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場)을 통한 변화연구, 보다 넓은 우리의 장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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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場)을 통한 변화연구, 보다 넓은 우리의 장을 위하여
  • 김덕삼 대진대학교·동양철학
  • 승인 2022.11.13 09: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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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책, 나의 테제_ 『변화와 장의 탐구: 중국의 사람·사회·문화를 중심으로』 (김덕삼 지음, 한국학술정보, 438쪽, 2022.10)

 

『변화와 장의 탐구』(이하 『변장탐』)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완성되었다. 공교롭게 전에 출간된 『문화의 수용과 창조』(북코리아, 2013)도 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전문교양서로 출간된 두 책은 통한다. 바로 변화를 탐구하는 여정에 위치해 있다. 『변장탐』이 변화를 내 세워 장의 문제에 집중했다면, 『문화의 수용과 창조』는 변화에서 인풋과 아웃풋에 집중했다. 

 

- 인문학적 변화탐구를 통해 반복되는 참상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공동체 위기의 타파

변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읽고 싶었다. 하지만 이를 미리 계획한 게 아니다. 종교, 학교, 학문의 편력 속에 고뇌하고 공부하며 부딪힌 문제들과 그 속에서 얻은 부산물이다. 그래서 내용과 표현이 투박하다. 그 내용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별거 없다. “변화를 ‘주체’와 이를 둘러싼 ‘장(場, field)’으로 탐구하고, 변화에서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을 파악하며, 변화의 패턴을 찾아 활용하고자 했다.” 역설적이게도 책은 이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두꺼워졌고, 사례 제시를 위해 무거워졌다. 

기실, 변화를 변화로만 보면 도움 될 게 별로 없다. 변화의 “패턴”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대비할 수 있다. “인풋과 아웃풋”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다음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다. “주체와 장”의 관계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누구의 탓으로만 돌리는 끝없는 갈등을 막고, 조화로운 변화를 기약할 수 있다. 웃프게도 이는 바로 지금 여기 우리에게 필요한 인문학의 역할이리라. 끝없이 반복되는 참상을 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공동체의 위기를 타파할 지혜, 하지만 눈물겹게 힘들다.


- 서로 연결되어 변한다 

삶을 되돌아보면, 세상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변함을 깨닫게 된다. 단선적인 인과관계의 이해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한고조(漢高祖)부터 7대 무제(武帝)까지, 물자를 제공하며 흉노(匈奴)를 달랜 한(漢)의 북방정책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굴욕적이지 않다. 당시의 장에서 생각하면, 궁핍한 상황에서 강한 흉노를 상대할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자신의 힘을 키우고 흉노를 무력화할 장기 전략이었다. 

또한 우리의 장에서 생각한다면, 굴욕적이라는 평가는 적절치 않다. 우리가 한 왕조나 중국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장에서 만들어진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면, 침략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의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또 다른 침략을 저지르게 된다. 이미 우리는 만주 벌판에서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며 독립운동을 하던 이들과 일제에 빌붙어 제국의 나팔수가 된 그들의 삶에서 확인했다. 적어도 “황국신민의 무쌍한 영광인 징병제는 드디어 우리에게도 실시되었다.”는 비극적 언사(言辭)가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 너와 나를 포괄하는 보다 넓은 우리의 장을 위하여 

지금은 어떠한가? 진영을 나누고 편을 갈라 소비적 논쟁을 벌인다. 본질도 공공의 선도 중요치 않다. 내 진영의 승리만 있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공멸밖에 남을 게 없다. 너 죽고 나 죽는다. 책을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본 각각의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 수준, 입장, 상황에서만 보고 판단한 뒤, 자기가 본 것이 전부이고 진리라고 목청 터져라 외치는 것과 같다. 의견이 한 곳으로 모아지기 어렵다. 각자의 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각자의 장에서만 주장함이 아니라, 너와 나를 포괄하는 보다 넓은 우리의 장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


- 답은 나와 있고, 수많은 사례가 널려 있음에도 

변화는 ‘본질적인 것[진리]’의 중요함을 깨우쳐준다. 중국 선진(先秦)시기 철학, 특히 유가(儒家)는 우환의식(憂患意識)에 기인한 경고에서 시작했다. 서양철학도 다르지 않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신이 보낸 등에라고 말했다. 그 등에의 역할은 세상을 각성시키는 것이다. 고대 철학자들이 우환 의식 속에, 천변만화(千變萬化)의 현상 속에 부여잡은 것은 본질적인 것, 진리였다. 다양한 변화의 탐구 속에 봐야 할 핵심이다. 

