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의 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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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의 존재성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2.11.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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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국가 교육위원회(국교위)가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곡절을 거쳐 출범했다는 점에서 기대와 염려가 교차한다. 국가 교육의 모든 문제를 기획하고 방향을 잡아나가야 할 조직이란 점에서 기대하는 바도 크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 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데 국교위의 목적이 있다. 그런데 현재의 한국교육 상황을 살펴볼 때. 국교위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치에 어느 정도 부응할 수 있을지 염려되는 바도 많다. 국교위는 겨우 3개 부서, 30여 명에 불과한 조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국교위법)에 따르면 국교위는 국가교육발전계획을 10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 국가교육발전계획에는 국교위법에 따라 학제·교원정책·대학입학정책·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정책의 근본이 되는 교육비전도 함께 수립해야 한다. 국교위를 구성하게 된 것은 정권에 따라 변경되던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교육은 소위 백년대계라는 점에서 교육정책의 일관성 유지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현재 국교위는 2023년부터 이에 대한 연구용역과 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2024년 하반기에 첫 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시안이 나오면 공청회 등을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친 후 2025년 초에 첫 국가교육발전계획이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의 국교위 조직과 구성으로 이렇게 다양하게 산적해 있는 국가교육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국교위는 우선 시급한 국가교육문제부터 풀어나가는 계획을 세우면서 중장기적인 국가교육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부칙에 정해져 있는 2022년 기준 중학교 1학년 학생의 대입 때부터 적용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 개편 작업을 국교위에서 해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선 시급한 문제가 되어 있는 지역대학의 존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지역대학들은 신입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대학 운영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원 감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방대학의 위기 상황은 결국 지역대학의 소멸이라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 지역대학의 소멸은 바로 지역의 소멸이라는 현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균형발전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우선 국교위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전문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하여 현안 타개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교육은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담보해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국교위를 구성하는 21명의 위원들 성향을 보면, 정파성이 뚜렷한 상황이라 이 같은 현황을 합리적으로 합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정치공방의 시녀가 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아닌 국민 의견을 경청해야 할 과제가 놓여있다. 지역대학의 소멸문제도 마찬가지다. 지역대학의 소멸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소위 서울지역의 대학들과 합리적인 협의와 합의 없이는 그 해결은 힘들다. 현실적으로 서울로 모여드는 학생들을 지역대학으로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지역대학과 서울 소재 대학들과의 협의를 통해 지원자의 수급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교위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다. 현재 한국교육을 관장하고 있는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와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부와 위원회는 서로 어떤 관계이며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빨리 정리되어야 할 과제이다. 정부 직제상 교육정책을 대표하고 책임지는 주무 부처는 교육부이다. 하지만 법률 제11조에 따르면 교육부장관은 위원회가 입안한 정책(장기정책)을 시행하고 매년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면 위원회가 교육부 상부 기관이 되는 것인가? 법률에 따르면, 위원장은 장관급(중앙 관서의 장)이고 국무회의에 참석은 할 수 있지만, 국무위원은 아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법으로는 국무위원(장관)이 국무위원이 아닌 자(위원장)에게 지시를 받는 구조가 되어 있다. 

또한 실제 기능에서도 아직은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법률 제10조는 위원회의 소관 사무를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국가교육과정에 관한 사항, 국민의견 수렴·조정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계획의 집행은 현실적으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교육정책의 계획과 집행을 서로 다른 주체가 따로 맡아 추진해야 하는 구조이다. 학교 현장의 차원에서 보면, 기존의 교육지원청-시도교육청-교육부 위에 위원회라는 옥상옥이 생긴 셈이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교육부를 없애고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가 관장하는 모든 일을 도맡아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현재 교육부가 맡고 있는 교육정책의 어느 선까지 국가교육위원회가 떠맡아야 할지와 현재의 교육부가 실질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면, 어떤 일들을 맡아야 할지를 재구조화해야 하는 과제가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법적인 국가조직을 새롭게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조직이 지닌 근원적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은 더 중요하다. 그 여건 중 제일 중요한 것이 그 조직을 운영할 구성원이다. 국교위가 출범은 했지만, 위원장과 구성원들의 적격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이유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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