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외 교사 정치시민권 보장’ 입법 촉구…5만 교사 선언문 발표
상태바
‘근무시간 외 교사 정치시민권 보장’ 입법 촉구…5만 교사 선언문 발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11.28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50만 교사정치시민권 보장을 촉구하는 국회의원ㆍ교육감ㆍ시민사회인사 선언
- 시민사회 인사 107명, 국회의원 36명, 전·현직교육감 11명 등 선언 참여
- 정치기본권 박탈은 교사들의 수준에 대한 비합리적 불신과 무차별적 모멸
- 각 정당 대표 및 국회를 상대로 입법 촉구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5만 교사 정치 시민권 회복을 위한 입법 촉구 각계각층 100인 선언 기자회견

근무시간 내 정치 중립, 근무시간 외 정치 자유!
학교 내 정치 중립, 학교 밖 정치 자유!

교육단체들이 교사에게도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입법촉구활동에 나섰다. 교육계의 지지 선언이 나오면서, 교사의 정치적 자유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2년 11월 28일 월요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교사정치시민권 회복 입법 촉구를 위한 각계인사 100인 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수업시간 외에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정치적 활동을 제한 받고 있다. 선거법 개정 이후, 일부 미성년자로까지 확장된 정치시민권이 교사들에게만 제한된 것이다. 때문에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 산하 전문가 위원회는 한국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제한을 '차별'로 간주했다. 시정권고도 내렸지만 구체적인 입법논의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단체 중심으로 시작된 정치시민권 보장의 목소리가 각 계층의 지지를 받으면서, 사회적 이슈로 번지는 모양새다. 수업시간이나, 학교 내에서는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더라도 학교 밖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교사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이상 정치적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지지 선언을 통해 60년 넘게 제한되어온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이슈가 입법까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애초 목표한 100인을 훌쩍 넘긴 이번 선언은 지난 11월 21일 진행된 「50만 교사 정치시민권 회복 입법 촉구 전국 대장정 및 5만 교사선언」에 지지를 표하는 정치인과 시민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동참 및 지지 선언으로 이어졌다. 

이날 현재 시민사회인사 107인, 전·현직 교육감 11인, 국회의원 36인과 정의당과 진보당 원외당대표 2인 등 총 156인이 교사정치시민권 보장을 촉구하는 지지선언에 참여했다. 

강득구 의원과 강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직접 참여했고, 홍세화(장발장은행장), 김누리(중앙대 교수), 장은주(영산대 교수),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김민웅(촛불승리전환행동), 곽노현(전 서울시교육감), 윤우현(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강신만(교육정치그밖에 대표) 등도 회견장을 찾아 직접 연단에 섰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교사의 ▲근무시간 내 정치 중립, 근무시간 외 정치 자유 ▲학교 내 정치 중립, 학교 밖 정치 자유 요구 등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참여자들은 선언문에서 “교사들에게 강요되는 「정치적 중립성」의 개념이 「정치적 견해 표명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규정하며 “이는 교사들의 수준에 대한 비합리적 불신과 무차별적 모멸이며 민주시민을 길러낼 책임을 지고 있는 교사의 존엄성을 해치는 자세”라며 법률로서 교사를 “정치천민”으로 규정한 한국사회를 비판했다. 또한 “근무시간 외, 학교 밖에서 교사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인정” 요구는 “민주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요구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는 발언을 통해 “국가인권위에서도 공무원, 교원은 공직 수행 담당자이면서 시민으로서 권리도 갖기에 정치적 표현, 정당 가입,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나 해외사례에 비추어 기본적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21대 국회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근무시간 외에도 정치적 표현조차 못하는 우리나라 교원의 현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지 못하는 과잉 금지의 현실이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에 대해 국민적 논의와 함께 국회 교육위 위원으로 오늘 선언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도록 의정활동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선언에 대한 지지를 표방했다.

이어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교원노조나 교원단체의 전현직 임원, 교육계 인사들은 직접 당사자라서 지지 선언으로 모우지는 않았지만 여타 사회 각계각층에서 흔쾌히 지지 대열에 동참에 주었다”며 주요 지지 선언 참여자를 일일이 소개했다. 

또 홍세화 (장발장은행) 은행장은 “교사의 정치기본권 반대 논리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불의한 시대에 정치적 중립이란 정치 권력의 앵무새가 되거나 침묵하라는 폭력이 담겨 있다”며 ‘교사 공무원 정치기본권 회복’을 위해 민주당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데 OECD 국가 중에서 유독 교사 정치기본권이 금지되어 있다”며 “독일 의회는 640명 중 81명이 교사 출신이며, 핀란드는 교사 출신들이 의회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투표소가 아니라 교실에서 결판난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회복은 한국 민주주의가 교실에서부터 성숙한 민주주의를 길러내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장은주(영산대) 교수는 “우리 교육 현장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주된 장애는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제약에 있다”며 “제대로 된 정치적 시민권을 누리지 못하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을 할 리가 만무하다. 교사들의 정치적 시민권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580여 년 전 세종대왕께서는 ‘어리석은 백성이 제 뜻을 펴게 하겠다’는 정신으로 한글을 창제하셨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교사와 공무원이 미처 제 뜻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세종의 애민정신에 반하는 것이다”고 말하며 “이러한 야만적인 법제도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0월부터 「교사 정치 시민권 회복을 위해 전국 대장정」, 「전국 교사 서명운동」 및 「5만 교사 선언 기자회견」, 「자전거 캠페인」 등을 주최한 교사정치학교 및 8개 교육 관련 단체 및 교원노조(교육민주화동지회, 전국참교육동지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교육정치그밖에, 징검다리교육공동체, 교육희망네트워크 등)는 이번 각계인사 156인 선언 이후 각 정당 대표 및 국회를 상대로 입법 촉구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교사의 근무시간 밖 정치시민권을 지지하는 각계인사 선언문〉
 

