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기술과 국제 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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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기술과 국제 보건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2.10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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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제30강_ 안동일 연세대 객원교수의 「보건의료 기술과 국제 보건」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아홉 번째 시리즈 ‘자유와 이성’ 강연이 매주 토요일 서울의 네이버 스퀘어 종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자기실현의 원리라고 할 수 있으며, 그간 인류가 걸어온 길은 자유 실현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합리성의 증대는 자유의 신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섯 섹션 총 44강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고전 시대로부터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자유 담론을 검토함으로써, 자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고 미래 사회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열어보고자 한다. 자유의 이념과 지향에 관한 동서양의 지적 자산을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네 번째 섹션 ‘생존의 자유와 지구적 위기’ 제30강 안동일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의 강연을 발췌 소개한다.

정리   고현석 기자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보건의료 기술과 국제 보건


안동일 교수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글로벌 이슈의 하나로 부상”한 “코비드-19 팬데믹의 글로벌 상황과 대응”을 되돌아보고 “팬데믹이 어떻게 엔데믹으로 이행해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다음 팬데믹을 위한” 교훈의 기회로 삼기를 제안한다. 우선 이번 코비드-19 팬데믹에 대한 “글로벌 대응의 특징”을 들고 있는데, 봉쇄(Lockdown)의 세계화와 게임 체인저로서 백신 및 치료제의 등장, 바이러스의 반격으로 볼 수 있는 돌파감염과 재감염 시대의 도래, 그리고 보건과 안보의 결합,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및 다자 외교 중요성의 부각 등 다섯 가지를 꼽는다. 이어 “팬데믹의 향후 전망” 관련해서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이행, 백신 온리(Vaccine only)와 백신 플러스(Vaccine +)의 대비를 한다. 끝으로 “다음 번 팬데믹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백신, 치료제 등의 효과적인 생의학적 도구들을 단기간에 개발 확보”할 것, “전국 봉쇄(Nationwide lockdown)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할 옵션이지, 앞다투어 도입해야 할 공중 보건학적 정책은 아닐 수 있다”라는 점, “전 세계가 협력, 공조하여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를 회복하고, 구축”할 것을 교훈으로 이야기한다. 

 

지난 11월 19일, 안동일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자유와 이성>의 30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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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팬데믹 및 팬데믹 글로벌 대응의 다섯 가지 특징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글로벌 이슈의 하나로 부상한 코비드-19 팬데믹의 상황과 글로벌 대응의 특징 다섯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봉쇄(Lockdown)의 세계화

이번 팬데믹 대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중국이 인구 1100만 명의 우한시를 완전 봉쇄(Lockdown)하고, 주민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초강경 정책을 채택하였고, 얼마 안 있어 ‘봉쇄의 세계화’로 비화해갔다는 점이다. 봉쇄에 따르는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를 비판하던 유럽 및 북미도 바이러스의 확산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결국 전국 봉쇄(Nationwide lockdown)란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어 아프리카, 아시아는 물론 남미까지 봉쇄 및 이동의 제한, 휴교, 공적 모임 금지 등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시행하였다. 

근대 역사상 시행된 적이 없던 전국 봉쇄의 실행 경험은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는 과연 봉쇄가 효과적이었으며, 다른 선택은 없었는가 하는 점이고, 둘째는 다음 번 팬데믹 때도 엄청난 사회경제적 피해와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봉쇄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가이다. 이는 감염병 확산의 정도 외에도 사회의 안전망 구축 여부, TTI(Testing, tracing and isolation)란 대체 정책이나 후속 정책의 도입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향후 글로벌 차원의 정책 연구 및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2) 게임 체인저의 등극: 백신 및 치료제

