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리는 여진족의 한 갈래
상태바
알타리는 여진족의 한 갈래
  •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 승인 2022.11.26 1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_ 알타리는 여진족의 한 갈래

 

예로부터 사람의 성품에 대해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하는 엇갈리는 주장이 있어 왔다. 나는 告子의 ‘性無善無不善也(성무선무불선야)’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인간이 지닌 성품의 惡質 가운데 최악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지적에 아무 상관없는 상대의 결함이나 잘못을 들먹여 비난하는 비겁함이다. 이런 성격을 지닌 사람들의 특징이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하다는 점이다. 사회가 원만하게 돌아가려면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옛날 일이 궁금하여 조선 선조~인조대의 대학자이자 문인이었던 象村 申欽(상촌 신흠) 선생의 문집을 뒤적이다보니 政에 대한 공자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과거 조선시대 士林들에 의한 정치도 그렇지만, 현대의 정치판은 특히나 사람 아닌 사람이 모여 벌이는 복마전과도 같다.

 

“...... 옛날 자장(子張)이 공자(孔子)에게 정(政)에 대하여 물었을 때, 공자는 오미(五美)를 존중하고 사악(四惡)을 물리치라고 했다. 이른바 오미란, 백성들 자신이 유리하게 여기는 것을 따라 그들을 유리하게 해주는 것, 노력해야만 할 일을 골라서 노력하게 하는 것, 인(仁)을 하려 하여 인을 성취한 것, 수가 많거나 적거나 상대가 크거나 작거나에 관계없이 감히 거만하게 굴지 않는 것, 의관(衣冠)을 바로 하고 동작을 정중히 하여 그 엄전한 모습을 남이 바라보고 위엄을 느끼게 하는 것이고, 이른바 사악이란, 가르치지도 않고 죽이는 것, 미리 훈계시키지도 않고 잘못된 결과만을 따지는 것, 명령을 느슨하게 해놓고 기한을 대도록 조이는 것, 어차피 줄 물건이면서 출납을 인색하게 하는 것이다.”

 

늘 거만하고 무례한 사람들은 이런 가르침을 배워 익힐 시간도 의지도 없다. 義에 따라 선한 일을 해야 할 그들은 도리를 외면하는 야만인이다. 겸양의 미덕은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은 不漢黨이지 善良이 아니다. 야만인을 가리키는 말의 대표는 오랑캐다. 예법을 준수하고 양식 있는 삶의 태도를 지닌 이른바 문화인 혹은 교양인은 주변의 무지몽매한 세력들을 오랑캐라 부르며 멸시하는 한편 두려워했다. 로마제국은 그런 부류를 동일 개념의 바베리언(barbarian)이라고 불렀다.

元代 송화강과 호리개강(무단강)의 합류지역에 설치된 5 만호부: 알타린(斡朶憐, 오도리), 호리개(胡里改, 후르커), 도온(桃溫, 타온), 탈알련(脫斡憐, 타오리), 패고강(孛苦江, 보쿠장) 지도 출처: 譚其驤 主編, 『中國歷史地圖集』 第7冊, 1982.<br>
元代 송화강과 호리개강(무단강)의 합류지역에 설치된 5 만호부: 알타린(斡朶憐, 오도리), 호리개(胡里改, 후르커), 도온(桃溫, 타온), 탈알련(脫斡憐, 타오리), 패고강(孛苦江, 보쿠장) 지도 출처: 譚其驤 主編, 『中國歷史地圖集』 第7冊, 1982.

우리 역사에서 조선시대에는 북방의 여진족이 오랑캐였다. 우리 한자음으로 악온극(鄂溫克)이라 표기하는 어원커라는 족속, 순록 유목민 악륜춘(鄂倫春, 어룬춘족), 우디거로 읽는 올적개(兀的改) 또는 오저개(烏底改), 그리고 호리개(胡里改) 모두 수렵이나 유목생활을 하는 야만족 즉 오랑캐로 인식되었다. 올적개(兀的改) 내지 오저개(烏底改) 즉 우디거는 오사국(烏舍國)의 수도였던 오사성(烏舍城)을 거점으로 하던 부족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오사는 시대에 따라 올야(兀惹), 옥야(屋惹), 온열(溫熱)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었다.  

중국학자 주학연(朱學淵)은 “언어는 인류 역사의 화석이다. 족명(族名)은 인류의 혈연을 추정할 수 있는 언어적 표지로서, 언어 발전단계 초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후대에 성씨나 인명, 지명으로 전환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다.”라고 族名 연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특히 중국 북방민족 족명의 독음과 의미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다.

몽골인들은 고려를 숙량합(肅良合)이라 지칭했다. 이 말은 쇄롱혁(瑣瓏革) 또는 숙량흘(叔梁紇)이라고 전사되기도 했는데 거란족의 역사를 기록한 『遼史』의 색륜(索倫)과 동일 명칭이다. 현대 몽골어로 ‘솔론’ 또는 ‘솔롱고’로 발음하는데, 이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무지개’가 아니고 황서랑(黃鼠郞)이라는 야생족제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물의 이름으로 족명을 삼은 사례다.

청나라 옹정제 13년(1735) 편찬 작업을 시작하여 건륭제 8년(1744)에 완성된  『팔기만주씨족통보(八旗滿洲氏族通譜)』에는 당시 만주 일대의 성씨 114개가 적혀 있다. 그 중 알타리는 斡都里(알도리), 斡東(알동), 斡朶里(알타리), 斡朶怜(알타령), 娥朶里(아타리), 吾都里(오도리), 吾道里(오도리), 烏道里(오도리), 鄂多理(악다리) 등으로 전사되었다.

김치의 종주국은 누가 뭐래도 한국이다. 총각김치는 총각무와 무청으로 만드는 김치다. 총각무는 알타리무라고도 한다. 알타리무를 총각무라고 하는 것은 무청이 마치 옛날 총각머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총각머리는 결혼을 하여 상투를 틀기 전의 아이나 젊은 남자들이 긴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서 동여매거나 뒷머리를 한데 모아 잘끈 묶어 말꼬리처럼 매달리게 한 헤어스타일이다. 이런 머리를 한 젊은 남성을 총각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총각은 '상투 짤 총(總)'과 '뿔 각(角)'이 합쳐진 단어로 이 때 ‘角’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차 시중을 드는 동자를 茶角(다각)이라 하고, 성격이 괴팍한 사람을 乖角(괴각)이라 하는 데서 각의 쓰임새를 알 수 있다.

총각김치의 재료 알타리무가 북방의 부족명이자 지명인 알타리에서 비롯되었다는 확증은 없다. 그렇다고 현재로서는 알타리의 출처를 달리 설명할 방도도 자료도 없다. 때문에 알타리라는 명칭에 더 천착할 필요성을 느낀다. 알타리(斡朶里) 등으로 전사된 명칭의 독음 ‘오도리’의 말뜻은 무엇인지, 이 부족과 우리 민족이 친연관계에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더 살펴보려고 한다.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한국외대에서 영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에서 중앙아시아사 전공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그동안 『중앙일보』에 ‘차의 고향’,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에 칼럼 ‘문명의 뒤안, 오지 사람들’, 『교수신문』에 ‘욕망의 음식: 음식문화사’를 연재했다. 저서로는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 『차의 고향을 찾아서』, 『궁즉통 영어회화』,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 『문화를 여행하다: Travel, Culture&People』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