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글로벌 인권침해 제재 체제
상태바
유럽연합의 글로벌 인권침해 제재 체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2.10 2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ARS 보고서]
- 일명 ‘유럽판 마그니츠키법’의 주요 내용 소개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인권침해에 대한 제재(sanctions)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의 핵심적인 인권보호 수단 중 하나이다. 유럽연합은 인권을 침해한 개인과 기관들에 대해 주로 여행금지나 자산동결 형 태로 제재를 가해 왔다. 과거에는  주로 개별 국가를 제재 대상으로 지목해왔는데, 최근에는 특정 유형의 인권침해에 초점을 맞추는 주제별 접근방식으로 제재 방식을 전환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12월 8일(목), 유럽연합의 「글로벌 인권침해 제재 체제」(Global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의 도입 경과와 주요 내용을 다룬 ‘외국 입법‧정책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유럽연합 각료이사회(Coucil of the European Union, 이하 ‘유럽이사회’)는 2020년 12월 7일에 일명 ‘유럽판 마그니츠키법’(European Magnitsky Act)이라고 불리우는 유럽연합의 「글로벌 인권침해 제재 체제」(Global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를 채택했다.

유럽연합의 새로운 인권침해 제재방식은 러시아 고위관료의 부패를 폭로한 후 감옥에서 사망한 러시아 내부고발자 세르게이 마그니츠키(Sergei Magnitsky)의 이름을 딴 미국의 2016년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Global Magnitsky Human Rights Accountability Act, 이하 ‘글로벌 마그니츠키법’) 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은 새로운 인권제재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개별국가를 대상으로 하던 전통적인 제재방식과 달리 지리적 위치와 상관없이 전 세계의 인권침해자들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인권침해 제재 체제」는 두 가지 입법, 즉 「심각한 인권 침해 및 박해에 대한 제한조치에 관한 2020년 12월 유럽이사회 결정 2020/1999」(COUNCIL DECISION (CFSP) 2020/1999 of December 2020 concerning restrictive measures against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과 「심각한 인권 침해 및 박해에 대한 제한조치에 관한 2020년 12월 유럽이사회 규칙 2020/1998」(COUNCIL REGULATION (EU) 2020/1998 of December 2020 concerning restrictive measures against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로 구성된다.

 

▶ 유럽이사회 결정과 규칙의 주요 내용

EU 결정과 EU 규칙은 유럽이사회가 다음과 같은 행위의 책임자, 조직 등을 제재대상자로 지정하 도록 규정하고 있다. EU 규칙은 제2조 제1항에서 다음의 경우에 해당 규칙이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a) 집단학살
(b) 반인도적 범죄
(c) 다음과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나 박해
   (i) 고문 및 기타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 또는 처벌
   (ii) 노예제
   (iii) 비사법적이거나 약식 또는 자의적 처형과 살인
   (iv) 강제실종
   (v) 자의적 체포 또는 구금
(d) 다음의 경우를 포함하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는 기타 인권침해나 박해가 널리 퍼져있거나 조직적이거나 또는 유럽연합조약(TED)에 규정된 공동 외교 및 안보정책의 목적과 관련하여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경우
   (i) 이 조항에서 규정하는 이주 밀수업자에 의한 인신매매와 인권침해
   (ii) 성폭력과 젠더 기반 폭력

한편, EU 결정은 제1조 제1항에서 EU 규칙 제2조 제1항이 정한 적용대상을 (a)부터 (c)까지는 동일하게 규정하면서, (d)(i)의 인신매매와 인권침해, (d)(ii)의 성폭력과 젠더 기반 폭력 이외에 (iii)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침해 또는 박해, (iv) 의견과 표현의 자유 침해 또는 박해, (v) 종교나 신념의 자유에 대한 침해 또는 박해를 추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미국의 글로벌 마그니츠키법과 같이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제재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EU 결정과 EU 규칙은 미국의 글로벌 마그니츠키법과 같이 인권침해 행위의 범주로서 생명권 
을 침해하는 행위와 고문을 포함하고 있고,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강제실종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집단살해 범죄와 인도주의 범죄를 제재대상인 인권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권침해 행위는 모두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등 국제조약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행위이다.