게임 체인저의 가능성을 갖고 등극한 코비드-19 백신의 대량 생산과 접종이 유럽 및 북미의 고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2021년 초부터 이루어졌다. 하지만 곧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첫째는 백신 생산량의 제한과 이를 확보키 위한 국가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백신 확보가 매우 저조하였다. 이러한 글로벌 백신의 불형평성은 두 번째 문제로 연결되는데, 바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현재의 백신 불형평성으로 인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지속될 것이고, 이는 팬데믹의 종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WHO나 기타 국제 기구들은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로 인식하고, 글로벌 백신 접종률이 향상되어야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 줄게 되어 팬데믹이 극복된다는 시각에서 글로벌 연대를 호소하고, 팬데믹 초기 코백스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발족시켜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로 인식하기보다 외교 정책의 도구로 혹은 자국의 경제 정치적 이익을 위한 전략 무기로 사용하거나, 백신 국수주의 입장을 취하면서 코백스의 재원 마련이 어려움에 봉착하여 코백스는 반만의 성공에 머물고 있다. 

 

3) 바이러스의 반격: 돌파감염, 재감염 시대의 도래

2021년 여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우세종이 된 델타 변이는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과 중증화률이 약 두 배 가량 높아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또한 델타 변이에 의한 면역 회피 현상과 이로 인한 잦은 돌파감염은 부스터 샷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돌파감염이 흔하게 발생하면서 집단 면역의 꿈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고, 다른 풍토병처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신환자가 계속 발생하는 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도 계속되는데, 만약 치명률이 상당히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백신 개발과 함께 사망률을 줄여가면서 바이러스와의 공존의 길을 간신히 찾아가고 있는 인류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에 또다시 빠져들게 된다. 

4) 보건과 안보의 결합

2020년 팬데믹 초기 단계에는 진단 장비나 진단 키트, 마스크, 개인 보호 장비, 산소호흡기나 인공호흡기 등의 생산 및 공급 부족으로 인해 상당수의 고소득 국가조차 대혼란에 빠졌다. 또한 백신 개발 이후에는 백신의 확보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의 어젠다가 되었고, 백신 확보에 실패하는 경우 국민들이 패닉에 빠지면서 정권의 기반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백신은 물론 마스크까지도 전략 무기화되었으며, 보건의료가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만연케 되었다.

전통적인 국가 안보는 강대국 중심의 힘에 따른 통제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기 쉬운 데 반해 감염병의 예방과 대응을 다루는 보건 안보는 다자적 협력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선을 통한 글로벌 연대의 형성이 중요하다. 

 

5)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및 다자 외교 중요성의 부각

팬데믹 첫해인 2020년에는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가 붕괴되고 수많은 사망자가 유럽 및 북미에서 속출하면서 큰 혼란에 빠졌지만, 2021년 1월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미국의 WHO 탈퇴 통보를 철회하고, 코로나-19 백신의 대량 생산과 접종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기능 회복을 위한 주요 국가들의 다자간 협력이 점차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는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전통적 강대국들이 전개한 자국 중심주의적 정책이 감염병 대응에 효과적이지 못했음이 입증되면서, 효과적 대응을 위해선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보건 외교가 다자간 협력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인식 공유의 결과라 하겠다. 

3. 팬데믹의 향후 전망

1)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이행

감염병의 확산과 퇴치 과정은 그림 4처럼 다섯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90% 이상의 감염 예방 효과를 지닌 코비드-19 백신이 개발되긴 하였지만 면역 회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백신에 의해 생성된 면역력의 시간 경과에 따른 감소, 백신 공급 및 확보의 불평등에 기인한 낮은 백신 접종률과 그로 인한 지속적인 변이의 등장으로 인해 네 번째 단계(근절)는 불가능하고, 세 번째 단계인 엔데믹(풍토병화)이 현실적인 목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팬데믹의 다섯 스테이지(출처: 앤서니 파우치, 세계경제포럼, 2022년 1월)

현재 전 세계의 상황은 지역과 국가에 따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국가가 세 번째 단계로 이행해갈 것으로 보인다. 즉, 백신 접종률이 낮고, 의료 시스템이 열악하여 중증 환자 수용 능력이 제한된 개발도상국일수록 두 번째 단계에 머물러 있고, 부스터 샷을 포함한 백신 접종률이 높고,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의 상당수가 감염 혹은 재감염이 되었고, 의료 시스템이 발달되어 중증 환자 수용 능력이 확보된 국가들은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거나 접어들고 있다고 보인다.

