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광기는 때론 매혹적이다. 그러므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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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광기는 때론 매혹적이다. 그러므로 경계해야 한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1.14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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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적 광기란 무엇인가? |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336쪽

 

우리는 흔히 정신병 환자를 일컬어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 또한 미친 상태를 ‘광기’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정신병원이 매우 드물었던 예전에는 혼자 중얼거리거나 낄낄대고 웃으며 거리를 배회하는 미친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미친 사람을 길에서 직접 마주치기 어려워졌다. 약물치료의 발달과 사회적 지지망의 확대로 대부분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호전되기 때문이다. 대신 이어폰을 끼고 걸으며 통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집단적 광기를 직접 목격했던 프로이트는 인간의 초자아 기능에 심각한 결함이 생긴 도덕적 광기(moral insanity) 상태에 새로이 주목함으로써 인간 정신병리 이해의 폭을 더욱 크게 넓혔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도덕적 광기에는 적절한 약도 없고 정신치료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덕적 광기의 문제는 앞으로도 가장 큰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안정이라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나아가 만약 도덕적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된다면 국가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국가의 운명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재앙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인류 역사는 도덕적 광기에 빠진 인간들로 인해 엄청난 위기를 맞이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비록 인류 전체는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엄청난 고통과 시련을 안겨 준 지도자들도 있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피의 공포정치를 펼친 로베스피에르, 발칸 반도의 도살자 파벨리치, 스탈린이 벌인 피의 대숙청, 모택동이 벌인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의 난동, 폴 포트의 킬링필드, 그 외에도 피노체트, 이디 아민, 호메이니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도덕적 광기의 소유자가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일반 정신병 환자와는 달리 겉으로는 매우 멀쩡해 보인다는 점이다. 오히려 남달리 뛰어난 카리스마를 발휘하기도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절대 권력의 자리에 오르거나 강력한 리더십으로 자신의 추종세력을 광적인 집단으로 유도함으로써 이성을 마비시키는 탁월한 재능도 지니고 있다.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 이념의 영역뿐 아니라 종교, 예술, 학문, 대중문화 등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기 때문에 그 정체를 손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매우 사악한 메시지를, 그것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전파한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악함이란 건전한 상식과 교양, 사회적 합의에 따른 도덕성을 파괴하는 반윤리적·반도덕적 메시지를 뜻한다. 결국 세상을 어지럽히는 주범은 정신병원에 있는 환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병원 밖에 있는 도덕적 광기의 소유자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삶을 착취하고 고통을 안겨 주는 대가로 자신들만의 번영을 구가하는 일부 반사회적 지도 계층 또는 도덕적 광기의 소유자들이 수도꼭지를 틀어쥐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앞다투어 민중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는 한, 그들이 내건 정치적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하고 번듯해 보여도 그런 사회는 본래 이념이 추구했던 본질에서 벗어나 아주 이상하게 변질된 모습의 괴물사회에 지나지 않는다. 도덕적 광기에 찬 사회지도층이 전파하는 왜곡된 메시지로 인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정의이고 불의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려워진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는 오늘날에 와서는 도덕적 불감증과 더불어 세상 전체에 대한 인지왜곡의 정도가 도를 넘어 집단적 광기 수준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도덕적 광기의 실체를 밝힘과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와 젊은이들의 건전한 심성 발달은 물론, 우리 자신의 국운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오늘날 이 세상에 만연한 도덕적 광기의 극복이 필수적인 과제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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