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규정한 성과 성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를 버틀러 저작별로 정리하고 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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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규정한 성과 성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를 버틀러 저작별로 정리하고 평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11.28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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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디스 버틀러 | 비키 커비 지음 | 조고은 옮김 | 책세상 | 296쪽

 

버틀러의 저술은 여성주의, 정치철학, 퀴어 이론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국내에서도 점점 더 많은 연구자와 독자가 그로부터 지적이고 실천적인 자극과 영감을 얻고 있다. 그의 이론은 젠더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관련한 다양한 사회운동과 정치적 움직임의 발단이 되었다. 버틀러는 특히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연관된 정치 문제에도 종종 의견을 드러내 왔다.

1987년 『욕망의 주체』를 시작으로 자신이 관심을 가져온 주제를 저작을 통해 꾸준히 피력하고 있으며, 가장 널리 알려진 『젠더 트러블』은 새롭게 부상하는 퀴어 이론 영역의 기초 텍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특히 규정된 성 정체성의 범주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는 점에서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비키 커비의 이 책은 버틀러의 젠더 이론에 대한 공헌을 살펴보는 동시에 그간의 연구와 그에 담긴 성과 정치, 언어, 권력,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자크 데리다, 조너선 돌리모어, 자크 라캉, 미셸 푸코 등 여러 이론가의 시선으로도 작품을 논하고 있다.

저자 비키 커비는 수행적 신유물론의 기틀을 마련한 페미니스트 인류학자다. 그는 자연/문화, 신체/정신, 신체/기술 등의 이분법을 해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면서 사물 및 사태의 불변하는 실체가 존재하고 그것을 인간이 인지하거나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관계적으로 존재하는 상태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연구하고 재발명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커비는 이 책에서 버틀러의 이론을 요약하여 소개할 때도 버틀러가 여러 이론가와 맺는 관계에 특히 주목한다. 

커비는 버틀러가 박사 논문을 수정하여 출판한 《욕망의 주체》에서 출발하여 《젠더 트러블》,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 《혐오 발언》, 《권력의 정신적 삶》, 《젠더 허물기》에 이르기까지 각 저서에서 자신의 이론을 구축하기 위해 헤겔, 이리가레, 크리스테바, 데리다, 프로이트, 푸코, 알튀세르 등 여러 이론가와 관계를 맺는 동학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관계가 버틀러가 목표하는 바를 향해 효과적으로 조직되는지도 능동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한다.

저서마다 버틀러의 이론이 어떻게 보충되고 변화하는지 그 흐름도 추적한다. 그의 이론은 당대 페미니즘 및 퀴어 운동의 의제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관련 활동가들은 그 이론을 적극적으로 참조하거나 비판하고 있다. 이는 다시 버틀러의 이후 연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커비는 버틀러가 입증하고자 하는 주장과 그의 근거로 동원한 이론들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그 의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되었는지를 가늠하며 독자들에게 비판적 읽기의 한 가지 방식을 안내해준다. 버틀러는 마치 자연현상인 듯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이성애 규범이나 섹스/젠더 및 자연/문화의 구분을 토대부터 재검토하는 해체적 접근과 복잡하게 쓴 글로 독자뿐 아니라 일부 학자에게도 차가운 비판을 받았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그의 논의를 충분히 수용한 후 장단을 논하는 커비의 비판적 독해가 한층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이 책은 버틀러의 전기 저작을 대상으로 그가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에 관련한 사회 규범이 기반하는 토대에 문제제기를 하고 사회의 권력, 담론, 언어와 육체가 수행을 통해 맺는 관계를 재의미화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정리한다. 단순한 내용 요약에만 그치지 않고 버틀러의 이론적 탐구가 철학, 사회 비판이론, 당대의 사회운동과 활발히 주고받은 관계를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학문적 발자취를 예리하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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