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주의 철학 비판과 새로운 조화(造化)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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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주의 철학 비판과 새로운 조화(造化)철학
  • 박종화 UNIST·진화학/생철학
  • 승인 2022.11.1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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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칼럼]

왜 인간은 처절하게 서로 죽이고, 경쟁하고, 투쟁하는가? 이에 대한 무한한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강력한 것이, 다윈의 “자연선택적 적자투쟁생존론”이다. 지난 200년간 다양한 비과학적 직관적 철학이 무너지고, 수학 기반의 이성적 철학이 확립되는 시점에, 생명과학을 등에 없고, 다윈의 사회진화론으로 인류는 스스로를 세뇌해왔다. 영화들에서도, 초인간(수퍼맨)이 나쁜 놈들을 끝까지 쫓아가 죽이고, 절대선이 절대악을 끝까지 응징하는데, 종교, 윤리적 기준을 넘어, 자연선택적 우수성과 적합함으로 이 잔인함을 정당화한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초능력자(Superhero) 영화 소설들이 넘쳐난다. 니체의 초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힘쎄고, 똑똑하고, 큰 놈이 당연히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중국 시진핑이나, 러시아 푸틴이나, 미국의 트럼프, 일본의 아베 등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족장들은, 막강한 군사, 경제, 정치 전쟁을 지휘하고, 그들의 국민들은, 그 행태를 다윈의 투쟁이론으로 이해를 해준다. 

한국기업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면, 뛰어난 기술과 가격으로 정복했다고 표현한다. 회사에서 특정 인력이 가장 경쟁력이 있어서, 타 동료를 물리치고, 살아남아서, 승진하고, 그것을 잘 관리하는 회사는 경쟁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진되고,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행위에 경쟁력 점수를 매긴다. 심지어는 교수가 순수과학 연구 제안서를 낼 때도,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본다. 여기서들 말하는 경쟁력은 맬더스, 다윈, 스펜서 등의 절대적으로 한정된 자원에서, 넘쳐나게 태어난 자식들이 먹고살기 위해, 형제, 동료들과 생존경쟁을 벌이고, 그 중에서 가장 자연스레 선택되는 “쎈놈”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이런 살벌한 철학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이 종교나, 포용적 사회철학을 만들고 제시하거나 하지만, 결국, 돈과, 권력의 절대 힘에 의해 가볍게 패배하고, 역시나 생존경쟁 자연선택이 만사의 근원 기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적자생존투쟁철학이 우주의 보편적인 진화의 원동력인가? 이것이 가장 정확한 인류의 궁극 철학인가? 인류는 이런 적자투쟁생존을 더 신장하여, 화성과, 태양계를 점령할 운명인가? 그러다, 외계인 행성이 있으면 식민지화하고, 경쟁해서, 우리가 적자가 되게 해야 하나?

위에, ‘그렇다’라고 답한 것이 사회적 다윈주의이다(Social Darwinism). 이것은 적자투쟁생존 이후 자연적으로 선택이 된다는 생물학적 원칙을 사회, 경제, 정치학에 적용한 이론과 사회적 실천이다. 1870년대 서유럽과 북미의 학자에 의해 확립되었고, 금수저·흑수저 등의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출산하고, 모든 사회적 개체를 비교, 경쟁, 계급, 생존의 시각에서 본다. 아담 스미스나, 맬더스, 칼 마르크스 책과 이론들도 다윈식 적자생존의 알고리듬들의 틀린 해설들이다. 강자와 약자에 대한 사회적 다윈주의적 정의는 광범위하며, 강함을 보상하고 약함을 처벌하는 정확한 메커니즘도 다양하다. 자유방임 자본주의에서 개인 간의 경쟁을 강조하는 반면, 국가 또는 인종 그룹 간의 투쟁을 강조하면서 우생학, 인종주의, 제국주의 또는 파시즘의 확대에 기여했다. 

