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의 전환점 그리고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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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의 전환점 그리고 최대 위기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2.0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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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 에마뉘엘 토드 지음 | 김종완·김화영 옮김 | 피플사이언스 | 192쪽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류는 유례없는 위기에 빠졌다. 러시아가 며칠 만에 단기 결전으로 끝낼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장기화되고 있으며 소모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인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 없이 일방으로 치닫다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위험에 맞닥뜨리지는 않을까.

역사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저자 에마뉘엘 토드가 날카로운 정세 예측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에도 소비에트연방의 해체, 미국발 금융 위기, 아랍의 봄, 트럼프의 승리, 영국의 EU 탈퇴 등을 예측한 바 있다. 그는 현 상황을 모노폴리 게임에 빠져들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이성 마비 상태라고 진단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현실의 냉혹함을 모두가 외면하는 사이 우크라이나인과 국토는 점점 더 재기하기 힘든 진짜 아마겟돈의 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러시아가 명확하게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서방측의 처사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된 원인이라 주장한다. 이 문제는 ‘미국의 뒷마당’에 소련이 핵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해서 미소 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까지 갔던 1962년의 쿠바 위기와 더 유사하다는 것이다.

본디 우크라이나 문제는 국경 수정이라고 하는 ‘지역적인 문제’였으나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무장화해 NATO의 ‘사실상’ 가입국으로 만든 데 핵심이 있으며, 이런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문제가 ‘글로벌화=세계 전쟁화’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련 붕괴 후 협정을 깨고 러시아의 군사적 세력권을 위협한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촉발한 결정적 도화선이라고 판단한다. 

사람들은 세계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지만, 저자는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한다. 현재 사태를 ‘세계대전’이라고까지 주장하는 데는 우크라이나 뒤에 영국과 미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힘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군이 강하게 저항할수록 러시아군은 공격적으로 격하게 대응하고, 이에 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력의 개입이 한층 커져서 전 세계가 꼬리를 물고 구렁텅이에 빠지는 악순환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의 상황에 대해 ‘강한 러시아가 약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고 볼 수 있지만, 지정학적으로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약한 러시아가 강한 미국을 공격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가 충돌하는 이상 ‘장기전’, ‘지구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 축의 문제는 지정학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가 완전히 사라지고 감정적으로만 흘러가는 서구 미디어의 태도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냉철한 논쟁과 분석이 사라지면서 이번 사태는 더 꼬이고 만다. 단순히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이념만으로는 침공 이면에 연쇄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본질과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예컨대 지금까지 왜 친러시아계 주민은 미디어에 일절 등장하지 않는지, 푸틴은 왜 극우 네오나치 세력 척결을 언급하는지, 우크라이나의 성명은 모두 진실한 반면에 러시아는 날조되었다는 전제로 시작하는지 등 여러 층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의문조차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민주주의 vs. 전제주의의 싸움’으로 표현하며 나아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가 진정한 진리라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과 우크라이나발 정보에 전적으로 근거한 편협한 독선일 뿐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사실을 알려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서방측 미디어의 치우친 주장에 가려진 이면의 문제도 들추고, 나아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 향후 진행되는 세계정세, 전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세력 등 혼란스러운 현 상황에 대해 날카로운 진단과 견해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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