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인류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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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인류의 대응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1.19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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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제27강_ 이준이 부산대 교수의 「기후 위기와 인류의 대응」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아홉 번째 시리즈 ‘자유와 이성’ 강연이 매주 토요일 서울의 네이버 스퀘어 종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자기실현의 원리라고 할 수 있으며, 그간 인류가 걸어온 길은 자유 실현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합리성의 증대는 자유의 신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섯 섹션 총 44강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고전 시대로부터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자유 담론을 검토함으로써, 자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고 미래 사회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열어보고자 한다. 자유의 이념과 지향에 관한 동서양의 지적 자산을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네 번째 섹션 ‘생존의 자유와 지구적 위기’ 제27강 이준이 교수(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의 강연을 발췌 소개한다.

정리   고현석 기자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기후 위기와 인류의 대응


이준이 교수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에 의해 불평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심화되는 불평등은 기후 위기를 더욱 크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다”라고 보면서 인류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 위기 대응에 실패했으며, 기후 위기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 과연 이제라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그에 대한 응답으로 현재 6차 평가보고서(AR6) 주기에 있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공개한 2021년 8월의 제1실무그룹, 2022년 3월의 제2실무그룹 그리고 4월의 제3실무그룹 보고서의 주요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인류와 생태계 생존을 위해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다만 과학자들이 최근 30여 년간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 위기에 대해 경고”하였음에도 “충분한 대응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과 더불어, “기후 변화를 완화하고 기후 위기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아직 열려 있으나 빠르게 닫히고” 있는 만큼 “지금 우리의 모든 선택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10월 29일, 이준이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자유와 이성>의 27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기후 위기가 던지는 ‘기후 불평등’이란 화두

인간에 의해 초래된 기후 위기에 의해 불평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심화되는 불평등은 기후 위기를 더욱 크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 위기 대응에 실패했으며, 기후 위기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최대 난제인 기후 위기, 과연 우리는 이제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6차 평가보고서(AR6) 주기에 있으며, 2021년 8월에 제1실무그룹(WGⅠ) 보고서, 2022년 3월에는 제2실무그룹(WGⅡ) 보고서, 그리고 4월에 제3실무그룹(WGⅢ)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2023년 3월 종합보고서가 공개되면 6차 평가보고서 주기가 마무리된다. 세 실무그룹 보고서는 위기의 지구에 대한 무거운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미 지구 온난화가 1.1℃에 달했으며 그에 따른 기후 변화 영향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고, 현재 우리의 경로는 파리협약에 따른 1.5℃ 혹은 2℃ 지구 온난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는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좀 더 지속가능하고 기후 탄력적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아직은 열려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기후 변화를 완화하고 기후 위험에 더 잘 적응하면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달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이 모든 부문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 대응의 실현 가능성이 기술적 혹은 지구물리적 요인이 아닌 제도적 및 경제적 요인에 더 의존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 상황은?

기후 위기에 대한 체감이 증가하면서 기후 변화가 이제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라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IPCC AR6 WGⅠ 보고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 변화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매우 엄중하게 진단하고 있다.

첫째, 인간 활동에 의해 적어도 과거 2000년 이래 전례 없는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에 있으며, 이미 1.1℃ 지구 온난화에 도달했다. 1.1℃ 지구 온난화의 대부분은 인간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둘째, 지구 온난화 심화에 따라 최근 기후 변화가 빠른 속도로 심해지고 있으며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과거 수천 년 혹은 수십만 년 이래로 전례 없는 수준이다. 

셋째, 인간 활동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폭염, 폭우, 가뭄, 산불 등 극한 기상ㆍ기후 현상을 더욱 빈번하고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데는 더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다. 이미 극한 현상들의 강도 및 빈도가 자연 변동성을 넘어 증가하고 있으며, 발생 위치도 변화하고 있고, 복합재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복합재해는 여러 자연재해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자연재해가 끝나자마자 순차적으로 다른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복합재해 증가의 주요 연결 고리는 물 순환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기후 시스템 전역을 아우르는 물 순환이 강화되고 변동성이 증가하면 각 권역에서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나고 복합재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 변화는 이미 인류와 생태계 생존을 위협

2022년 3월에 공개된 AR6 WGⅡ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인류의 복지와 지구의 건강을 이미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명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현재 인류와 생태계가 직면한 기후 변화 영향 및 위험이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첫째,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후 변화 영향과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기후 변화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저개발 국가와 빈곤층에서 기후 변화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둘째, 동시적 극한 현상의 발생(즉, 복합재해)은 기후 위험을 다양한 수준에서 더 악화시키며,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셋째, 기후 변화가 자원의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용, 생태계 파괴, 도시화 증가 그리고 불평등과 결합되어 있으며, 이는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또한 사회ㆍ경제 시스템에 내재된 다양한 문제들이 기후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는데 저개발 국가로 갈수록 그러한 문제가 더 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된 기후 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 다양성을 크게 손실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이 이미 전 세계 육상, 담수, 해양 생태계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생태계의 구조가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물 종이 이동하고 있으며 생장 시점도 바뀌고 있다. 

