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 … 42억년 인류의 진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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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명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 … 42억년 인류의 진화사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3.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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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휴머놀로지: 42억 년 동안 인간과 생명은 어떻게 이어져왔을까? | 루크 오닐 지음 | 김정아 옮김 | 파우제 | 424쪽
 

우주의 먼지에서 시작되었으나 인공지능까지 만들어낸 인간, 우리는 언제부터, 어떻게 지금의 인간으로 진화한 것일까? 우리를 지금의 인간으로 만들어온 이 과학과 역사의 여정은 어떻게 시작했으며 그동안 무슨 역사가 이어져왔으며, 또 어떻게 나아갈 것이며 어떻게 끝날 것인가?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지식, 역사적 통찰을 통해 인간 존재와 생명의 의미를 이전 시대에 비해 더 깊이, 더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 책은 생명의 기원부터 현존하는 우리 호모사피엔스 종이 어떻게 지금의 인간으로 살게 되었는지를 다각적으로 들여다본다. 우주의 먼지로 시작된 인간은 어쩌다가 이렇게 똑똑해졌을까? 과연 우리만이 태양계에서 유일한 인간일까? 무엇이 우리를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로 나눌까? 왜 여성들은 운동선수와 음악가에게 매력을 느낄까? 어차피 우리는 결국 죽는데 왜 매일 자야만 할까? AI는 정말로 인간을 멸종시킬까? 인간은 언젠가는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우리의 유전자에 어떤 다양한 유전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낭만적인 사랑에는 어떤 과학적인 비밀이 숨어 있는지, 우리에게 왜 종교와 음악과 문화가 필요한지, 인공지능과 로봇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될지, 그리고 인류는 결국 멸종할 것인지 등, 복잡하고 다양한 진화와 인류 역사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1장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총 20장에 걸쳐서 인간의 진화와 역사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한다. 그리하여 생명 탄생의 과학, 인류 진화의 과학, 사랑과 호르몬의 과학, 생식의 과학, 웃음의 과학, 인공지능의 과학, 면역의 과학, 노화의 과학, 대멸종의 과학 등처럼 과학, 역사, 문학, 예술 분야를 망라해 인류에 대한 지식을 폭넓게 펼쳐 보인다.

산소와 DNA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처음으로 생명이 시작되었고, 지구가 생성되어 지금에 이르는 역사를 24시간으로 설명하면 인간은 자정이 되기 17초 전에 나타난 셈이다. DNA 분석을 통해 우리의 조상은 아담과 이브가 아니라 침팬지와 보노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호모사피엔스와 침팬지의 차이를 만드는 5%의 차이는 아직 채 밝혀지지 않았다. 죽음을 궁금해 하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또 기리다가 우리는 죽음을 통제하려 애쓰고 그 과정에 수많은 자본을 투여하고 연구를 거듭하게 되었다. 호모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도 섹스를 하고 그 결과 인류는 더 다양한 유전 형질을 갖게 되었으니, 서로 지구를 공유하는 하나의 뿌리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생명 창조가 지구 말고도 다른 곳에서 적어도 한 번은 더 펼쳐졌으리라고 어느 때보다 확신한다. 세포내공생이 일어날 환경이 곳곳에 존재한다면, 우리처럼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할 다른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이 더 이상하다는 확신이다. 여기에서도 다시 한 번 우리 인간이 유달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많은 과학적인 실험 결과는 인간의 사랑조차 결국 호르몬에 좌우될 뿐이라는 사실로 귀결된다. 그러나 왜 그토록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랑에 빠지는지 인간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저자는 또한 과학은 ‘왜’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느냐는 물음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존재하느냐는 물음에 답하는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왜’를 묻는 종교와는 이미 서로 별개이기 때문에 두 영역을 섞거나 다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인간을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는 점, 새로운 견해가 일어날 때 경계가 심하다는 점, 그리고 암흑 물질처럼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 따라서 어떤 맹목적인 믿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등, 과학과 종교의 유사성을 짚어가는 부분은 흥미진진하다.

인간은 가난, 영유아 사망, 억압, 전쟁 등,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자연과 스스로를 망치곤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미래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긍정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의 지적인 호기심으로 이룬 과학의 성취와 혜택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지금의 유전과학 발전에 따라 만일 특정 형질에 유리한 선택 압력을 명확히 받는다면, 인간은 한층 더 진화할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지구에 첫 세포로 모습을 드러낸 뒤 이렇게 살다가 결국 멸종하더라도, 우주 어디에선가 다시 생명은 이어지리라는 저자의 신뢰는 미신이 아니라 다분히 과학적인 결론이다.

저자는 과학뿐만 아니라 교육의 가치와 힘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과학으로 인한 산업 발전이 평균적인 가난과 질병의 위협을 어느 정도 퇴치한 이후, 가난이 줄자 교육의 기회가 늘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나 인간은 더 발전하고 생명을 더 고귀하게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종과는 달리 더 현명하게 환경을 제어할 줄 알게 되면서 세상은 더 풍요롭고 평등해졌다. 그러나 환경 파괴와 절대 빈곤층을 줄이고, 거대한 전쟁의 위협을 줄여가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은 결국 커다란 우주에서 너무나 보잘것없는 존재로 우연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그렇기에 인간이 일궈낸 생명과 진화와 과학의 역사가 더욱 위대하다는 사실에 우리는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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