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케이팝에 관한 문화인류학적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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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케이팝에 관한 문화인류학적인 분석!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2.12 0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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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인류학자의 케이팝하기 | 김정원 지음 | 세창출판사 | 308쪽

 

음악인류학자이자 전문적인 팬덤 연구가가 바라본 오늘의 케이팝 문화를 살피되 폭넓은 시야에서 보다 면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케이팝 팬덤이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할 때 그 형태는 어떤 것인지, 케이팝하기에는 어떠한 종류가 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와 같은 현상을 형성하게 되는지를 설명할 뿐 아니라 팬덤 내부에서 바라보는 케이팝 현상, 외부에서 바라보는 케이팝 현상 등 케이팝 문화 자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소개하고 분석한다.

저자는 ‘케이팝’이라는 문화현상을 수행하는 행위를 ‘케이팝하기(K-Popping)’로 규정한다. 이는 단순히 케이팝 관련 종사자 혹은 음악가들이 케이팝 음악을 작곡하거나 가수들이 그 노래를 부르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것을 넘어서 케이팝 음반 앨범 표지를 제작하는 일러스트 작업, 케이팝 가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팬들이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만들거나 음반을 구입하는 행위, 더 나아가 콘서트장에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행위 등 케이팝 현상이 발생하는 지지기반 행위 총체를 아울러 ‘케이팝하기’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케이팝하기를 이렇게 규정하는 것은 단순히 개념이 그 행위를 지칭한다기보다 오히려 저자의 체험이 케이팝 현상들의 영역을 직접적으로 개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자는 케이팝이라는 문화현상을 현장으로부터 이해하고 그 경험을 집약하여 개념으로 도출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따라 케이팝 팬덤 내부에서 케이팝 현상이 일어나는 총체적인 모습의 이모저모를 누구보다 탁월하게 그려 나간다.

케이팝의 내부에서 케이팝을 그린다는 것은 언뜻 보면 저자가 말하는 ‘순덕’, 즉 무비판적으로 대상이나 현상을 수용하고 방어적인 자세로 해당 문화현상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뜻한다고 볼 수 있지만, 저자가 케이팝 현상을 다루는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학문적인 자세를 견지하고자 하는 뚜렷한 태도가 드러난다. 따라서 저자는 케이팝 팬덤 내부인임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문화현상이 지니는 맹점이나 팬덤의 문제들을 과감하게 노출한다. 

물론 케이팝이 지니는 가치들, 사회에서 팬덤이 수행하는 순기능 등 또한 필수적으로 속해있다. 케이팝에 대한 이미지의 편향성을 제거할 때 얻을 수 있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 준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케이팝의 한 단면, ‘공연하는 가수들’만을 생각하는 케이팝이라는 이미지를 벗어 버릴 때 바라볼 수 있는 다채롭고 다양한 케이팝 현상의 총체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이로써 케이팝 팬덤이 사회와 유리되어 비현실적으로 ‘팬질’만 해 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연대와 책임을 지니는 주체적 집단으로서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는 것과 성숙한 팬덤 문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적으로 보여 준다. 사회적 연대와 우리 자신에게 와닿는 경험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혹은 가시적으로 합의하고 동의하는 정서적·의식적 공감대에까지 확장하는 총체적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케이팝하기’를 더욱 직접적이고 더욱 폭넓게 다루고자 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케이팝하기의 총체적 현상을 보다 뚜렷하게 보여 줌으로써 케이팝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주어지는 혐오와 편견으로 인한 사회적 폭력을 거두고자 함이다. 팬덤에 대한 대우의 문제들, 여성학적 쟁점들 모두가 사실은 케이팝 문화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러한 왜곡과 오해는 사실 대상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태도에서 비롯된다.

‘케이팝하기’ 또한 결국 ‘관계’의 문제다. 관객과 가수의 관계, 관객과 관객의 관계, 더 넘어서 사회적 관계와 관계들로 이루어져 있는 관계들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그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억압의 문제, 차별의 문제, 혐오의 문제 등을 놓치지 않는다. 이를 위해 때로는 케이팝에 대해 만연해 있는 오해와 편견들을 지적하기도 하고, 여성학적 관점에서 사회 현상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혹은 케이팝 문화의 주 소비층인 팬덤이 괄시되는 것에 대한 모순을 드러내기도 하고 소비자층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의 공급자인 연예인들에 대해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것은 모두 케이팝 문화현상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행위들이 관계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현대 사회가 점차 잃어 가는 관계의 진정성을 더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는 중요한 문제 의식을 던지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책 소개에서 계속 ‘팬덤’이라는 말을 사용해 왔지만, 사실 저자가 실제적으로 제시하는 ‘팬덤’ 개념에 대한 대안 개념은 ‘팬스케이프’다. ‘가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영어 어미 ‘-dom’보다는 현상의 총체적 양상으로서의 스케이프(Scape)를 ‘팬’이라는 명사에 결합하고 접목하여 보다 열린 모습으로서의 팬 문화를 소개하고자 함이다. 현대 사회의 주요한 혐오와 차별 문제들이 대상을 이해하지 못함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면 케이팝에 대한 혐오 또한 동일한 문제로부터 비롯됨을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저자의 팬스케이프 개념이 열린 태도를 취함으로써 성숙한 팬덤 문화와 대중의 팬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더하게 되는 것처럼, 다양한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 또한 열린 태도와 사고로써 바라볼 때 우리 사회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사고를 추구할 수 있다는 희망적 시사점을 돌아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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