닭도 아니고, 당해야 깨우치고, 다시 망각하고, 그리고 다시 전처럼 생활하는 반복적 일상. 이를 담당할 인문학적 우환 의식은 박제가 되고, 물질과 효율만이 지금의 장을 장악했다. 장에는 장을 지배하는 가치가 있고, 대개 이를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붉은 색이 환영받고, 한국에서는 하얀색이 환영받는다. 이는 산아제한 정책에서도 절실하게 경험했다. 55년 살아오면서 겪은 한국에서의 산아제한 캠페인도 3명, 2명, 1명 낳자고 변하더니, 이젠 다다익선! 그렇다면, 장의 변화에 따라 가치판단이 달랐던 지난 역사를 보자. 본질에서의 성찰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변장탐』은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거나 전달하기보다, 마음에 원래 있던 ‘참 나[진아(眞我)]’를 찾게 하고, 우리 마음에 자리 잡은 불순함을 떠내버리는 데 방점을 찍는다. 답은 나와 있고, 수많은 사례가 널려 있음에도 (장에 푹 빠진) 우리는 애써 외면하기 때문이다.


- 장을 통한 변화 연구

변화에 대한 연구는 많다. 하지만 인문학적 접근은 여전히 어렵다. 『변장탐』은 장의 필터로 변화를 담았다. 장은 환경, 상황, 범위, 구조 등의 의미를 갖는다. 패러데이(Faraday Michael)에서 촉발한 물리학의 장이론(場理論, Field theory), 형태 심리학자 레빈(Lewin, K)의 장이론 등 다양한 담론이 있다. 필자는 『장자(莊子)』 연구에서 장의 이론적 기초, 한국과 중국의 체험에서 장의 현상, 중국 소수민족의 관찰에서 주체와 장의 상관성, 그리고 중국 교육패러다임의 변화와 일상문화를 통해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씨실과 날실의 끊임없는 교차 속에 하나의 직물(織物)이 완성되는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씨실과 날실을 사용하여 사람, 사회, 문화의 변화와 장이라는 커다란 직물을 만들고 싶었다. 책에서 언급한 일상문화는 공감과 쉬운 이해를 위해 사용했고, 중국은 전문적인 근거를 위해 이용했다. 중국은 연구하기 좋은 대상이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비교할 수 있는 시간적 데이터와 넓은 국토의 다양한 공간적 데이터가 풍부하다. 책에서는 공자, 맹자, 노자, 사마천, 한대초기의 인물과 유가, 도가, 황로학 등의 사상을 다루었다. 시대적으로는 춘추전국시기, 진(秦)과 한대를 비롯하여 당(唐)대와 근대를 거론했다. 학문적으로는 사상, 문학예술, 역사, 교육, 정치, 민족, 사회 등에 기대었다. 지역적으로는 중원지역을 비롯하여 북경과 운남, 민족으로는 한족과 이족, 회족 등을 다루었다. 『변장탐』이란 직물에는 무수한 사람[인(人)]이 그린 무늬[문(文)]가 담겨 있다. 이 인문의 천은 이를 보고, 입고, 사용하는 사람에게 재단되어, 각자의 나와 여기와 지금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하나하나 더 쌓아갈 뿐

오랜 시간 공을 들였지만, 부족함이 많다. 변화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고, 잡았다고 생각하지도 못한다. 그저 그 과정에 있을 뿐, 『변장탐』에서는 저자로서 변화의 무쌍함을 최대한 단정하게 다듬으려 노력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을 인정한다. 물론 아직 완성일 수 없다. 또한 완성이 있을 수도 없다. 진행형이다. 그렇다고 베타버전(Beta Version)도 아니다. 하지만 두 번째 버전의 발전을 기대하는 마음은 오히려 더 강하다. 어쩌면 신화연구로 유명한 캠벨(Joseph Campbell)의 방법에 가깝다. 그는 영웅에 대한 신화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조사하여 신화의 유사성을 고찰했다. 귀납적 방법에서 데이터를 쌓아가듯,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하나하나 더 쌓아갈 뿐이다. 


김덕삼 대진대학교·동양철학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장자』외·잡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진대학교 창의미래인재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내외 대학 연구소와 학회에서 학술 및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그동안 ‘중국 소수민족’, ‘도가 문화’, ‘중국 고등교육’,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등의 주제로 연구 과제를 수행했고, 현재 ‘변화의 탐구, 장(場)이론의 구축’으로 10년 장기과제를 수행 중이다. 「老庄思想中场理论的解析与扩展」 외 130여 편의 논문과 『中國 道家史 序說 I』 외 20여 권의 저작을 한국, 중국, 대만 등지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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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 2022-11-19 10:33:22
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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