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상담을 통한 (마음의 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치유와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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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상담을 통한 (마음의 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치유와 회복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11.22 0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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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으로 마음의 병 치유하기 | 주혜연 지음 | 역락 | 188쪽

 

인간에게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상처와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인간은 자유의지와 자기결정을 통해 자기존재를 완성해간다는 점에서 기계나 동물과 구별되는 탁월한 존재이다. 그렇지만 바로 그로 인해 인간은 매순간 자기존재를 선택해야 하는 불안 속에 있으며 어떤 선택이든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 책임을 지며 살아가야 한다. 삶의 전체 과정에서 자유의지와 자기선택은 한편으로 나 자신이 유일무이한 자기존재를 완성할 수 있는 기회와 축복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뿌리칠 수 없는 저주처럼 불안과 책임을 동반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고통스런 존재(Homo patiens)”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필연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고통을 무조건 감내하고 받아들이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찍이 의학은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으며 오늘날 여러 영역에서 많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근대 이후 오늘날까지 뇌에 관한 해부학적 연구는 인간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뇌 기능의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에 기초하여 의학은 정신적 질병의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맞는 뇌수술을 수행하고 있으며, 신경생리학적 체계에 대한 연구는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지속적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병을 심층적 구조에서 밝히려는 정신분석학이 등장하면서 이전에 설명하지 못했던 정신적 병리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시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심리를 인과적으로 설명하는 심리학 및 그와 연관된 다양한 심리치료법이 발전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적 활동은 뇌와 신경계의 작동 과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너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뇌 기능에 대한 과학적 해명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신경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나아가 정신분석학 및 심리학도 어떤 하나의 관점적 해석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정신적 고통과 연관된 수많은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치유를 제시하기에는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인간이 겪고 있는 마음의 병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설명하는 과학적 진단이나 질병으로 계량화하거나 일반화하여 분류할 수 없는 질적이고 복합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마음의 병은 의학적 진단과 치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의학적 접근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고 다른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것이 다름 아닌 철학이다. 고대부터 철학은 마음의 병을 유발시키는 근원이 무엇이며 그에 상응하는 근본적인 치유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것을 중심과제로 여겨왔다. 잘 알려진 것처럼 ‘철학’이라는 낱말은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온 것이다. 그 의미에서 본다면 철학은 어떤 분과학문이나 특정한 지식의 내용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철학은 이 세상의 삶 속에서 봉착하는 문제들과 대면하여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획득하는 실천이며, 이러한 실천을 통해 자기성숙 및 자기강화를 위한 도모하는 ‘삶의 기예(Lebenskunst, ars vivendi)’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철학에서 다루는 덕, 가치, 쾌락, 금욕, 행복, 인식, 진리 등과 같은 주제의 핵심에는 사실상 삶의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안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마음의 병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존재에 대한 성찰과 이를 통해 치유 및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철학상담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철학적 전통을 통해 접해온 다양한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사실상 철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치유하려고 노력해온 사람들이다. 

이 책의 1부는 고대로부터 의학에서 마음의 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왔는지를 살펴본다. 근대 이후 의학 및 정신의학은 인간의 정신적 고통을 육체적 질병과 동일한 방식으로 대해왔다. 하지만 현대인의 정신적 상황에서 정신적 고통은 그러한 자연과학적 방법만으로는 본질적으로 치유의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대해 인간을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자기를 성찰할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스스로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실존적 주체로 여기고 자기치유와 자기강화에 도움을 주려는 철학상담이 소개된다. 

2부에서는 철학상담의 구체적인 이론의 기초를 제시하는 야스퍼스의 실존조명과 이를 수용한 프랑클의 실존적 심리치료를 중심으로 철학적 자기이해가 어떻게 정신적 치유로 이어질 수 있는지 살펴본다. 여기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실존조명의 과정이 “철학함”인 동시에 마음의 병을 치유과정이라는 사실이 제시되고 있다. 3부에서는 현대인에게 철학상담이 요구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마음의 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치유가능성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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