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감정의 묘미와 문방사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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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감정의 묘미와 문방사우의 매력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1.14 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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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과 감상 차이 | 임명석 지음 | 아트프라이스(Art price) | 422쪽

 

서화감정과 문방사우〔紙筆墨硯〕의 세계를 정리한 책으로 서화감정(書畵鑑定)의 기초부터 역사까지, 그리고 선비들의 사랑한 문방사보(文房四寶)의 진수까지 아우르며, 서화 안목과 문방사우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본문은 크게 1, 2부로 나누었다. 1부는 ‘감정과 안목의 이해’ 편이고, 2부는 ‘문방사우 뿌리와 이해’ 편이다. 얼핏 서로 다른 부문 같지만, 서화는 문방사우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더욱이 수많은 서화를 창출하며 문화예술을 살찌워 왔다는 점에서 문방사우는 서화의 모태 같은 존재다. 

1부 ‘감정과 감상 차이 안목의 이해’는 서로 다른 감정(感情)과 경험, 미감을 통해 체득하는 안목의 문제 등을 다룬다. 저자가 오랫동안 고서화(古書畵)를 가까이 체감하고 느낀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첫째, ‘서화 감정과 화육법(畵六法)’에서는 감정과 감상의 차이, 서화를 보는 안목 의 차이, 서화 감정에 필요한 아홉 가지 덕목 등을 자세히 적었다. 이는 감정과 안목 의 바른 이해를 위해 명심해야 할 요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체본과 대필, 미술품 시 가감정의 필요성, 화보(?譜)와 화육법 등도 포함했다.

둘째, ‘고서화와 화론’에선 감정의 기초가 되는 각종 그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개했다. 고서화의 모사(模寫)로 시작되는 초상화, 민화(民?), 그리고 조선시대의 기로회도(耆老會圖) 와 계회도(契會圖), 불화(佛畵), 제례도(祭禮圖), 무속화(巫俗畵) 등을 소개하였다. 이는 옛 서화가들이 서화를 배우고 익힌 과정과 회화의 주요 법칙을 통해 다양하고 장르의 그림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초로 삼기 위함이다. 이어서 중국 당대(唐代)의 장언원이 체계화한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의 주요 인물을 소개한다. 중국의 고서화 감식과 화론, 소장인(所藏印), 그리고 고려시대의 화원과 회화에 대한 기록도 수록했다.

셋째, ‘서화의 향유(享有)와 추사(秋史)’ 서화를 즐긴 향유자들을 살펴보았다. 조선 후기 서화세계를 주도한 이들과 추사 김정희의 흥미로운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경성미술구락부’를 통해 우리의 미술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한 초기 상거래가 행성되는 과정도 간단히 언급했다.

2부는 ‘문방사우 뿌리와 이해’다. 문방사우에 관해 기본적인 개념과 폭넓은 이해를 돕기 위한 섹션이다. ‘문방의 네 친구’인 지필묵연(紙筆墨硯)은 모든 서화나 문서 등을 기록하는 도구들이다. 붓과 한지 의존을 잊어가는 현대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지만, 과거에 이들 문구는 선비들과 서화가들의 필수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첫째, ‘전통 한지(韓紙)의 유래’에선 우리 전통 한지韓紙)의 유래와 약사(略史)를 만나 볼 수 있다. 종이의 유래와 역사에서부터 종이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 우수한 특성, 한지에 관한 한시(漢詩), 제지법(製紙法), 한지의 종류 등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이를 통 해 종이가 ‘인류의 지혜가 집약된 첨단의 요체’임을 재인식함으로써, 서화의 지지체(支持體)인 한지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둘째, ‘붓의 역사를 찾아서’에서는 전통적으로 필기구 역할을 해온 붓의 전래(傳來)를 탐구하였다. 붓은 주요 사용자인 선비와 서화가들의 손을 대신하고, 창작자의 마음과 뜻을 전하는 수단이며, 창의적 기량과 숨결을 글씨나 그림 등으로 전달하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나아가, 붓끝으로 피어나는 필법은 곧 인격의 표출로 인식되어 인격수행과 연마의 역할을 중시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붓에 대한 기록, 최초로 붓을 만든 사람, 선비들이 응용한 한시, 붓의 종류와 재료 등을 통해 붓의 전모를 반추(反芻)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셋째, ‘먹의 뿌리’는 일반 독자가 쉽게 접할 수 없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꾸며졌다. 먹의 기원을 살펴보면, 하나의 먹〔墨〕이 온전한 형태를 갖추기까지 오랜 역사 가 함께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먹은 기름이나 나무를 태워서 얻어지는 그을음을 여러 가지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양질의 먹을 얻 을 수 있었다. 같은 동양권 문화 속에서 먹을 가장 많이 애용한 우리와 중국의 먹에 관한 역사나 기록문화를 살펴보고, 서로 다른 먹의 종류와 특성, 문물 교류 수단으로 여겨졌던 사회문화적 배경에 이르기까지 톺아본다.

넷째, ‘벼루의 시원’에선 중국과 우리 역사 속에서 벼루를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본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명연(名硯)과 일화(逸話), 한시(漢詩) 등과 연계하여 살펴봄으로써 벼루의 진가를 재발견할 수 있다. 벼루의 시원은 단순히 ‘먹을 가는 도구’로 시작했지만, 점차 갖가지 장식이 더해지면서 어엿한 예술품으로써 사랑받기까지 이른다. 특히 현대에는 전통적 문인의 격조와 문화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훌륭한 컬렉션 품목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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