감염병은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병이 발생하는 숙주(인간, 동물 등) 그리고 환경의 세 가지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혹은 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한다. 엔데믹으로의 이행을 이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인데, 앞으로 숙주인 인간의 면역 수준이 상당 수준으로 높아지기 전까지 변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인류 집단에 형성된 코비드-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레벨이다. 셋째는 기후와 계절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수년 간 두 번째 단계와 세 번째 단계가 공존하다가 실제적인 면역 수준이 더 높아지고, 바이러스 변이가 잦아들면서 계절성 패턴을 띠는 국가가 많아지면서 점진적으로 세 번째인 엔데믹 단계로 이행해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2) 백신(Vaccine only) vs. 백신 플러스(Vaccine +)

게임 체인저인 백신의 대량 접종 이후,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유럽, 북미, 아시아의 선진 국가들의 경우 백신 이외의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출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 요구 등에선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해왔다. 영국이나 미국 등은 주로 백신 접종만(‘Vaccine only’)을 강조하면서 마스크 착용이나 공공 모임의 자제 등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거나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은 데 반해, 한국, 일본 및 서유럽 일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인 백신 플러스(‘Vaccine +’) 정책을 유지하였다. 

서유럽 중 영국이 ‘백신 온리(Vaccine only)’ 정책을 추진한 대표적인 국가인 데 반해, 네덜란드, 독일 등은 ‘백신 플러스(Vaccine +)’ 정책을 견지하여, 의무적 마스크 착용, 레스토랑이나 나이트클럽의 영업 시간 제한, 출입국 시의 PCR 음성 테스트 요구 등을 2022년 초까지 유지하였다. 한편, 2000년 초부터 사스, 조류 독감,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에 자주 노출되어 사회적 염려나 트라우마가 있고, 개인의 자유보다는 집단과 공동체의 안전을 중시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백신 온리’ 정책은 사회 정치적 측면에서 부담이 커서 ‘백신 플러스’ 정책을 유지했거나 하고 있다고 보인다.

‘백신 온리’나 ‘백신 플러스’ 모두 일정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다고 전제했을 때 사회 문화적 요인에 따라 엔데믹으로 이행해가는 여정이 국가나 지역마다 (또한 동일 국가 내에서도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맺는 글

다음 번 팬데믹은 ‘과연 올 것이냐 안 올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언제 오느냐’의 문제라고 대부분의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팬데믹이 주는 세 가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음 번 팬데믹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백신, 치료제 등의 효과적인 생의학적 도구들을 단기간에 개발 확보해야 한다. 또한 연구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의학적 도구들을 글로벌 공공재로 인식하고 국제 사회가 연대하여 누구나 필요에 따라 공공재인 백신이나 치료제 등에 대한 형평성 있는 접근과 확보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둘째, 전국 봉쇄(Nationwide lockdown)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할 옵션이지, 앞다투어 도입해야 할 공중 보건학적 정책은 아닐 수 있다. 팬데믹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 혹은 팬데믹 전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책 옵션은 TTI다. 봉쇄의 세계화가 다음 팬데믹 때도 반복되어선 안 된다. 자유친화(Pro-liberty)적인 TTI의 확산이 절실하다. 

셋째, 전 세계가 협력, 공조하여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를 회복하고, 구축해야 한다. 전통적인 국가 안보가 강대국 중심의 힘에 따른 통제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기 쉬운 데 반해 감염병의 예방과 대응을 다루는 보건 안보는 다자적 협력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선을 통한 글로벌 연대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백신 확보와 접종에 대한 거부감 여부, 감염/재감염의 정도, 각 국가의 보건의료 시스템의 역량, 사회적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거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등에 따라 엔데믹으로의 이행 과정은 국가마다 상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 확보 및 개발을 위한 글로벌 연대와 상호 협력, 엔데믹 관련된 정책 공유 및 정보 교환, 국제 개발 협력의 강화 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강연 바로보기: [열린연단]_ 보건의료 기술과 국제 보건 (안동일 연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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