다윈주의는 유물론적 분쇄론(reductionism)에 근거하고, 인간과 생명체의 본성을 제대로 정의하지도 못했고, 오해했기 때문에 생긴 과도기적 현상이다. 사회적 진화론(적자투쟁생존형 자연선택)은 일부 알고리듬상에서 맞으나, 거시적으론 틀린 이론이다. 분쇄론적 개별 적자생존식이 아니라, 공동생존, 공유생존, 협력생존, 미래건설식의 “공생존철학”이 과학적으로 더 정확하다. 

저자는 이런 배경을 반영한 조화(造化)적 진화론이란, 새로운 진화이론과 철학을 제시한다. 조화는 조물주가 만들었다는 게 전혀 아니라, 생명과 우주의 본질은 상호적으로 “만들어져 간다”는 뜻이다. 상호작용적으로 안과 밖, 앞과 뒤, 위아래가 서로 엉켜있어서, 다 같이 형성되어 간다는 뜻이다. 공동 공유기반 “공존”이 진화의 더 큰 원동력이며, 자연과 인공은 분리된 게 아닌 한 몸이다. 조화론적으로, 정치사회의 의사결정은 덜 경쟁적이며, 더 상호보완적으로 설계와 집행이 되어야한다. 생명진화의 과거 데이터는, 적자생존보다는 공동협력건설식이 더 중요함을 보여준다. 

조화철학의 근거는 생물학이다. 특히, 생명이 진짜로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정확한 답을 최근에 할 수 있게 되면서 나온 것이다. 2001년 인류가, 드디어 인간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계도 정보인 게놈을 완독하게 된 것에 기반한다. 인간은 “게놈”이라 불리는 60억 쌍의 스위치로 이루어진 정보덩어리이자 언어체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우리와 자연은 대립적 물질적인 요소의 합일 뿐만 아니라, 완전히 엉켜서 소통하는 연결체라는 것이다. 

생명은 정보다. 세포나 인간은 정보를 처리하는 박스들이고, 우리들은 이 우주의 모든 다른 박스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한다. 같이 의사결정하고, 같이 자식 낳고, 같이 사회를 만든다. 생명체가 가득한 푸른 지구는 수십억 년간 무한한 바이러스, 세균, 동식물, 인간들이 경쟁을 포함한 상호작용을 해 만든 거대한 인공 생태계이다. 이걸 건설하는 데 쓰인 철학은 투쟁뿐만이 아니라, 공동-공유-공존이다. 전자(electron)의 스핀(spin)이 먼 거리에서도 서로 엉켜서 정보적으로 연결되고 소통되듯이, 인간세포는 과거에 다양한 세포들이 소통하여 새로운 통합세포가 되고, 미래를 예측하여, 달에 로켓까지 쏜다. 1차·2차 대전이나, 한국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은, 적자생존의 필연적 과정도, 인간본성도, 생명진화의 본질과도 필연성이 없는, 잘못된 사회철학과 해석에 기반한 재앙들이다. 

새로운 진화론과 새로운 사회철학이 필요하다. 뉴턴의 절대법칙기반 자연과학에서, 정보기반 양자(Quantum)역학으로 점프한 것처럼, 생명과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보학적 패러다임에 기반한 새 철학이 필요하다. 21세기, 철학적 변환 없이는 아무리 우리가 돈이 많고 물질적으로 풍요해도 인류사회 미래는 숨 막히고 치열한 생존투쟁으로만 세뇌된 각박한 사회로 남을 것이다.


박종화 UNIST·진화학/생철학

극노화를 위해 게놈연구를 하는 과학자로 2014년부터 유니스트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및 클리노믹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의 게놈 서열을 분석해오고 있다. 진화학자이며, 생명현상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기초로 한 철학인 생철학을 연구한다. 1997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MRC센터에서 박사를 받고, 1998년 하바드 조지 처치교수와 연구, 2001년 케임브리지 MRC의 그룹리더로 선정 후, 2003년 카이스트교수, 2005년 국가생명정보센터장, 2009년 테라젠바이오의 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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