EU 결정과 EU 규칙은 미국의 글로벌 마그니츠키법과 같이 구체적으로 규정된 범주 이외의 인권 침해 행위도 제재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의 중대한 침해행위”가 제재대상이지만, 미국에서의 인권침해 행위는 “사람의 생명, 자유 또는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현저히 부정”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유럽연합은 앞의 범주 이외에도 광범위하거나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인권침해행위도 제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EU 결정에 따르면, 회원국은 부속서에 열거된 제재대상자들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영토로 입국 또는 통과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제재대상자가 소유, 보유 또는 통제하는 모든 자금과 경제적 자원을 동결하고, 어떠한 자금이나 경제적 자원도 제재대상자를 위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용 가능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회원국은 EU 규칙 위반에 적용되는 처벌규칙을 정하고 그 규정이 이행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규정된 처벌은 효과적이고 비례적이며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21) 한편, 회원국은 EU 규칙이 발효된 후 지체 없이 처벌규칙을 유럽위원회에 통지하고 후속 수정사항을 통지하여야 한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모두 제재대상자의 입국이나 체재를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며 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자국 내에서 제재대상자와 거래하는 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미국의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의 경우 제1263조(a)(4)에 따라 제재대상자에 대한 재정적, 물질적 또는 기술적 지원이나 그들에 대한 행위를 지원하기 위한 재화나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지원, 후원 또는 제공한 자도 제재대상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제재대상자는 유럽이사회가 회원국 또는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제안에 따라 만장일치의 의결로 지정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제재대상자를 지정하지만, 제재부과 여부는 의회의 관계위원회가 제공한 정보를 참고한다24)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제재대상자의 성명이나 명칭은 EU 결정과 EU 규칙의 각 부속서에 그 지정의 근거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유럽이사회는 주소가 알려진 제재대상자에게 등재사유를 포함하여 이사회의 결정을 직접 전달하거나 통지서 발행을 통해 전달하여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제재대상자로부터 의견이 제출되거나 실질적인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는 경우 유럽이사회는 결정을 검토하고 이에 따라 관련 제재대상자에게 결과를 통보하여야 한다. 제재대상자의 목록은 적어도 12개월마다 재검토되어야 하고, 유럽연합이 제재조치의 영향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제3국에게 이 결정이 규정하는 것과 유사한 제재조치를 채택하게 장려29)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 모두 제재대상자가 지정의 해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점은 유사하다.

 

▶ 유럽연합의 「글로벌 인권침해 제재 체제」는 인권침해행위에 관여한 자에 대하여 제재를 부과하여 세계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인권침해 제재법에 의한 인권침해자의 제재는 입국금지나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통해 제재대상자의 활동이나 능력을 제한하고, 제재대상자를 지정하여 비난함으로써 그 행동을 변화시켜 인권침해를 저지 내지 억제하는 목표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권침해 제재법에 의한 제재는 제재 대상자뿐만 아니라 인권침해행위를 하려는 제3자에 대해서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처벌받지 않은 제재대상자에 대하여 책임을 촉구하는 것, 타국과 함께 국제적인 인권 규범을 추진하는 것, 인권침해행위의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연대를 표출하는 것, 국내적 책임을 추구하는 외국정부의 대처를 지원하는 것도 인권침해 제재법에 의한 제재의 목적이나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권침해자에 대한 제재가 실제로 인권침해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도 있다. 

▶ 유럽연합의 인권침해 제재법은 신속한 제재의 부과 및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일관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재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제재대상자의 지정이 정치 또는 외교적인 배려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고 제재대상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장치의 마련도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국제적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마그니츠키 인권침해 제재법의 내용과 추이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