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의 시대, 모든 것은 인간의 편향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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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의 시대, 모든 것은 인간의 편향에서 시작되었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12.12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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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향의 종말: 우리 안의 거대한 편향 사고를 바꿀 대담한 시도 | 제시카 노델 지음 |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500쪽

 

“전라도 사람은 뒤통수를 잘 친다”, “채식주의자들은 까다롭다”, “여성은 수학을 잘 못한다” 등의 일상적 편견은 단지 개인의 고정관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를 위협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일상에 스며든 편향 사고로부터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 이 책은 편향의 폭력과 해결의 실마리를 우리에게 드러낸다. 저자는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편향사고가 우리의 신념과는 상반된 편견과 차별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교육, 의료, 노동, 치안, 종교를 비롯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OECD 30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갈등지수 산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갈등지수 3위를 차지한 ‘갈등공화국’이다. 인종과 젠더에 대한 편견을 넘어 교육, 의료, 노동, 치안, 종교 현장에서 차별과 혐오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법으로 규제하고 금지하며 처벌하는 것이지만, 근본적 원인인 ‘편향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러한 대증요법은 원천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서 편향(bias)이란 편견을 갖게 되는 태도나 경향성 그 자체를 말하는데, 인간의 인지와 감성에서부터 사회 제도,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혐오는 인간의 본능인 편향 사고에서 비롯되며, 개인과 사회 전반에 뿌리깊이 자리한 편향이 미래의 가능성을 좀먹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편향의 문제를 인식하고 밝히는 데서 나아가 성과 노동, 장애, 의료, 종교 현장에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기 위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의 본능에서부터 편향의 실체를 파악해나간다. 바로 인간이 본능적으로 차별할 수밖에 없도록 타고났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범주화’, ‘본질화’, ‘고정관념 형성’의 3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종의 보상작용이 벌어진다. 한 실험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불확실한 결과를 정확히 예견했을 때 쾌감을 느끼고, 반대로 예견이 틀린 것으로 판명될 때 짜증과 위협을 느낀다. 이러한 보상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두뇌는 끊임없이 고정관념에 ‘중독’되고, 이는 편향사고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편향 사고가 마음속 편견에서 머물지 않고 차별과 혐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인간은 편견 없이 태어나지만 학습하고 사회화하는 과정에 자신이 속한 집단과 그 문화에 축적된 편향을 흡수한다. 이는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성별, 나이, 인종, 민족성, 종교 등 다른 문화적 집단이나 타자를 향한 편견으로 작용한다. 편향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실용적인 도구임과 동시에 자신과 다른 대상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양날의 검이다.

우리가 무수히 목격했듯이, 인간 삶의 모든 영역과 다양한 집단에 걸쳐 편향 사고는 대우의 차이를 만들고, 차별의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만약 당신이 여성이라면 승진에 제약을 받을 수 있고, 성소수자라면 가정 · 신앙공동체 · 의료 서비스 영역에서 거부당할 수 있다. 인종 차별이 극심한 사회에서는 피부색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저자의 견해는 습관처럼 작동하는 ‘암묵적 편향’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편견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는 대목이다. 암묵적 편향은 스스로는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믿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편향적 태도를 말한다.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백인이 실제 행동에서는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암묵적 편향은 하나의 회로처럼 작동하는데, 우리가 문화적 지식을 흡수할 때 시작된다. 이 문화적 지식은 눈앞의 펼쳐진 상황에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행동 방식, 발언, 감정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차별이 나타나고 다시 문화적 지식에 먹이를 준다.

그렇다면 “암묵적인 편향을 우리는 과연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저자는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설득만으로는 마음의 습관이자 공고한 편향 사고의 구조를 바꿀 수 없기에, 편향 회로를 끊을 수 있도록 애초에 행동 설계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저자는 갈등의 현장에서 오히려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편향에 대한 진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전략을 제시한다. 수많은 연구 사례 중 우리 사회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해결책 3가지는 다음과 같다.

1) 편견에 유연한 두뇌 만들기: 마음 챙김 훈련
마음 챙김과 명상이 신체에 미치는 연구에 기반하여 미국 경찰관 50명에게 마음 챙김 훈련을 적용했다. 8주간의 마음 챙김 훈련을 받은 경찰관들의 심신 건강 모든 측면이 개선된 것이 확인되었다. 스트레스 정도가 줄어들었고, 공격성이 줄어들었으며, 육체적으로 느낀 피로도도 크게 개선되었다.

2) 차별을 방지하는 행동 설계: 존스홉킨스병원의 점검 목록
존스홉킨스 병원에서는 입원 환자들의 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 진료 과정에서 ‘점점 목록’을 도입했다. 이후 제때 적절한 혈전용해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비율이 늘어났고, 혈전증 발생 비율은 낮아졌다. 또한 의료 과정에서 젠더 불평등이 사라진 것도 수치로 드러났다. 여성과 남성에게 똑같은 비율로 적확한 치료와 처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3) 법을 뛰어넘는 문화의 형성: 스웨덴 유치원의 가치중립 교육
스웨덴의 한 유치원에서 유치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나누지 않도록 하였더니, ‘성별’을 판단하는 기존의 범주가 확장된 것이 확인되었다. 그 효과로 아이들이 ‘남자아이 장난감’, ‘여자아이 장난감’을 예단하는 확률이 줄었고, 새로운 친구를 소개받았을 때 자신과 같은 성별의 친구를 선택하는 확률이 일반적인 유치원보다 월등히 낮았다.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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