1. 법의 지배를 받는 모든 국민은 주권자로서 기본적 인권을 차별과 배제 없이 누려야 한다. 그것이 민주국가의 기본원칙이다. 그 중에서도 정치기본권은 그 제한에 가장 강력한 논거가 필요하고 그 경우에도 최소한의 제한에 그쳐야한다. 그것이 인권국가의 기본원칙이다. 우리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사실상 박탈해온 현행법제가 위와 같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2. 교사정치기본권 반대론자들은 교육의 정치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정치기본권 박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교사가 정치기본권을 갖게 되면 이념적 세뇌교육이나 정치적 편향교육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적으로는 그런 우려의 근거가 박약하다고 판단한다. 첫째, 극소수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교사는 세뇌교육이나 편향교육을 하지 않을 전문역량과 교직윤리를 훈련받은 교육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둘째, 근무시간 밖에서 종교자유를 누린다고 해서 근무시간 중 종교중립의무를 어기는 교사가 무시해도 좋은 것처럼 근무시간 밖에서 정치자유를 누리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교육활동 중 정치중립성을 위반하면 학부모 항의와 학생 반발이 따르게 마련이고 심한 경우 징계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현행법은 위와 같이 막연한 우려나 예외적인 일탈을 앞세워 지난 60년 넘게 50만 교사집단의 정치기본권을 박탈해온바, 이는 우리교사들의 수준을 몰라보고 우리교사들을 무차별적으로 모욕하는 일이자 민주시민을 길러낼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교사들을 정당과 선거, 의회 등 정치의 세계에서 배제함으로써 교사집단의 민주시민교육역량과 정치적 영향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일이다. 

4. 우리는 교사의 정치시민권 허용범위에 관한 여러 논의를 존중하여 학교 안 정치활동금지와 근무시간 중 정치중립의무를 지금처럼 유지한 채 근무시간 밖, 학교 밖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교사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이상 얼마든지 자유를 인정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책임을 맡고 있는 교사들에게 근무시간외 정치시민권을 보장하는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신감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50만 교사를 정치천민으로 밀어내야만 교육이 된다고 안심하는 나라가 민주주의선진국이나 교육선진국을 노래할 수는 없다. 교사의 근무시간외 정치시민권 보장은 정상적인 민주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다. 

5. 우리는 21대 국회가 교사정치기본권 보장입법을 하는 데 더없이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힘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이 정의당 등과 협력해서 관련법안을 패스트 트랙에 태워 입법할 수 있는 충분한 의석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후보시절 여러 차례 교사의 근무시간 밖 정치기본권 보장이 본인의 소신이라고 밝히며 빠른 입법조치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6. 한마디로 우리는 교사정치기본권 보장입법이 근본적으로 민주당의 개혁의지에 달려있다고 진단한다. 민주당의 개혁의지가 강해야만 정의당 등의 협력을 이끌어내 관련법안을 패스트 트랙에 태울 수 있고 민주당이 패스트 트랙에 태울 확고한 개혁의지를 보여줘야만 국힘당이 실질적 협상과 타협의 길로 나오기 때문이다.  

7. 만일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중립성을 직무수행 중으로 한정했던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촛불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했더라면 공무원과 교원의 근무시간 밖 정치기본권은 이미 ‘전면’ 보장되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패스트 트랙에 태울지를 놓고 머뭇거린다면 이는 자가당착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8. 무엇보다 교사들의 요구가 유례없이 강력하고 간절하다. 무려 현장교사 4만8803명이 정치기본권을 위해 자기이름을 걸었다. 교사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권리의식이 동시에 강화된 결과다. 교사들은 정치기본권을 제약 없이 누리는 교육공무직 노조를 통해 정치기본권의 힘을 실감했다. 선거연령과 정당가입연령 인하로 정치기본권을 누리는 고등학생이 제법 된다는 점도 교사들의 마음을 부추겼다. 마지막으로 권리의식이 강한 젊은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제 정치권은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시기상조’라는 손쉬운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수 없게 됐다.   

9. 직업이나 신분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를 카스트 신분사회라고 한다면 공무원이나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주권자라면 마땅히 가져야할 정치기본권을 부정해온 우리사회는 민주주의의 깃발을 높이 내걸고 있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카스트 신분사회의 잔재를 갖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교사정치시민권 보장입법은 우리사회에 아직도 끈질기게 남아있는 카스트 신분사회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개혁입법으로 평가될 것이다.     

10. 우리는 유례없이 치열했던 민주화투쟁을 통해 성공적인 민주주의발전사를 써온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본선 투표권 외에 아무런 정치기본권이 없는 국민이 무려 100만 명이 넘고 그 중 50만 명이 교사라는 사실을 더 이상 일분일초도 묵과할 수 없다. 우리는 교사정치기본권 보장입법을 통해 이런 반민주적 사태를 하루바삐 종식시키도록 추동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시대적 책무임을 깊이 깨닫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각오임을 선언한다.   

 

2022. 11. 28.

교사의 근무시간 밖 정치시민권을 지지하는 참가자 일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