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저출산·고령화…한국이 당면한 3대 난제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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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저출산·고령화…한국이 당면한 3대 난제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2.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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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의 문법: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96쪽  

 

뷰카(VUCA). 불안정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으로 가득한 오늘날의 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악의 저출산, 급속한 고령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양극화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복지정책은 빈약하다. 한국의 복지는 왜 이렇게 설계됐고, 대체 어디부터 바꿔야 할까? 이 책은 한국 복지정책의 작동 원리, 즉 ‘복지의 문법’을 설명함으로써 이런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린다. 

1부 〈다시,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는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당면한 여러 문제에 맞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실업, 보육, 주거, 의료, 노후 대비 등 삶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 배경에는 박정희 정부 때 잘못 설정된 국가의 역할이 있다. 박정희 정부가 ‘선성장 후분배’ 논리에 입각해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은 일단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고, 복지는 뒤로 미뤄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 이후 여러 정부를 거치며 국민연금제도 도입, 국민건강보험 출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잘못 설계된 국가의 역할을 정상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력에 비해 복지 지출이 적은 국가가 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였던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복지가 취약하다고 알려진 미국(1997년)도 국내총생산의 14.1%를 공공사회지출에 썼는데, 한국(2017년)의 공공사회지출 비용은 10.1%에 불과했다. 그 차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76.6조 원인데, 이런 차이가 수십 년간 누적됐다. 따라서 이제라도 사회서비스 분야 확충과 이를 통한 공공 일자리 창출 등에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2부 〈‘한국형 복지국가’ 설계를 위해 넘어야 할 3대 난제〉에서는 한국이 직면한 핵심 문제인 동시에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낼 기회이기도 한 양극화·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 양극화의 핵심 원인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와 고용 기피다. 따라서 대기업의 착취를 엄격히 통제해 정의로운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대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저출산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수혜자가 원하는 질과 시간을 제공하지 못하는 보육시설의 문제, 여전히 여성이 가사 노동의 부담을 대부분 감내해야 하는 성 역할의 문제, 상당수 여성이 육아휴직이나 유급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고 임신과 출산이 경력단절로 이어지게 만드는 기업문화의 문제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있다. 고령화 문제 또한 연금을 올려 소득을 보장하는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사회·경제정책 전반의 측면에서 고령화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결국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접근만이 양극화·저출산·고령화 이 세 가지 난제를 해결하고, 나아가서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3부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지 못한 2가지 이유〉는 한국이 복지국가로 도약하는 것을 막는 사회보장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복지재정에 대한 인식 문제를 지적한다.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민간시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간시설의 영리 추구를 제어할 수 없다. 둘째, 사회보장제도가 고용과 강력하게 연결돼 있어서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은 복지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다. 저자는 복지재정과 관련해서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꼬집는다. ‘기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산재보험에 대해서도 ‘기금 고갈’ 우려가 나오는 것은 기금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 혹은 사회보험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특정 집단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4부 〈‘한국형 복지국가’로의 대전환을 위한 3대 로드맵〉은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개별 복지정책이나 제도 도입을 넘어 정당과 정부, 그리고 국가 재정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복지국가를 만들어낼 정치적 주체, 정당이 발전해야 한다. 정당이 독자적인 정책 능력을 갖추지 못한 탓에 어떤 정당이 집권해도 일관성 있게 복지정책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조직 또한 단기적인 현안 대응에만 매몰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부처 소속 공공기관에 중앙정부의 업무를 대폭 이양하고, 중앙정부는 정책·기획 업무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국가 재정에 대해서는 ‘복지=낭비’ 프레임을 넘어설 것을 촉구한다. 복지를 통해 분배가 이뤄지면 수혜자들은 그 돈으로 옷을 사든, 식품을 사든 구매를 하므로 ‘비용이라는 복지’가 ‘소비라는 경제’로 선순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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