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 교수가 된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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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과 교수가 된 공학박사
  • 이주용·강원대 경영회계학부
  • 승인 2020.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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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단상]

필자는 산업공학을 전공한 공학박사이다. 학위 취득 후에는 4년간 민간기업에서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지금은 경영학과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영학과에 어울려 보이지 않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경영학과에 임용된 공학박사, 초짜 조교수가 1년 전 이 시기를 회상하며, 그리고 첫 1년 동안 진행한 강의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마지막, 새로운 출발

바로 1년 전 공개강의와 총장면접을 위해 춘천의 차디찬 칼바람을 맞으며 캠퍼스를 방문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다. 어느덧 두 학기를 마치고 이제 세 번째 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나서 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느라 논문 실탄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직장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던 터라 그 만족감에 교수라는 목표를 점점 내려놓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마지막 논문이 게재되는 타이밍에 임용공고가 난 것을 보고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지원하였던 지금의 학교에 임용되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과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을 만끽하며, 봄날, 다시 대학 캠퍼스로 돌아간다는 기대감을 안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쉽게 가르치는 것의 어려움

학교에 와서 수업과 관련해 선배 교수님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은 바로 쉽게 가르치라는 것이었다. 대학 수업을 쉽게 가르쳐라?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이 문장이 처음 강의를 시작하는 초보 강의자에게는 어려웠다. 더구나 필자가 담당하는 과목들은 수학적인 내용이 많아 학생들이 부담을 상당히 느끼는 과목들이었다. 본인이 보고 배웠던 공대 교수님들의 강의 스타일, 개념 설명-증명-문제풀이 식의 강의로는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나름대로 찾은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동기부여를 한다. 오늘 배울 개념이 왜 필요한 것인지, 어디에 적용되는 것인지를 가능하다면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학생들이 사례에 흥미를 느끼면 전반적으로 수업 진행이 원활했던 것 같다.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집중도가 올라간다.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로 공부한 세대이며 YouTube 시청이 일상이다. 이에 뉴스나 웹페이지 자료보다도 YouTube와 같은 시청각 자료가 효과적이었다. 수식으로 하는 증명이나 공식유도보다는 해당 개념의 배경 설명과 목적, 그리고 공식의 뜻을 설명한다. 물론 모든 학생이 쉽게 이해한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판서하며 증명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느꼈다.

공학적 문제해결력 길러주기

산업공학을 전공하면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문제해결력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문제해결 프로세스는 ‘문제확인-분석-해결방안 도출-적용-사후분석’이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문제 상황을 분석하여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낼 수 있어야 적합한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그리고 도출한 해결방안을 문제 상황에 적용한 뒤 사후분석까지 이뤄져야 문제해결이 끝난 것이다. 만약 한발 더 나아간다면,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본인은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이러한 문제해결 프로세스, 시스템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념 설명을 할 때는‘A는 A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A는 왜 A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였고, 문제풀이를 할 때는 단순히 수식을 이용해 풀고 끝내기보다는 위의 프로세스에 맞추어 문제해결을 유도하였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공학적 문제해결력을 길러주고자 하였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여러분들의 직업 또는 직장은, 지금까지의 직업 또는 직장과는 전혀 다를 것이고 새로운 곳일 것이다.” 수업 중간, 중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미 인공지능, 빅데이터, 공유경제 플랫폼 등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들이 많이 등장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가 아니라고 해서 이러한 기술 동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시대 흐름을 읽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들이 희망하는 커리어 분야에서 어떤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과학 기술 논문을 읽으라는 것이 아니다. 경영학전공 도서에 나오지 않는 새로운 시대 흐름, 새로운 기술을 파악하고 준비하라는 것이다. 예전처럼 이러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관심 있게 찾아보면 누구나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많은 타 전공 학생들이 경영학을 부/복수전공을 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경영학만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경영학만 공부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주용·강원대 경영회계학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에서 학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DS부문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반도체 생산 시스템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강원대학교 경영회계학부(경영학전공)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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