차도 기관 대부분은 신체의 요구보다 더 많은 기능적 보상 능력을 갖고 있어서 기능 대부분이 적절하게 유지된다. 

예를 들어, 간의 절반이 손상되면, 나머지 조직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한다. 50대에서는 미각 및 후각이 감퇴하기 시작하는데, 두 감각 모두 음식의 풍미를 느끼는 데 필요하다. 혀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그리고 우마미 맛의 5가지 기본 미각을 받아들인다. 미묘하고 복잡한 풍미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후각이 필요하다. 노화에 따라 혀에 존재하는 맛봉오리의 민감성이 감소하는데, 이 변화는 쓴맛과 신맛보다 단맛과 짠맛을 맛보는 데 영향을 미친다. 코 내면이 점차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코에 존재하는 수용체의 퇴화에 따라 후각 능력이 감소한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음식은 더 쓰게 느껴지고, 미묘한 풍미가 있는 음식조차도 맛이 밋밋하게 느껴진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피부는 점차 얇아지고, 탄력성을 잃으며, 건조해지고 미세하게 주름진다. 피부 노화는 부분적으로 콜라젠과 엘라스틴이 화학적으로 변하고 탄력성을 잃기 때문에 일어난다. 노화된 신체는 콜라젠과 엘라스틴을 덜 생산하기 때문에 피부가 쉽게 찢기게 된다. 노화에 따라 피부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피하 지방층이 얇아지고, 이에 따라 주름이 잘 생기고 추위에 대한 내성이 감소한다. 피부에 존재하는 신경말단의 수가 감소하여 통증, 온도와 압력에 대한 민감성이 감소하고 그 결과 상처를 잘 입게 된다. 노화에 따라 혈관 수가 감소하여 피부 심부로의 혈류도 감소하여 신체는 열을 효과적으로 발산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혈류가 감소하면 피부에서의 상처 치유가 더디게 일어난다. 색소-형성 세포의 수도 감소하기 때문에 피부는 자외선에 노출되어 갈색 노인 반점이 나타나게 된다.

인간과 균류를 포함한 많은 종은 노화하고 죽는 데 반해, 세균은 이분법으로 자손을 생성하며, 딸기는 기는줄기에 의한 영양생식으로 유전적 조성이 같은 자손을 산출하고, 히드라는 재생능력을 갖고 있어 노화로 인한 죽음을 피할 수 있다. 무성생식 생물에서는 노화가 진행되지 않으며, 적절한 환경하에서는 영생할 수 있다. 생명체의 노화와 죽음은 약 10억 년 전에 균계와 동물계가 출현하면서 일어난 유성생식의 진화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다. 인간 같이 생명이 유한한 종에서조차도 잠재적으로 영속성을 갖는 세포들이 존재한다. 헬라(HeLa) 세포주는 시험관에서 배양을 통해 영생할 수 있으며, 생식소에서 일어나는 정자 생성도 그 개체와 수명을 같이 한다. 

노화는 많은 질병에 대한 가장 큰 위험 인자이다. 90세 이상을 대상으로 행한 연구 결과, 장수한 사람들은 교육이나 수입 및 직업과 연관성이 없으며, 그들이 공통점은 생활습관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비흡연자이며 비만이 아니고, 스트레스에 잘 대처한다. 그들은 건강한 생활습관 때문에 동년배들보다 고혈압, 심장질환, 암, 당뇨병 같은 노화와 연관된 질병에 덜 노출된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가족 구성원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은 유전적 소인과 생활습관 또는 두 가지 모두가 수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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