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고 지낸 서울의 보석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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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고 지낸 서울의 보석 같은 이야기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1.14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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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12: 서울편 3, 4 | 유홍준 지음 | 창비 | 각 352, 368쪽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권(서울편 3)에서는 서촌, 북촌, 인사동 등 ‘K-컬처’의 정수가 녹아 있는 사대문 안동네를 돌아보며 ‘사람 사는 동네’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담았다. 특히 이번 ‘내 고향 서울 이야기’ 편에서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삶을 일구어온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12권(서울편 4) ‘한양도성 밖 역사의 체취’ 편에서는 조선왕조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팽창을 거듭해온 역동적 공간으로서의 서울,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는 2억 평 ‘넓은 서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조선왕조의 수도 한양이 왕조의 멸망 후에도 여전히 수도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양도성 밖으로 팽창할 수 있는 넓은 들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던바, ‘넓고 깊은 서울’ 탐사는 결국 그 들판으로 대이동해 삶을 영위했던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저자는 과거의 사건을 탐사하는 ‘고고학(考古學)’의 방법을 오늘날에 적용하는 ‘고현학(考現學)’의 방식으로 이번 책을 썼다고 말한다. 고고학자들이 유물과 유적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듯 오늘날 남겨진 흔적들을 되짚어 서울이 이루어진 과정을 탐구하고 증언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이번 답사기는 유력자들이 생산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을 만들고 거기서 살아간 도시인들의 이야기와 저자의 개인적 증언까지 풍부하게 담은 ‘체험적 답사기’로 쓰였다. 

서울편 3권(시리즈 11권)에서는 서촌, 북촌, 인사동 등 서울 사대문 안의 오래된 동네와 북한산의 문화유산을 답사한다. 사대문 안동네들은 한옥과 전통상점이 있고, 오래된 거리와 역사의 현장이 위치해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구도심이다. 이곳들은 오늘날 서울의 주요 관광 명소이자 우리 전통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저자는 이 묵은 동네들을 거닐며 땅의 유구한 역사와 사람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 시작은 북악산이다. 조선의 수도 한양의 주산으로 왕조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북악산은 도성 방어의 핵심이라는 이유로 출입이 금지되었고, 이어서 그 자락에 조선총독 관저와 청와대가 들어서면서 계속 출입이 통제되다가 근래에야 전면 개방되었다. 

북악산과 함께 서울을 지키는 인왕산 아래 경복궁 서쪽 동네를 우리는 오늘날 ‘서촌’이라고 부른다. 서촌은 북촌과 함께 서울의 오래된 동네로 꼽히며 전통적인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공간이 되었다. 왕궁에 인접해 있는 이곳은 수백년간 많은 문인과 예술가, 정치인의 터전이었다. 근현대를 거치면서는 이완용, 윤덕영 등 유력자들의 거처가 되기도 했다. 

북촌은 대저택과 전통 가옥이 즐비한 대표적인 한옥마을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곳의 형성 과정을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다. 북촌의 형성 과정은 우리 근대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개화사상이 이곳에서 꽃피웠고, 갑신정변이 이곳에서 모의되었으며, 3·1운동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을 이끈 이들이 이곳에 거처를 정했다. 특히 오늘날 우리가 찾는 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서울의 팽창을 알려주는 증거다. 

인사동의 변천사는 근현대 우리 문화예술의 형성 과정과도 같다. 인사동은 일제강점기 민족운동과 문화운동의 현장으로 시작하여 1960년대에는 고서점과 헌책방의 거리, 1970~80년대에는 고미술상과 화랑의 거리, 1990년대 이후로는 전통문화 관광의 거리로 변화해왔다. 저자의 인사동 답사기는 그 과정에서 모이고 움직였던 문화예술인과 상인 한명 한명을 기억하고 기리는 마음으로 채워졌다. 

북한산은 서울의 진산(鎭山)이자 조산(祖山)으로, 서울시민이 한나절이면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축복과도 같은 산이다. 북한산성과 30여개의 사찰을 비롯한 문화유산과 수려한 자연을 자랑하지만, 저자가 특별히 주목하는 문화유산은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다. 

서울편 4권(시리즈 12권)에서는 조선왕조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팽창을 거듭해온 역동적 공간 서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조선왕조의 수도 한양이 왕조의 멸망 후에도 여전히 수도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양도성 밖으로 팽창할 수 있는 넓은 들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양도성 밖 서울 탐방는 결국 그 들판으로 이동해 삶을 영위했던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성북동은 우리 근현대 문화사에서 핵심적인 현장이다. 저자는 조선시대 성북둔에서 시작된 이 마을 유래를 훑어보며 그 가치를 되새긴다. 천을 표백하던 마전 일로 생업을 삼은 주민들이 이곳에 복숭아나무를 심으면서 해마다 봄이면 꽃이 만발하는 유람지가 되었다. 이런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여러 문인,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태준, 김용준, 김환기, 박태원, 한용운, 조지훈, 윤이상, 김광섭, 전형필 등 우리 문화에 중요한 자취를 남긴 예술가들이 당시 서울이 아니었던 호젓한 성북동에서 머무르고 교류하며 자신들만의 예술을 가꿔나가고 이야기를 남겼다. 

한강 이남의 문화유산으로 이번 책에서 등장하는 곳은 강남구의 선정릉과 봉은사, 강서구의 가양동이다. 선정릉은 조선 성종과 성종의 비 정현왕후의 선릉, 중종의 정릉이 모셔진 곳으로 오늘날 강남의 빌딩숲 속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받고 있다. 임진왜란 때 ‘범릉적’에 의해 훼손당한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봉은사는 예부터 중시되었고 오늘날 강남 도심 속 사찰로 그 가치가 빛나는 절이다. 이 절의 역사에는 숭유억불과 숭유존불을 오갔던 조선시대 불교 정책의 부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양동에는 겸재정선미술관과 허준박물관이 있다. 

중랑구 망우동의 망우역사문화공원 답사는 근현대 역사문화 인물들의 넋을 찾아가는 코스다. 저자는 유관순 열사의 합장묘에서 시작해 시인 박인환, 화가 이중섭, 죽산 조봉암, 만해 한용운, 위창 오세창, 소파 방정환, 도산 안창호 등 10여 명의 위인들을 찾아뵙고 그들의 일생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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