 

우리는 왜 지난 30년 동안 기후 변화 대응에 실패하고 있는가?

AR6 WGⅢ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 실현 가능성이 기술적ㆍ지구물리적 요인보다 제도적ㆍ경제적 요인에 더 크게 의존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효과적인 완화 대응에 가장 큰 걸림돌은 깊게 뿌리 박힌 지정학적, 산업적 및 군사적 권력과 관련한 사고 방식이다. 또한 고배출 국가, 부문, 기업, 그리고 민간에서 리더십의 실패가 세대 내 및 세대 간 갈등을 고착시키고 기후 변화 대응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제, 에너지 기후 완화 분야에서 기존의 접근법과 연구 방식이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도전이 필요하며 모든 부문에서 공정한 대전환이 요구된다.


탄소중립에 이르기 전까지 지구 온도는 계속 상승

탄소중립에 이르기 전까지 지구 평균 온도는 계속 상승하게 된다. AR6 WGⅠ 보고서 평가에 따르면 우리가 선택할 사회경제적 경로에 상관없이 2030년 초ㆍ중반에 1.5℃ 지구 온난화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매 1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킬 것이다. 다만 배출량을 줄일 수록 1.5℃ 지구 온난화에 도달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1.5℃ 지구 온난화 특별보고서(IPCC, 2018)는 1.5℃ 혹은 2℃ 지구 온난화 제한을 위한 탄소중립 경로를 처음으로 제시하고, 2℃와 비교해 1.5℃로 제한할 때 상당한 온난화 억제 효과가 있음을 보였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또는 ‘넷 제로 이산화탄소 배출(net zero CO2 emission)’은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인위적으로 흡수되는 양 사이의 평형을 맞추는 것으로 정의된다. 

 

우리는 목표 달성 경로에서 벗어나 있다

AR6 WGⅢ 보고서는 현재 우리가 가고 있는 경로가 1.5℃ 혹은 2℃ 아래로 지구 온난화를 제한할 수 있는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보이고 있다. 또한 즉각적이며,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1.5℃ 온도 제한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2030년, 인류의 중요한 분기점

2030년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이자 분기점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2030년에 주요 글로벌 도전 과제 달성에 대한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첫째는 2015년 9월 제70차 UN 총회에서 결의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달성 여부이다. SDG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다’를 기본 취지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이 인류의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기후 변화, 환경 오염, 생물 다양성 등 환경 문제 해결을 공동 목표로 한다. 특히 13번째 목표는 기후 변화와 그 영향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 행동(대응)을 목표로 한다. 기후 행동 목표는 대부분 목표들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둘째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달성여부이다. AR6 WGⅢ는 현재 국가들의 NDC가 탄소중립 경로에서 벗어나 있음을 보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대부분 국가들의 기후 정책은 NDC를 달성하기에도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향후 NDC를 달성할 수 있도록 완화 대응을 강화함과 동시에 NDC를 상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030년에 우리의 배출 경로가 탄소중립 경로와 일치할지 여부는 인류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 혹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생존 위협에 놓이게 될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방안은 존재하며 아직 기회의 창은 열려 있다

AR6 WGⅢ 보고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기회의 창이 아직 열려 있으며, 방안이 존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에너지, 토지 이용, 산업, 도시, 건물, 교통, 수요 및 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서 2030년까지 배출량을 최소 현재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한 국가와 지역에 특화된 폭넓은 감축 전략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대응해야 실현가능성이 높고 복원력이 있으며, 정책, 금융, 기술 등 모든 부분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더 나아가 공정한 전환에 기반한 많은 대응 방안들이 기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적응 방안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지속적이고 기후 탄력적 발전으로의 대전환

우리는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가파른 경제 발전의 큰 수혜자이면서, 그에 따른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다. 더불어 미래 후속 세대에 과중될 기후 위기의 가해자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우리가 선택하게 될 사회ㆍ경제적 경로에 따라 현재 및 미래 인류의 생존과 번영이 결정될 것이다. AR6 WGⅡ에서 제시하는 기후 탄력적 발전 경로는 기후 위험 줄이기(적응), 온실가스 배출 줄이기(완화), 생물 다양성 보존 및 증대, 그리고 UN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모두 포괄한다. 우리가 지금 바로 기후 탄력적 발전 경로로 간다면 장기 미래에 복지를 증진하고, 빈곤을 감소하고, 생태계 건강을 회복하며,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고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며 기후 위기를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대응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후 변화를 완화하고 기후 위기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아직 열려 있으나 빠르게 닫히고 있다. 지금 우리의 모든 선택과 행동이 중요하다.


☞ 강연 바로보기: [열린연단]_ 기후 위기와 인류의 대응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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